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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장률 OECD '꼴지'..."한국 현실서 보건의료 긴축정책은 재앙"시민사회단체, 윤석열 정부 긴축재정 기조에 대응 모색
"윤정부 사회정책 방향성은 긴축과 민영화...국가·공공책임성 부재"
1월 18일 오전 10시부터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 사회정책 대응 모색'이란 주제로 신년좌담회가 열렸다. 사진 제공: 참여연대

[라포르시안]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21년 기준으로 64.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4%)보다 크게 떨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상의료비(한 국가의 전체 국민이 한 해 동안 보건의료 재화와 서비스에 지출한 총액) 중 공공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60.8%로 OECD 회원국 평균(74.0%)보다 크게 낮다. 그만큼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는 31.4%로 OECD 회원국 중에서 6번째로 높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여서 아낀 돈을 필수의료 기반 확충에 사용한다는 보건의료 정책기조를 펴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률은 낮고 가계의 직접 의료비 부담이 높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이런 보건의료 정책기조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와 보건의료단체연합,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지난 18일 오전 참여연대아름드리홀에서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 사회정책 대응 모색'이라는 주제로 신년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는 윤석열 정부의 긴축과 감세 기조가 돌봄, 의료, 소득보장 등 사회정책 전반의 지출 감소로 이어지는 정책기존의 문제점을 짚고, 우리 현실에 걸맞는 사회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진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와 국가재정전략회의 등의 자료를 기반으로 사회정책 기조를 진단했다. 

김진석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사회정책은 그 정체성과 방향성을 아우르는 기조가 정형화되지 않고 모호하게 제시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드러나는 윤석열 정부의 사회정책 키워드를 정리한다면 크게 긴축과 민영화로 정의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사회보장, 보건의료 등의 분야는 이와 같은 긴축과 민영화의 기조가 집약돼 드러나는 영역"이라며 "구체적으로 사회서비스와 보건의료 영역에서 규제 완화와 민영화, 시장화, 영리화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사회보장 영역 전반에 걸쳐 공공연하게 공공책임성을 부인하는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석 교수 발제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국가와 공공의 책임보다는 이용자 선택권 강화와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다변화와 규모화, 민관협업 활성화를 통한 혁신을 강조하는 등 사회서비스 전반에 대해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인 접근으로의 회귀를 천명하고 있다. 이 같은 '효율' 강조와 민관협업 등 민간 기제 역할 강화에 대한 강조는 국정과제 뿐만 아니라 정부 경제정책 방향,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 2023년 예산안, 2023년 경제정책방향 자료 등의 자료에서도 반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특히 윤정부가 보편적 사회보장에 대한 인식 부재와 선별적 접근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구성하는 20개 국민과의 약속 가운데 ‘약속09 필요한 국민께 더 두텁게 지원하겠습니다'는 사회보장 영역 국정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약속임.
이 약속은 사회보장정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인식과 접근법을 집약해 놓은 것인데, ‘필요한 국민’을 대상으로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선별적 접근을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윤석열 정부의 이런 복지정책 방향 관련해 김 교수는 "(시민사회가) 현 정부가 강조하는 재정건정성 기조에도 부합하지 않는 감세 정책을 비판하고,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국가의 귀환에 필수적인 재정 확보를 위한 중상위 소득계층과 자산에 대한 증세 필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보건의료, 사회서비스, 연금, 공공기관 운영 등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민영화 흐름에 대해 알리기 위한 시민과의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건축정책이 국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살폈다. 발제에서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 유럽 등의 각 국가가 긴축재정 정책을 펴면서 소득불평등이 커지고 공공의료 인프라 축소로 수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상황을 되짚었다. 

우 대표는 "당시 영국의 경우 긴축정책으로 50만 명이 실직하고, 자살률이 증가했다. 그리스 또한 긴축정책을 펼친 2009~2011년 자살률이 2배 증가했다"며 "특히 유럽 노숙자 지원조직의 60%가 예산 삭감을 경험했고, 무주택은 감염병, 신체손상, 먹거리불안정, 다중질병, 조기사망 위험을 증대시켰다"고 했다. 

특히 유럽국가 중에서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에서 긴축재정 기조가 심각했고, 이런 국가에서는 병원 부문과 행정 비용, 의약품 가격 등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공중보건학자인 데이비드 스터클러와 미국의 감염병학자인 스탠퍼드대 산제이 바수 교수가 공동 집필한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인가>를 보면 유럽에서 긴축 정책의 시험대가 됐던 그리스는 정부 지출을 엄청난 규모로 감축한 결과,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52% 증가했고 자살률은 2배로 늘었다. <관련 기사: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지출 효율화로 포장된 보건복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그리스 보건청 예산은 총 18억 유로가 삭감됐다. 이로 인해 수많은 공공병원이 문을 닫았고,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해고됐다. 공공병원 이용도 긴축재정 정책이 실시되기 전에는 무료였지만 긴축 이후에는 외래진료에 환자 본인부담금이 적용됐다.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그리스에서 환자가 원할 때 진료를 받지 못한 경험자 비율은 긴축정책 실시 이전에 비해서 50% 가까이 증가했다

우 대표는 "긴축의 영향은 장기적으로 코로나 대응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며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포르투갈 등 코로나 유행시기 긴축정책이 심각했던 남부 유럽 국가가 가장 큰 피해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의 재정 위기론을 꺼내들며 건보남용론, 건보재정 악화론, 전임정부 보험료 폭탄론 등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며 "한국은 이미 긴축정책이 아니어도 OECD 중 의료이용시 본인부담비용이 높고 공공재정지출이 가장 낮은 나라로, 한국에서 긴축재정은 실업, 주거불안정, 노인 복지 악화 등 간접적 건강 영향과 의료이용 불가능 증가 등 직접적 건강영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3년 11월 국내에 출간된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인가> 표지.

"윤석열 정부의 사회정책은 성장과 시장에 종속"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도 긴축과 민영화 정책기존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가 사회정책 비전을 뚜렷하게 이야기하지 못한 이유가 사회정책의 역할에 대해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긴축과 민영화, 약자복지의 강조는 소극적 사회정책, 최소한의 정부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정부 철학의 일관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험에 대해 이 접근법이 효과적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양 교수는 "다양한 취약계층의 '약자성'을 밝혀 맞춤복지를 하는 것으로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격차가 약 21배, 자산격차가 약 13배인 소득불평등, 26년째 OECD 1위인 남녀임금격차, OECD 회원국 1위인 노인빈곤율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끊임없이 약자를 발굴해 맞춤복지를 실현하기보다 다양한 약자가 양산되는 우리 사회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큰 틀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윤정부의 긴축재정 기조가 공공의료 부문 사업 예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문재인 케어 흠집내기를 통해 보장성 축소 논리가 나오고 있고 코로나19때 활발하게 논의되던 공공병원 확충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공중보건프로그램만이 아니라 생존과 건강에 필수적인 일자리 및 복지, 주거, 식품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이것은 국민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계층 건강수준을 낮추는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 교수는 "긴축재정을 주장하는 전문가들과 정부부처는 낮은 경제성장률과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세수감소를 주된 원인으로 들고 있으나 재정 지출을 줄이면 고령화되고 있는 국민건강이 방치돼 생산력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양극화 방치로 인한 사회통합력 감소로 갈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및 의료비 증가도 미리 보편적 서비스를 통해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훨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그는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이 OECD 국가에서 거의 최하위권인 상황에 비춰 현재 건강보험 누적 흑자가 거의 17조원 수준인 것을 고려해 보장성 확대 및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를 통해 사회안전망 확충과 신종감염병 등 재난의료 대응에 만전을 기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이슈"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긴축과 시장 중심의 민영화 전략을 취하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회귀하면서 사회보험에 대한 보장성 축소 및 보험수리적 수지균형 관점으로 재정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사회정책은 성장과 시장에 종속되고 재정보수주의에 포획됐다고 할 수 있다"며 "최근 정부는 재정고갈, 보험료 폭탄 등 공적보험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공적보험의 기본 목표와 원리를 부정하면 축소일변도의 개혁이 진행될 수밖에 없고 결국 민간보험 역할을 강화하는 간접적 시장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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