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뷰] 원격의료가 공공의료 확충 수단? 대기업을 위한 정책 아니다?

[라포르시안] “원격의료는 모든 의료취약지에 의료시술을 베풀 수 없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보충적으로 시행하는 공공의료 실현수단이다”

“원격의료가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의료기기 등 원격의료 도구는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만들고 있고 유통만 대기업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

지난 2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정진엽 장관이 한 말이다. 원격의료 도입에 따른 의료기관 양극화와 의료영리화 등의 우려가 있다는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이렇게 발언했다. 

▲ 지난 2015년 9월 9일~10일 이틀간 보건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정진엽 장관. 사진 출처: 보건복지부 

우선 원격의료가 공공의료 확충 수단이라는 정 장관의 주장은 궤변에 가깝다.

원격의료는 공공의료 확충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원격의료 서비스는 상당히 상업적이다.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PC나 스마트폰, 관련 장비 등을 새로 마련하고, 인터넷이나 통신비 부담 등을 감안하면 저소득층 비율이 높은 장애인의 원격의료 접근성은 대면진료보다 훨씬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원격의료 서비스는 상당히 상업적이다.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PC나 스마트폰, 관련 생체신호 측정장비 등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인터넷 요금과 통신비 부담까지 추가된다.

지금은 시범사업이라 복지부에서 참여환자들에게 필요한 장비도 나눠주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허용된 이후에는 필요한 환자만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 된다.

실제로 복지부가 추진하는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에 필요한 장비를 환자가 본인부담으로 갖추기 위해서는 수십만원이 비용부담이 따른다.

지난 2014년 국감에서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고혈압 환자의 경우 혈압계(12만원), 활동량계(10만원), 게이트웨이(15만원) 등이 장비가, 당뇨환자는 혈당계(10만원), 활동량계(10만원), 게이트웨이(15만원) 등의 장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필요에 따라서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을 구입하고 통신비 등을 지급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비용부담이 적지 않다.

즉, 원격의료 서비스 이용에 수반되는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환자들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부터 복지부는 원격의료 이용이 의무사항이 아니라 이용자의 선택사항이란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원격의료 비용 부담과 함께 서비스 접근성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의료취약지 주민 중 상당수가 정보화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디지털 장비에 대한 수용도가 낮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원격의료…오·벽지 주민과 장애인에겐 ‘엘리시움의 의료기기’ 될수도>

복지부가 원격의료 서비스 제공의 핵심 대상으로 꼽고 있는 농어촌이나 도서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자와 장애인 중에는 저소득층이 많다. 이들이 컴퓨터나 스마트폰, 헬스케어 장비 등을 이용해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미래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4년도 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원격의료 서비스 도입 이후의 상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4대 소외계층(장애인·저소득층·장노년·농어민)의 PC 기반 정보화 수준은 전체국민의 76.6% 수준에 그쳤고, 인터넷 이용률(55.4%) 및 가구 PC 보유율(70.6%)도 전체국민(83.6%, 78.2%)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4대 소외계층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52.2%로, 전체국민의 스마트폰 보유율(78.3%)에 비해 26.1%p 더 낮았다. 스마트폰 활용 수준은 전체국민을 100으로 봤을 때 4대 소외계층은 55.9로 크게 떨어졌다.

▲ 표 출처: 미래부의 '2014년도 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 중에서. 

이렇게 의료취약층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적지 않은 비용부담이 따르는 원격의료가 어떻게 공공의료 확충 수단이라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원격의료 서비스가 활성화 되면 오히려 공공의료 인프라가 더욱 열악해질 가능성도 높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을 통해 부족한 공공의료 인프라를 메우기 위해 민간의료기관에 필수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탁하는 방침과 함께 의료기관이 아예 없거나 접근성이 낮은 1차의료 취약지 주민이 원격으로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런 방식으로 의료취약지의 필수의료 서비스 제공을 대신하면 가뜩이나 미미한 국가 차원의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책임은 더욱 약화되고, 공공의료 인프라는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민간의료기관이 수익성을 이유로 의료취약지를 상대로 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중단하면 의료공백이 발생할 우려도 높다. 

원격의료가 공공의료 확충 수단이 될 것이란 정진엽 장관의 발언은 타당성이 결여된 아전인수식 발언이나 다름없다.

원격의료가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원격의료 도구를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만들고 있고 유통만 대기업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는 해명도 어불성설이다.

의료기기 전문업체 가운데 원격의료 장비를 개발.공급하는 곳도 많지만 가장 크게 이 분야에서 시장 확대를 모색하는 쪽은 바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초음파 진단기 전문업체 메디슨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의료기기사업에 뛰어들었고, 최근까지 원격의료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다양한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왔다.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장비를 보면 이런 추측이 가능하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8월 IT(스마트폰)와 BT(혈관탄성도와 맥파전달속도) 기술이 결합된 카드형 혈압계 제품을 허가를 획득했다. 이 제품은 ▲자동전자혈압계 ▲카드형 혈압계 ▲스마트폰 등으로 구성돼 혈압 및 심전도 등의 생체신호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기능이 구현된다.

2013년에는 의료영상 저장전송장치에 저장된 의료영상을 의료진의 스마트폰 등 이동장치로 전송해 확대·축소·조회하는 기능이 구현되는 휴대형 의료영상전송장치SW(모델명 Samsung MoVue)와 혈당 수치, 혈압, 체중 등 기기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건강평가 관리를 위해 사용자와 의료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인 내장 기능 검사용 기기(모델명 SH-V20H 등 2개)의 허가도 획득했다.

이런 제품 외에도 유헬스케어 게이트웨이, 의료영상 전송장치SW, 자동전자혈압계 등의 의료기기 제품 허가도 받았다.  <관련 기사: ‘원격의료 확대’ 삼성은 이미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2015년 바이오분야 연구개발(R&D) 성과발표회’에서 모바일 진단기기와 폐활량 측정기, 산모 및 태아 진단기기 등의 원격의료 서비스 플랫폼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 제품은 근거리무선통신(블루투스)을 통해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결과를 전송하는 기능이 구현돼 원격의료 서비스를 위해 최적화된 장비이다.

올해 6월에는 최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웨어러블 심전계 제품의 제조인증도 획득했다. 이 제품에는 삼성전자가 작년 말부터 양산에 들어간 다양한 생체신호 수집·처리 기능을 하나의 반도체칩에 통합한 바이오 프로세서가 적용됐다.

삼성전자가 작년 말부터 양산에 들어간 바이오 프로세서는 체지방과 골격근량 및 심박수, 심전도 측정 등 모바일 헬스케어를 위해 가장 대표적인 5가지 센서 기능을 내장한 것으로, 웨어러블 기반의 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에 최적화 됐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5년 12월 21일 오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 참석했다. 사진 왼쪽부터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박근혜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제공: 청와대

KT도 원격의료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적극적이다.

KT는 지난 2012년 7월 연세의료원과 의료-ICT 융합 사업 전문 합작회사인 ‘후헬스케어’를 출범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ICT 솔루션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연세의료원과 함께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원격의료 사업을 추진한 데 이어 지난 9월 초에는 부산대병원, 부산테크노파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카자흐스탄의 알파라비 카자흐스탄 국립대학교, 서카자흐스탄 주립의대 등과 원격의료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서울대병원과 합작투자 방식으로 원격의료와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을 주사업으로 하는 헬스커넥터라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원격의료 도구를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만들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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