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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2천억 들여 한방 급여 시범사업이라니…복지부, 건정심 회의서 보고…근골격계 질환 등 한시적 급여화 추진 검토

정부가 내년에 최대 2,000억원을 투입해 한방 급여 시범사업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열린 건정심 전체회의에서 올해 3조422억원의 건보재정 당기 흑자를 감안해 내년도에 총 1조2,000억~1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보장성 강화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 2009년 세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5개년 계획(2013년 소요재정 9,740억원)에서 최대 64% 증가한 수치다. 

그런데 복지부가 이번에 제시한 보장성 강화 계획에는 기존에 없던 '한방 급여 시범사업'이 항목이 돌연 추가됐다. 

한방 급여 시범사업은 건보재정 2,000억원을 투입해 근골격계 질환이나 수족냉증 등 노인, 여성 및 아동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표상병에 대해 한시적으로 보험급여를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작년 한해 동안 한방 급여비 지출이 총 1조3,5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시범사업에 추가로 투입되는 재정은 상당한 규모이다.  

복지부가 한방 급여 시범사업과 함께 보장성 확대 신규항목으로 제시한 ▲간암·위암치료제 본인부담률 경감(1,030억원) ▲임신·출산 진료비 고운맘 카드 이용기관 한방까지 확대(500억원) ▲장애인 자세유지보조기구 및 배뇨기기 지원(126억원) ▲결핵진단검사(110억원) ▲케모포트 니들 급여 전환(47억원) 항목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다.

고운맘 카드 확대까지 포함하면 한방 보장성 확대에 들어가는 재정은 2,500억원 규모다.

기존 보장성계획에 포함돼 있던 '골관절염치료제 보험적용'(410억원)이 건강보험공단과 가입자단체의 요청이 반영돼 제외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복지부는 한방 급여 시범사업과 관련해 "거론만 되고 있을 뿐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의계의 설명은 다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한방 급여 시범사업이 실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오수석 부회장은 "시범사업이긴 하지만 급여화를 위해선 원가분석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 시행계획이 나오진 않았지만 복지부는 내년 하반기 정도에 시행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더라. 원가분석을 진행하고 난 뒤 빠르면 그정도 시점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의협 "시범사업, 복지부 차관 간담회 때 논의된 내용"

기존 보장성 강화 계획에 없던 한방 관련 시범사업이 어떻게 신규계획으로 포함될 수 있었을까.

한의협은 지난 9월 복지부 측과 가진 간담회의 성과라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한의협은 지난 9월 6일 복지부 손건익 차관과 한의약정책과 등 복지부 주요 관계자들과 12시간에 이르는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 한의협은 한의사에 의한 천연물신약 처방을 비롯해 한방 급여 확대 등 한의계의 요구사안을 전달했었다.

한의협 오수석 부회장은 "65세 이상 첩약 급여화 등 한방급여 확대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요구해 왔다"면서 "하지만 이번 시범사업의 경우는 지난 번 끝장토론 할 때 본격적으로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오 부회장은 "우리는 질환 분야를 막론하고 한방의 특성을 나타내는 대표상병에 대해 급여를 확대하자는 입장이고 복지부는 현대의학과 한방이 가급적 겹치지 않는 질환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해보자는 입장"이라며 "요즘 한방이 너무 침체돼 있으니까 살리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한의계는 그동안 정부에 ▲65세 이상 첩약 급여 ▲한방물리요법 보장성 확대 ▲비급여 첩약 조제시 진찰료 및 검사료 산정 ▲한방의료기관 만성질환관리제 포함 ▲한방난임치료 성공불 제도도입 ▲천연물신약 규제 개선 ▲한의사 의료기사지도권 부여 등을 요구해 왔다.

의료계·시민단체 "임상적 근거 부족하고, 급여 우선순위 아니다"

한방 급여 확대 시범사업을 두고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의사협회는 이번 시범사업이 임상적 치료효과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건보재정 흑자가 수가 인상에도 쓰여야 하지만 꼭 필요한 부분의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데도 일정부분 쓰여야 한다"면서 "그러나 급여화할 때는 환자를 위한 것이어야 하고, 환자를 위하는 것은 정확한 치료효과가 의학적으로 입증된 부분에 대해 보장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대변인은 "하지만 효과를 입증하라고 하면 논문을 갖고 얘기하는데, 왜 그러한 논문은 국제학회지에 내지 못하느냐"라며 "더구나 한약제에 '카바마제핀'을 넣었다고 하는 상황에서 근골격계 질환의 한방 치료를 급여화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역시 한방이 건보 보장성 확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반발하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박영덕 사무국장은 "한방에 대해 시범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급여 우선순위에 대해 견해가 다르다"며 "지역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환자들이 의료이용과 관련해 비용 측면에서 부담을 갖는 것은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들"이라며 "한방을 급여화 할 것이 아니라 본인부담률을 높이더라도 일단 이들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틀 안에 넣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병원계도 한방 급여 시범사업이 탐탁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대한병원협회 나춘균 보험위원장은 "한방 급여 시범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논의된 것 같지는 않지만 액수(2,000억원)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면서 "이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보장성 강화 확대 계획은 오는 25일 열리는 건정심 전체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류장훈 기자  jh@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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