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제왕절개 분만율 39.1%로 복원…“고령산모 증가· 산부인과 의료현실 고려않은 잘못된 정책 설계 탓”

[라포르시안]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분만율이 2000년대 초반 수준으로 다시 높아졌다.

지난 2001년 제왕절개 분만율 적정화를 명분으로 2013년까지 13년 간 해마다 제왕절개분만 평가를 실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령산모 증가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포괄수가제(DRG)에 제왕절개를 포함하는 등 잘못된 정책 설계로 인해 평가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옳았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2015년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작년 8~10월 3개월 간 전국 1만2,000 표본가구 내 15~49세 기혼여성 1만1,009명과 20~44세 미혼남녀 2,383명을 대상으로 조사원에 의한 가구방문 면접으로 진행됐다.

실태조사에서 모자보건과 관련된 결과를 보면 평균 초진시기는 임신 후 평균 5.3주였고, 산전수진횟수는 평균 13.3회로 나타났다.

기혼여성(15~49세)의 분만장소는 99.4%로 종합병원과 병원, 의원이었고, 조산원과 보건의료원에서 분만한 비율은 0.6%에 불과했다.

분만 방법으로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분만 비율을 보면 60.9% 대 39.1%였다.

제왕절개 분만율은 2003년 39.2%에서 2006년 35.4%, 2009년 36.7%, 2012년 34.7%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5년에는 39.1%로 높아졌다.

보고서는 "2015년도 제왕절개 분만 비율은 2003년도(39.2%)과 유사하며, 2006~2012년도 조사결과에 비해서는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만산 경향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2004년 29.98세에서 2014년에는 32.04세로 늘었고,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율은 2004년 9.4%에서 2014년에는 21.6%로 증가했다.

35세 이상 고령 임신부가 늘면서 고혈압성 질환과 당뇨, 조기 진통, 태반 병변 등의 위험성이 높아져 제왕절개 분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자연분만을 하다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제왕절개를 하지 않았다고 의사아게 과실을 묻는 경향도 제왕절개 분만율을 높인 요인이기도 하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우리나라 법원의 판결은 자연분만시 잘못되면 제왕절개를 빨리 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분만사고시 제왕절개수술을 하면 무죄이고 자연분만은 유죄가 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왕절개 분만율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부는 2012년 7월부터 시행된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에 제왕절개수술을 포함시켰다.

기존에는 자연분만이나 유도분만을 하다가 산모의 상태를 고려해 제왕절개로 전환하더라도 별도로 비용을 산정할 수 있었지만 포괄수가제 시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포괄수가제 아래에서는 자연분만이나 유도분만을 하다가 제왕절개로 전환할 경우 제왕절개 수술비용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위험도가 있는 산모는 처음부터 제왕절개를 권유하는 실정이다.이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난 13년 동안 제왕절개 분만 적정화를 명분으로 추진한 의료기관 평가가 별다른 소득도 없이 지난 20014년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결국 제왕절개 분만 평가를 위해 들인 시간과 비용부담이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한 셈인데, 이에 대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보건복지부 어디에서도 책임지지 않은 채 흐지부지 끝났다는 점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고령임신과 다태임신 등 고위험 임신부가 계속 증가하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의료의 질 향상이 단순히 제왕절개분만율을 낮춤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정책 실패의 원인"이라며 "10년 이상 제왕절개 분만 평가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물론 평가 대상 의료기관이 들인 수고와 시간, 비용부담이 모두 헛수고가 된 셈인데 이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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