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압병실 갖추고 메르스 치료 거점병원 역할 수행…환자 급감하면서 심각한 경영위기 내몰려

[라포르시안] 메르스 확진 환자의 격리치료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지방의료원 등의 공공병원이 환자 감소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이미 일부 지방의료원은 이번달 급여조차 제대로 지급하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부터 경영상황이 녹록치 않았던 지방의료원이 메르스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더욱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한 것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가 33개 지방의료원 중에서 메르스 노출자 진료병원으로 지정된 23개 곳을 대상으로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입원환자는 평균 26%, 외래환자는 37%, 응급실환자는 30% 감소했다.

확진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강릉의료원의 경우 입원환자는 50%, 외래환자는 70%, 응급실은 100% 감소한 나타났다.

특히 강릉의료원에서 확진 환자를 치료하던 간호사 1명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난 24일 오전부터 외래진료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강릉의료원은 그동안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오다 최근 1~2년 사이 경영혁신을 통해 적자 폭을 줄이는 등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 왔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로 다시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강릉의료원뿐만이 아니다.

메르스 사태로 환자가 급감하면서 공공의료 역할 수행에 따른 적자와 부채에 시달리는 지방의료원의 경영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인천의료원의 경우 작년 6월과 비교할 때 외래환자는 50%, 입원혼자는 20%가 각각 감소했다. 그나마 부대 수익사업이었던 장례식장에서도 50%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 한미정 사무처장은 "이미 6개 지방의료원에서 6월에 지급해야 할 급여를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방의료원은 기존에도 직원의 체불임금이 많은 편이었는데 메르스 사태로 더욱 악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7월부터다.

메르스 사태가 6월 말을 넘어 7월까지 이어지면 그 이후 상황은 예측하기 힘들만큼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지방의료원 관계자는 "신종플루 때로 그랬지만 공공병원은 열악한 경영상황에서도 감염병 재난 위기 때마다 최일선에서 그 역할을 수행했지만 돌아온 대가는 혹독했다"며 "진주의료원의 경우 신종플루 때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했지만 나중에 돌아온 것은 강제폐업 뿐이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감염병 재난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공공병원을 찾지만 상황이 정리되면 '적자만 발생하는 골치아픈 공공기관' 정도로 여긴다는 불만이 높다.

보건의료노조는 "부채와 적자를 이유로 공공병원을 폐쇄하거나 기능을 축소하는 것은 공공의료를 파괴하는 것이고, 수익성을 잣대로 평가하면서 영리추구로 내모는 것은 국민건강과 생명의 최후보루인 공공의료를 무장해제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공공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우수한 시설과 장비, 훈련된 인력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내팽개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