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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야간노동 현장 찾은 박원순 시장…“위험의 외주화 더는 안돼”보건의료노조와 고대 안암병원서 현장 간담회
지난 12월 22일 고대 안암병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국보건의료노조와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라포르시안] 박원순 서울시장은 요즘 불평등 문제에 관심이 많다. 지난 9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그가 만난 사람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불평등의 대가'라는 책을 냈으며, 지난 2013년 국내에서 발간됐다. 박 시장은 최근 이 책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한다. "인생을 구분할 때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로 구분할 정도록 충격을 받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불평등이 경제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사법 체계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세계화와 통화 정책, 예산 정책 등 정부의 각종 정책이 불평등의 심화에 어떻게 기여해 왔는지를 분석했다.
 
그래서일까.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78명의 공동주최로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 국회초청 토론회에서도 '불평등'이 화두였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박 시장은 '불평등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과 복지 네 바퀴가 골고루 동시에 굴러가야 한다", "불평등을 타개하지 않으면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한 그의 말 속에서 성장과 분배 중 어디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박 시장은 불평등과의 전쟁을 위한 새로운 경제비전으로 '위코노믹스(Weconomics)'를 꺼냈다. 위코노믹스를 위한 10대 핵심과제로 ▲재벌 초과이익공유제 ▲중소기업 및 중소상인의 집단교섭권 인정 ▲비정규직 채용시 정규직보다 고임금 지급 ▲노동조합 강화로 노동조합 조직률 30% 도달 ▲노동이사제 도입과 산별교섭 보장 ▲공공부문 100만 일자리 창출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 등의 다소 파격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들어 불평등의 심화는 그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소득수준에 따른 의료이용의 양극화와 건강 불평등은 점점 심해지고, 건강형평성은 악화되고 있다. 의료공급 서비스 안에서도 지역과 지역 간에, 의료기관종별에 따른 의료인력과 시설 등의 의료자원 분배의 불평등이 확연해지는 추세다. 박원순 시장은 이런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을까.
  

지난 22일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박 시장과 전국보건의료노조 간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서울시장이 각 산업 현장을 방문하는 경청투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서울시 차원에서 추진됐다.
 
보건의료노조는 박 시장에게 병원내 야간 근무 노동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이날 밤 9시부터 간담회를 시작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은 야간 교대근무의 어려움과 보건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가장 많이 언급하며 박 시장의 의견을 물었다.
 
박 시장은 의료현장에서 인력부족으로 인해 야기되는 환자안전 저하, 모성보호 방치 등과 같은 여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제도개선 필요성에 대해서 깊은 공감을 표시했다.

흔히 의료서비스 분야를 '노동집약적 산업'이라고 한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에서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 고도의 전문성과 판단력을 요구하는 의료인력의 노동력을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정인력 확보가 관건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의료서비스 산업은 '노동집약'이 아니라 '노동학대' 수준이다. OECD 헬스 데이터 2014'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임상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4.8명으로 OECD 평균(9.3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 병원에서는 간호사 5~6명이 담당하는 일을 한국에서는 1명의 간호사가 맡고 있는 셈이다.

간호사 인력난이 만성적이고 고착화된 상태라 적정 간호인력을 확충한 상태에서 어떤 간호서비스가 제공되는지에 대한 개념조차 낯설 지경이다.

이날 간담회는 보건의료인력 확충에 관한 박 시장의 생각을 묻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박 시장은 "지나치게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보면 개인의 소모뿐만 아니라 의료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무엇보다 노동자 개인 발전을 위해 투자할 수가 없다"며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최장시간 노동에 노동 효율은 가장 낮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을 지속하면 대한민국은 영원히 선진국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피곤한 노동을 지속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에 적정인력 확충과 이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모델이 적용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부터 서울시는 산하 투자·출연기관 2곳에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모델을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시범 적용 대상으로 서울의료원이 선정됐다. 

박 시장은 "공공병원도 인력문제가 심각하다. 서울의료원에 노동시간 단축모델을 도입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연간 2500시간에 달하는 노동시간을 1800시간으로 단축시켜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공기관부터 먼저 해보고 하다보면 사회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초래되는 병원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서 깊은 우려감을 드러냈다. 특히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인 간호사 직종의 '임신순번제'에 대해서는 '야만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박 시장은 "임신순번제를 외국에서 보면 (한국을) 야만적인 국가로 지목할 수도 있을 거 같다"며 "실제로 노동현장을 나가보면 법률로 금지된 것들을 다 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는 인간을 대하는 기본적 자세, 노동을 착취하는 기계로 바라보는 것에서 사람으로 바라보는것으로 전환해야 한다. 노동자에게 자기성장의 시간을 제공하면 그것이 다시 수익이나 기관의 발전으로 돌아온다는 신뢰와 확신이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말 산하 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2017년까지 마무리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수립 하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특히 지난 5월 말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노동자의 사망 사고를 계기로 더는 위험한 업무의 외주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청소와 주차는 물론 간호업무 등으로 비정규직 고용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과 대조된다.

박 시장은 "구의역 사고의 핵심은 신자유주의의 결과물이란 점이다. 위험한 업무의 외주화는 더는 안된다. 그래서 다 직영으로 가져왔다. 산하기관의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며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위탁수수료가 없어져 오히려 50억원 정도 비용이 더 줄었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병원에서의 인력문제, 심야노동의 문제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과 연결되어 있다. 보건인력 확충을 위해서 노력해달라"고 박원순 시장에게 당부했다.

한편 박원순 시장은 간담회가 끝난 후 고대 안암병원 응급실과 병동, 중환자실 등을 돌며 야간 근무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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