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지난 5월 25일, 정부 과천청사에서는 바이오 산업에 한 획을 긋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바로 제 2차 바이오 특별위원회이다. 제 2차 바이오 특별위원회에서는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창조경제 10대 프로젝트가 확정되었으며 정부에서는 각각의 프로젝트에 1300억의 예산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바이오 기업, 특히 바이오 벤처회사들에게는 이번 바이오 특별위원회의 결정이 진정으로 특별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수의 바이오 벤처회사들은 뛰어난 기술력은 가지고 있었으나,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그 운영과 성장에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바이오 벤처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 ‘바이오니아’가 설립되어 성장하기 시작한 때부터였다. 1980년대 바이오 산업이 태동한 이래 10년 이상이 지난 후였다. 이듬해 정부가 발표한 ‘제1차 생명공학육성 기본계획’으로 인해 바이오 벤처 기업들은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나, 제도적 환경이나 투자 인프라가 완전히 갖추어진 것은 아니었다.

1996년, 코스닥 시장의 개장으로 바이오 산업의 가능성을 알아본 벤처캐피탈의 자본이 바이오 업계로 유입되기 시작하였고 1997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면서 바이오 벤처 기업들은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1999년 IMF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바이오 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7년 말 IMF 구제금융의 여파로 재정적 압박을 받기도 한 바이오 벤처는, 이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육성정책과 벤처캐피탈 등의 투자에 힘입어 1999년 이후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2016년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셀트리온’도 이 시기에 등장한 바이오 벤처 기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성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이오 벤처 기업들은 2002년 이후, 나스닥 버블의 붕괴와 함께 국내에서 벤처 붐이 사그라들면서 코스닥 시장의 부진과 투자환경 악화로 일시적인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바이오 벤처들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았다. 꾸준한 기술개발과 정부, 대기업의 재정적 지원으로 바이오 벤처 기업들은 다시 도약하였고 여전히 이 도약은 진행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 바이오 벤처 기업에 대한 이해를 위하여 바이오 산업을 크게 분류하자면 의약품 분야와 비의약품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바이오 산업에는 식품, 의약품, 화학 등의 분야가 존재하는데, 각 분야별 바이오 벤처 기업의 개수를 살펴보면 식품(385개), 의약품(313개), 화학(243개), 지원서비스(217개), 농업(204개) 순인 것을 알 수 있다.

바이오 벤처의 탄생지인 미국의 경우 최초의 바이오 벤처 Genentech은 단백질의약품을 개발하는 회사였고, 미국은 그 후로도 의약품 분야를 중심으로 발달해왔다. 이에 비해 한국은 초기부터 의약품보다는 시약, 서비스, 화학, 환경, 식품 분야에서 더 많은 벤처기업이 창업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바이오 벤처는 비의약품 분야가 더 발달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바이오 벤처 생태계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바이오 산업 중에서도 의약품 분야의 근본적인 특징은 성과와 실적이 비교적 빨리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비의약품 분야와는 다르게 새롭게 시판 가능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하여 오랜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바이오 벤처를 설립하여 운영해나가는 환경 상 의약품 분야의 벤처 기업들을 지원할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의약품 벤처들은 대부분 대기업과의 제휴형 비즈니스 모델을 택하게 되는데, 국내에서는 벤처 기업들의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할 대기업들이 많지 않아 벤처 기업들에게 가장 시급한 자금문제가 해결되기가 어려웠다. 이는 많은 수의 비의약품 바이오 벤처들도 고민하는 문제였다. 초기 단계 벤처기업의 자금 공백을 메워줄 투자 주체가 없다는 것은 오랜 기초연구 및 임상개발 기간으로 인해 IT에 비해 더 오랜 마이너스 현금 흐름 기간이 요구되는 바이오 벤처기업에게는 치명적인 환경이었다.

그리고 미래

한동안 국내에서 창업되는 바이오 벤처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5월 25일 바이오 특별위원회에서 발표된 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들은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판도를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기술, 인력, 자금이 선순환하는 지속 가능한 바이오 창조경제의 구축을 비전으로 삼은 제2차 바이오 특별위원회의 결정은 학연에서 스타트업 벤처, 그리고 성장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반 사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창조경제 10대 프로젝트는 위와 같이 R&D중심과 R&D연계 사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R&D중심 사업에는 창업유도 R&D와 가치성장 R&D가 있으며 R&D연계 사업에는 R&D연계 오픈이노베이션 창출을 위한 프로젝트들이 마련되었다.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R&D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모델 개발·MD의 아이디어를 발굴·개발, 창업 보육 프로그램 등을 병행하여 지원한다. 기업․제품의 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시설·장비 제공 및 테스트베드, IT플랫폼 연계 등 R&D 뿐만 아니라 패키지로 지원한다.

이와 함께 기업 수요를 기반으로 한 매칭형 R&D 프로그램, 기업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한 특수목적법인 설립지원, 바이오 특화 금융전문인력양성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0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향후 3년간 1300억 원을 지원, 민간의 자생적인 생태계 안착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제2차 바이오 특별위원회는 바이오 중기 육성전략에 따라 정부의 바이오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세제 지원 등 민간 R&D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처별 R&D 역할을 명확히 설정해 중복 투자를 최소화하고, 바이오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창업 초기기업 지원펀드 800억 원을 신규 조성하기로 했다. 벤처캐피탈과 초기기업 간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펀드 초기기업 투자 촉진을 위한 투자 설명회를 개최한다. 또한 창업공간과 창업보육시설 확충, 코스닥 상장심사 기준을 완화할 것이라 밝혔다.

더불어 산업발전 걸림돌인 규제를 완화한다. 치료재료 별도산정 및 가치평가 기준 명확화 등 6개 의 규제가 그 대상이다. 그리고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시설 점검을 관계부처 공동으로 실시해 중복점검을 개선하며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에는 `생물학적 제제 등의 품목허가 심사규정`을 개정해 신속 심사 대상도 확대한다.

기업의 글로벌 진출의 어려움 해결을 위한 계획들도 주목할 만하다. 인허가 관련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판로 개척, 국내 CRO 육성 등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하였으며 현장중심의 전문인력 양성 및 중개연구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확충, 바이오 인력 수요‧공급 간 미스매치도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 이미지 출처: 정부의 '바이오 창조경제 10대 활성화프로젝트 추진방안(안)' 중에서

바이오 벤처의 전망

그 동안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창업 후 기업을 성장시키고 투자를 회수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 어떤 산업보다 많은 투자자금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민간투자에서 소외되고 정부로부터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6년 발표된 중장기 육성전략과 10대 창조경제 프로젝트로 인하여 바이오 벤처들은 새로운 판도에 접어들고 있다.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은 “바이오는 IT 이후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을 이어갈 미래 먹거리”라며 “오늘 확정된 ‘중기 육성전략’과 ‘10대 프로젝트’가 연구•산업 현장에서 효력을 발휘해 미래 신시장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공동 노력해가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바이오 산업이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정부는 융복합 신산업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바이오 산업을 위한 지원책을 내어놓고 있는 것이다. 3년간 1300억 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육성전략과 10대 프로젝트가 민간과 정부 관계부처들에서 착실하게 이행될 때, 바이오 벤처들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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