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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건강보험제도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이 단기간 내에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한 경험을 전수하고, 개도국의 '보편적 건강보장(UHC)' 달성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제도가 안고 있는 갖가지 문제, 특히 불합리한 보험료 부과체계 문제조차 풀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나라에 이를 전수한다는 게 옳은 일인지 의문이 든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달 18일부터 22일까지 가나에서 방문하는 건강보험청 직원을 대상으로 맞춤형 '건강보험 연수과정'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가나 정부는 건강보험 가입률 60% 이상을 목표로 수립하고, 올해 6월부터 지역 가입자 확대 시범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가나 정부는 시범사업 추진에 앞서 건보공단이 운영하는 건강보험 연수과정에 자국의 관련 전문가들을 참여토록 해 인적역량 강화를 추진해 왔다.

또한 건보공단과 한국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지난 2014년부터 가나의 건강보험 시범사업 기초조사 공동연구에도 참여하고, 현지를 직접 방문해 가입자 확대 방안 등을 지원한 노력 덕분에 올해 시범사업이 출범할 수 있었다고 한다.

건보공단이 지난 19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에프란시스 보아디 가나 건강보험청 연구개발부장은 "한국이 다른 원조국과는 달리 일방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가나와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해 주는 차별화된 지원 노력에 진정성을 느끼며, 그 결과 지역 가입자 확대를 위한 시범사업을 실행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된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는 가나 건강보험청 직원 대상의 연수과정에서는 지역 가입자 확대 시범사업을 앞두고 실무자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가나 뿐만 아니라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건보공단을 방문해 한국의 건강보험제도 운영 경험을 배우고 있다.

공단은 "에티오피아에 대한 건강보험 정책협력사업은 에티오피아 건보공단 직원들의 업무 역량 강화와 2016년도 예정인 직장 건강보험 도입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에티오피아는 2014년부터 매년 공단을 방문해 연수를 받으면서 인적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한국 건강보험 운영 경험에서 시사점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자니아에서도 2014년과 2015년에 연이어 보건사회복지부장관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공단을 방문해 한국과의 건강보험 협력사업을 희망했다. 아프리카 대륙의 다른 국가들도 한국 건강보험제도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멕시코, 콜롬비아, 이집트, 페루 등 11개국으로부터 MOU 체결이나 제도조사를 위한 한국방문 신청이 쇄도한다고 공단은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언급하며 "건보공단이 건강보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메카가 됐다"고 홍보하고 있다. 공단은 "한국이 단기간 내에 보편적 건강보장을 달성했고, 단일보험자로서 ICT 활용을 기반으로 효율적 제도 운영을 하고 있으며 전 국민에게 뛰어난 의료 접근성과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수한 제도로 평가하고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15년 2월 열린 '라틴아메리가 K-파마 아카데미' 연수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방문해 성상철 이사장과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공단 실무자조차 이해기 힘든 보험료 부과체계…연간 1조가 넘는 관리운영비 문제는 이들 국가에서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벤치마켕해 도입할 경우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이다.

특히 건강보험제도의 가장 큰 취약점이 복잡하고 불합리한 보험료 부과체계 문제를 어떤 식으로 벤치마킹한다는 건지 의문이다.

단일보험자 체계임에도 부과체계는 말할 수 없이 복잡하다. 특히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체계는 공단의 부과징수 업무 실무자조차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국민건강보험 보험료부과체계개선단은 2014년 10월 발간한 '건강보험료 부과 관련 전국지사 유형별 민원 표본사례 모음집'을 통해 "보험료 부과체계는형평성과 공정성을 잃은 모순투성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물론 공단 내에서 보험료 부과 징수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자로서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죽하면 건보공단 이사장까지 이 문제를 언급하며, 부과체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 건강보험제도를 자신있게 권할 수 없다는 말을 했을까 싶다.

실제로 김종대 전 건보공단 이사장은 재임 시절에 "개도국에서 12년만에 전국민 건강보험을 실시한 한국의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지금 같은 이원화 부과체계로는 자신있게 '우리 것을 가져가라'고 할 수 없다. 건강보험제도의 해외 수출을 위해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복잡하고 불합리한 부과체계 때문에 보험료 관련 민원이 쏟아진다. 건보공단은 전국 7개 고객센터에 1500여명을 상담사를 두고 연간 3,200만 건의 전화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팩스나 직접 방문해서 제기하는 민원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

공단 관계자들도 "쏟아지는 민원 때문에 보험자 고유업무를 수행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할 정도다.

현재의 건강보험제도 운영 경험을 고스란히 전수받으면 이런 문제에 대해서 기회비용을 치러야 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건강보험의 보험료 부과체계 문제를 접하고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료 부과체계부터 개선하고 제대로 운영해 본 다음에 건강보험제도를 수출하든지, 개도국에 전수하든지 해야 한다.

'보편적 건강보장'은 유엔이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할 차세대 새천년개발목표(Post-2015)의 중요한 아젠다 가운데 하나다. 모든 사람이 필수적이고 안전하며 지불가능한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차별없이 접근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지금의 건강보험제도가 보편적 건강보장을 달성하는 데 효율적인 시스템인지, 한국이 보편적 건강보장을 달성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건강보험료를 장기간 납부하지 못해 가입자 자격을 상실한 '생계형 체납자'가 100만명에 육박하고, 저소득층의 의료문제를 국가가 보장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수가 갈수록 줄면서 의료보장 사각지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반면에 건보공단의 인력 유지와 제도운영을 위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만 연간 1조원이 넘는 돈이 든다. "우리의 UHC 달성 경험을 더욱 체계화하고, 후발국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명실상부한 ‘글로벌 건강보장 리더’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다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공단의 홍보는 낯간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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