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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보건’ 영역마저 빠르게 잠식하는 한방의료복지부, 한의약 공공보건사업 질환군 중심으로 전환…한의원 만성질환관리제 추진

보건복지부가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에 이어 한의약 공공보건사업을 질환 대상자군별로 특성화하기로 결정해 파장이 예상된다.

한의약 공공보건사업은 지난 2003년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방진료서비스 및 한의약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제공해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특히 작년에는 한의약 지역보건사업(한방진료실 운영)과 한의약 건강증진 허브(HUB)보건소사업(한의약 건강증진 프로그램 운영)이 핵심사업이었는데, 지원 금액만 총 40억여원에 달했다.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은 보건소가 사상체질교실과 기공체조교실 등을 열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의학 건강관리법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건소 한방진료실에서는 침․뜸․부항 시술과 한약제제를 이용한 치료, 진단기기를 이용한 한방 시술도 제공됐다.

그런데 내년부터 보건소의 기능을 기존의 진료 기능에서 건강증진, 질병예방·관리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향으로 지역보건법이 개정되면서 한의약 공공보건사업도 체질 전환을 꾀하게 된 것이다.

복지부가 제시한 내년도 한의약 공공보건사업 계획을 보면 ▲중풍예방 관리군(고혈압, 당뇨 등 대사성질환자) ▲골관절계 질환예방 및 관리(다발성 통증, 만성골질환 및 위험군 ) ▲면역기능 관리(암, 아토피 등) ▲정신보건관리군(치매, 우울증 등) ▲중증 신체기능 저하군(질병, 수술 후유증 등)으로 질환군을 분류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관리를 실시하는 이른바 ‘관리 대상자군별 프로그램’이 도입된다.  

한의약 공공보건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복지부 산하 한방공공보건평가단은 내년부터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군별로 한의약 건강증진과 한방 진료를 병행하는 통합 모델을 구체회시킬 계획이다.

한동운 한방공공보건평가단장(한양대의대 예방의학교실)은 “그동안 만성질환, 암 등의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의약 공공보건사업을 진행한 결과 호전되는 사례가 많았다”며 “내년부터는 관리 대상자군을 세분화해 근거 중심의 한의약공공보건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방공공보건평가단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지역 한의약 건강증진 허브보건소를 중심으로 질환 대상자군별로 체질을 분류한 후 환자에 맞는 식이요법과 기공체조를 진행하면서 증상 완화를 위해 경락마지, 침, 뜸 등을 보조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 단장은 “첩약 등 한약재 사용도 가능한데 장기적인 치료 약제로 쓰는 게 아니라 체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수준에서 처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 "임상적 근거도 없는데 어떻게 공공보건사업 추진하나"

하지만 의료계는 한의약 공공보건사업의 성격 자체가 예방과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임준 교수는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한의약 공공보건사업은 질환자에 대한  치료이자 재활보건사업이지, 질병위험군을 조기 발견해 질환자를 줄이는 예방의 개념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무엇보다 공공보건사업은 임상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환자를 한방으로 관리했더니 혈압과 혈당 수치가 얼마나 떨어지고 자가관리역량이 높아졌다는 구체적인 검증 자료가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의약 공공보건사업이 한의계의 저변 확대를 위한 꼼수라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복지부의 ‘2011년 한의약 공공보건사업 안내’ 보고서를 보면 사업 추진 목적 중 공공의료기관에 한방진료 인프라 구축을 통해 한방의료의 공공성을 확충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보건기관(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의료원)의 한방진료실에서 지역거점 공공병원 한방진료부로 연계되는 한방공공의료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현재 청주의료원, 부산의료원 등 전국 의료원 3곳에 한방진료부가 설치돼 있고, 한방진료실을 갖춘 보건소만 206개에 달한다. 서울북부병원도 최근에 한방진료실을 갖췄다. 국립중앙의료원은 향후 서초구 원지동 이전 시 한방진료부를 국립한방병원으로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는 “한의약 공공보건사업 확대는 국가의 공신력을 등에 업고 한의약 저변을 확대하려는 의도”라며 “검증이 되지 않는 한의학을 국가가 보증하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겠다는 말과 뭐가 다르냐”고 되물었다.

한편 복지부는 한의약 공공보건사업 외에도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만성질환관리제 한의원 참여 등을 원칙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여부에 대해 한의계 내부에서 통일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맞지만 시범사업은 건정심 의결이 끝난 만큼 원안대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의원 만성질환관리사업 역시 추진될 예정이다.복지부가 지난 7월 국회 업무보고에 앞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의원 만성질환관리제 추진은 실국별 세부업무 보고안에 포함돼 있다.

복지부 한의약정책과는 세부업무 보고안을 통해 "의과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제도 추진으로 한방 의료기관의 만성질환관리 역할 및 한의약 공공의료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며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한방 의료기관의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모형, 운영 방식 등 제도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한의원 만성질환관리제 도입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부산한의학전문대학원 임병묵 교수가 ‘한의약 만성질환관리제 도입 방안’이라는 주제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시작된 이 연구용역은 이달 중 최종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있다.  

서의규 기자  sunsu@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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