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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은 그만두고, 확진 의료진이 환자 돌봐...격리해제 뒤 '치료비 폭탄'의료진 집단감염으로 의료체계 붕괴
"5일 연속 야간근무에 병동간 통합운영" 병원 아수라장
7일 격리해제 후 치료 필요한 위중증 환자 방치돼

[라포르시안]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792일 만에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들어 하루 신규 확진자수가 30~40만 명에 육박하면서 의료현장은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1~22일 의료현장을 점검한 결과 현재 의료기관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중인 직원수는 전체 직원의 5~6%에 달한다. 누적 격리자수는 20~30%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수치는 1,000병상 규모 병원(직원수 3,000여 명)을 가정할 때 100∼150명 가량 의료진이 격리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병원은 전체 직원의 40%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한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21명 중 10명이 확진된 사례도 있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중에는 일일 격리자수가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진 집단감염이 속출하면서 의료서비스 제공 파행도 빚어지고 있다. 한 상급종합병원은 하루 평균 22% 가량 수술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실 운영을 60~70% 수준으로 축소한 병원도 있었다. 

의료진 집단감염으로 병상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진료·수술 예약이 취소되거나 연기돼 입원하고 싶어도 입원하지 못한 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확진된 의료진의 격리기간을 3일까지로 단축할 수 있도록 업무연속성계획(BCP) 완화 지침을 내놓으면서 확진된 의료진이 충분히 치료받지 못한 채 3일 만에 근무에 투입되고 있다. 의료진이 격리치료권을 보장되지 못 하면서 잠복기 감염에 대한 우려를 높일 뿐만 아니라 실제 병원 내 집단감염 확산의 요인이 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지난 23일 오전 11시 30분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코로나19 확산과 의료진 감염으로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병원 현장의 실태를 증언하고, 인수위에 9.2 노정합의 이행을 새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연일 통계를 발표하면서 '중증환자와 준중증환자 병상 가동률이 60%대라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실제 의료현장 사정은 전혀 다르다"며 "사망자와 위중증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인해 위중증 환자를 더는 받을 수 없고, 중증도가 높아져도 이송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BCP 기준 완화 등으로 격리기간 단축 등 편법으로 대응함에 따라 의료진 감염이 환자에게 노출되고, 부실한 의료인력 운영체계 때문에 의료진 집단감염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지역 상급종합병원 소속 간호사는 "정부가 최근 의료공백을 막고자 의료기관에 내린 BCP지침으로 인해 의료진 또한 짧으면 3일의 격리기간 후 업무에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유증상 시 3일로 단축할 수 없다는 제한조건은 주관적인 판단 기준으로 현장에 혼란을 야기시켰고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3일의 짧은 휴식을 취하고도 회복되지 않은 아픈 몸으로 다시 근무에 투입되어 환자들을 돌보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간호사는 "한 병동에서는 전체 직원 31명 중 14명이 확진되고, 또 어떤 병동에서는 환자 보호자를 포함해 17명이 집단 감염된 경우도 있었다"며 "매일 20~30명의 의료진이 새롭게 확진 판정을 받고 있으며 일주일 누적 확진자가 170명에 이른 적도 있었다. 심지어 연속 2~3일로 되어 있는 야간근무를 5일 연속근무 후 1일의 휴무 후 다시 근무에 투입되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병원 소속 간호사는 "갑자기 늘어난 지역사회의 코로나 확진 환자, 원내에서 갑자기 발생한 확진 환자와 그들의 밀접 접촉 환자들에 대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 간병인들은 도망을 가버렸다"며 "그나마 잠깐 하루라도 쉬고 있던 간호사들은 근무표가 다 바뀌고, 그러다 일할 간호사가 없으면 환자를 이동시켜 옆 병동, 아랫 병동과 통합해 운영한다. 병원은 정말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복지부가 내린 BCP지침에 있는 일반병동에서의 코로나 환자 케어는 기저질환 두세 개 정도는 기본으로 갖고 계신 일반 환자들 옆에서 코로나 확진환자를 같이 돌보라는 얘기인데, 이는 지금도 원내감염으로 의료진 확진이 증가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현장 감염을 더욱 확산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인수위를 향해 코로나19 대응 협의체를 '제1호 민관합동위원회'로 구성하고, 의료역량 마비 사태와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비상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인수위는 건강안보 구축 차원에서 공공의료 확충과 인력확충 등의 내용이 담긴 9.2 노정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세부 이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제별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운영하겠다고 공약한 윤석열 새 정부는 가징 시급한 코로나19 대응 협의체를 새 정부 제1호 민관합동위원회로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코로나19 위·중증 피해자 가족과 사망자 유가족들도 지난 23일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미크론이 우세종화한 이후 방역정책 방향을 7일 후 격리 해제로 바꾸면서 감염 7일 후에도 위·중증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정부의 방치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피해자 가족과 유가족들은 "위·중증 환자를 향해 격리해제 기간까지만 감염병 상태라는 정부의 논리는 재고되어야 한다"며 "코로나19 격리해제 기간과 무관하게 위·중증 환자의 안정적 치료는 보장되어야 한다. 건강보험이 안되면, 별도의 예산지원을 하거나 필요하면 특별법도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요양시설 환자와 돌봄노동자들의 집단감염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돌봄노동자의 과로와 돌봄공백은 노동자와 환자 모두의 건강을 위협한다. 더불어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와 가족, 돌봄종사자들에게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코로나19 격리해제 기간과 무관하게 망자의 존엄은 훼손되지 않아야 하고, 유가족들의 애도와 기억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장례지침을 선장례 후화장으로 개정하는데 2년이 걸렸지만, 지금 현장에서 이 지침은 무용지물"이라고 탄식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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