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까지 전담간호사 1500명 필요한데 턱없이 부족…인력양성 프로그램·중소병원 감염관리 기능 강화 시급

[라포르시안]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병원의 감염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과 수가 개편이 이뤄졌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감염관리 전문인력 확보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강화된 감염관리 인력기준에 맞춰 의료기관이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기에는 감염관리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의사와 간호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감염관리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표준화된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메르스 사태 때 감염병 예방·관리의 사각지대로 드러난 중소병원의 감염관리 인력과 인프라 수준을 강화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과 지원방안 마련의 시급성도 제기됐다.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회장 유진홍)는 지난 2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메르스 1년, 의료관련감염관리 어디로 가야하나?'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감염병 예방과 관리 강화를 제도개편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복지부는 '의료관렴감염대책 협의체'를 통한 논의 과정을 거쳐 지난 3월 감염병 예방·관리 강화를 위해 감염관리실 설치 대상 병원과 감염관리실 근무인력을 확대(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감염관리실 설치 대상 병원이 오는 2018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150병상 이상으로 확대되고, 감염관리실 근무인력도 병상 규모에 비례해 배치하도록 강화했다.

▲  감염관리 인력 기준안 변경(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문제는 강화된 인력기준에 따른 감염관리실 전문인력의 확보다.

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는 이런한 개편 방안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감염관리 전문 인력의 양성에 더 많은 시간과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에 따르면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오는 2018년까지 1,500명의 감염관리 전담 간호사 신규 인력이 필요하다.

감염관리 전담의사 역시 구체적인 인력기준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현재 감염내과 분과전문의가 약 200여명이고,소아감염 분과전문의가 약 80여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오는 2018년까지 강화된 감염관리 인력기준을 충족하려면 신규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관련 정책과 지원방안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

학회 유소연 부회장(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은 "감염관리 전문간호사가 현재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간호사 자격을 가진 간호사는 200명도 채 안되고, 현직에서 그만둔 간호사도 많다"며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상당히 심한 업무과부하를 겪기도 했다. 감염관리 간호사의 경우 평균 2.5년 정도 근무하고 그만두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 감염관리 경력 3년미만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강화된 인력기준을 충족할만큼의 인력양성은 벅찰 것으로 내다봤다.

유 부회장은 "중소병원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중소병원은 감염관리 간호사 교육시스템도 없고, 외부에서 교육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다"며 "질병관리본부에서 감염관리 실무자(경력 3년미만 간호사)를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연간 180명 정도 수용할 수 있지만 충분하지 않을 거 같다. 어떻게 감염관리 전문인력 수급을 해야 할지 굉징히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학회가 추산한 것처럼 오는 2018년까지 1,500명의 감염관리실 전담 간호사를 확충하려면 연간 500명씩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그중 절반 이상이 중도에 그만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력확충은 병원의 감염병 및 의료관련감염 대응에 있어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설된 감염예방·관리료 수가, 인력확충 충당하는 정도…적정 수준으로 높여야"

병원의 감염관리 인력 확충과 그에 따른 인건비 및 부대비용을 보상하기 위해 '감염예방·관리료' 수가를 신설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염관리와 관련된 수가는 감염내과 및 감염소아과 등의 입원환자에 한해 한달에 1회(1만원 수준)만 산정할 수 있는 '감염전문관리료'가 유일했다. 이번에 수가 개편을 통해 입원환자 1일당 1,950원~2,870원을 적용하는 '감염예방·관리료'가 신설됐다.

이 수가를 받기 위해서는 ▲감염관리실 설치 ▲감염관리위원회 운영 ▲150-200병상당 전담간호사 1인 ▲300병상당 감염관리의사 1인 등의 인력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학회 엄중식 정책이사(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는 "감염예방·관리료 수가를 신설하면서 적용하는 급여기준이 상당히 까다롭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글로벌 기준을 적용하면 그렇게 높은 기준이 아니다"며 "그동안 감염관리 인프라가 워낙 열악했던 탓에 일선 병원이나 경영진이 보기에는 인력기준이 높다고 느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인력기준을 완화하려는 노력도 있는 거 같은데 그렇게 완화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감염예방·관리료 수가를 신설한만큼 충분한 질관리가 돼야 하는데 그 기준을 완화해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에 마련된 감염관리 인력기준은 앞서 학회가 제안했던 것보다 완화된 수준이라고 한다. 

엄 이사는 "의료계의 열악한 상황을 감안하면 학회가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 방향성에서 보면 현재 마련된 감염예방·관리료 수가 신설에 적용되는 급여기준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갔으면 좋겠다"며 "다만 지금 책정된 수가 수준은 학회가 제안(1일 4,000원 정도) 했던 것과 비교해 60% 수준에 불과하다. 적절한 수준의 감염관리가 되기 위해서는 평가를 통해 수가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련 수가가 신설된 만큼 병원이 감염관리 인력을 확충하는 건 물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급여 등의 조건에도 많은 신경을 쓰야한다고 지적했다.

엄 이사는 "감염관리 간호사의 이직율이 너무 높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혼자서 감담해야 하는 업무로딩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고, 또한 감염관리실에서 근무할 때 급여나 승진 등의 인사상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며 "감염예방·관리료 수가를 신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급여나 인사 상의 불이익을 없애 3년이상 충분히 근무할 수 있도록 병원이 충분히 보장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 5월27일 서울아산병원 동관 6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 왼쪽부터 이재갑 홍보이사(한림대한강성심병원 감염내과), 유소연 부회장(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유진홍 회장(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정책이사(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중소병원 감염관리 지원하는 네트워킹 시스템 필요

중소병원의 감염관리 인프라 확충과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지난번 메르스 사태 때 중소병원의 감염관리 기능이 거의 작동하지 않으면서 감염 유행을 더욱 키웠기 때문이다. 

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는 지난 2013년부터 ‘중소병원감염관리자문네트워크(ICCON)’를 질병관리본부의 민간경상위탁사업으로 운영하면서 중소병원 방문컨설팅, 교육여건 개선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2014년 작성된 '국내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감염관리 전담 간호사를 둬야 하는 200병상 이상 중환자실이 있는 병원 가운데 전담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곳은 300병상 미만 병원에서는 40%, 300~499병상 내외는 70%를 넘지 못했다. 이름만 '감염관리 전담 간호사'일뿐 실제로는 겸직이거나 유명 무실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학회 이재갑 홍보이사(한림대한강성심병원 감염내과)는 "중소병원 가운데 감염관리 전담 간호사를 둔 곳이 40~50%에 불과하다. 워낙 인력확충도 힘든 탓에 전담 간호사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겸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소병원이 감염관리 전문 간호사 인력을 확충을 할수 있도록 지원방안이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메르스 사태 때)중소병원의 감염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초기에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환자가 발생했지만 확인이 안됐다"며 "강화된 감염관리 인력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학회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많은 지원방안과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 감염관리 교육 커리큘럼을 표준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담 간호사와 함께 감염관리 의사 인력도 많이 부족하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이 감염내과 의료진을 확충하고, 3명의 의사가 다른 진료업무 없이 감염관리만 전담하도록 한 게 화제가 될 정도다.

학회 유진홍 회장(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은 "각 병원마다 감염관리 의사가 부족하다. 전국에 감염내과 전문의가 200여명 뿐이고, 1년에 20명 정도 배출되는데 강화된 인력기준에 따라 다 배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규모가 있는 몇몇 큰 병원은 크게 문제가 안될지 몰라도 대다수 병원에서는 과연 실현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학회 차원에서 중소병원의 감염관리를 지원하는 네트워킹 시스템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다. 공공병원이나 지역내 대학병원 등을 거점병원으로 정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중소병원의 감염관리 인력 교육이나 컨설팅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끔 하는 방식이다.

이재갑 이사는 "지역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중소병원의 감염관리를 도와줄 수 잇는 네트워킹 시스템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학회가 중소병원 감염관리 네트워크 사업의 모델병원 운영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일례로 서울시 서북병원을 중심으로 주변의 요양병원과 특수병원의 감염관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사업단이 구성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년 메르스 사태 당시 을지대병원 격리병실 모습. 사진 제공: 을지대병원

감염관리 정책 추진력·일관성 위해 상위레벨의 '컨트롤타워' 있어야

학회는 감염관리 정책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를 총괄하는 국가단위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감염관리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감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 예산관련 주무부처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만큼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 직속의 위원회를 설치해 정책결정의 추진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을 했다. 

엄중식 이사는 "작년 말 활동이 종료된 의료관련감염대책협의체에서 제안된 내용을 다루는데 있어서 보건복지부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 밖의 과제도 있었다"며 "예산 확보나 인력 조직의 변경 등은 복지부가 독자로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를  설득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은 거 같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다 높은 레벨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년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감염병 예방관리를 위해 필요한 단기적인 대책 수립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근본적인 대선책을 담은 장기적인 로드맵 수립이 더딘 것에 대한 아쉬움과 우려도 있다. 

이재갑 이사는 "메르스 사태 이후 1년이 지났다.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대책을 마련해 추진했지만 작년과 같은 상황이 2~3년 뒤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년에 (메르스에)심하게 당하다보니 그것을 수습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부분은 많이 부족한 거 같다. 장기적으로 강력한 신종 감염병이 등장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로드맵이 부족하다.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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