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의 인체조직 기증으로 100여명에 새 생명 불어넣어

[라포르시안]  뇌사에 빠진 30대 초반의 여성이 장기와 인체조직까지 기증을 하고 떠나자 그 가족도 장기기증 희망자로 나서면서 생명나눔정신을 이어갔다.

19일 (재)한국인체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당뇨성 케토산증으로 인한 심정지로 지난 4월 2일 세상을 떠난 故 이루다 씨(여, 32, 사진)가 장기뿐만 아니라 피부, 뼈, 연골, 인대, 건 등의 인체조직을 기증하고 떠났다.

이후 고 이루다 씨의 아버지가 딸을 잃은 절망과 슬픔 속에서도 기증 희망의사를 밝히며 딸의 생명나눔정신을 이어갔다.

고인의 가족은 평소에도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이연희 씨는 "가족 중 백혈병 환자가 있어서 평소에도 생명나눔에 관심이 많았다. 무엇보다 질병과 장애의 고통 속에 살고 있는 다른 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하늘에서 딸도 기뻐할 것 같아서 기증을 선택하게 되었다"며 "사랑하는 딸의 일부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있다고 생각하며 위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체조직기증원 유명철 이사장은 "생명을 나눈 기증자는 물론 갑작스러운 가족의 사망에도 숭고한 선택을 내려준 유가족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며 "고인의 기증과 유가족의 기증 희망, 새 생명으로 이어지는 이 아름다운 생명나눔의 씨앗이 널리 전파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체조직기증은 사후에 피부, 뼈, 연골, 인대 및 건, 심장판막 등을 타인에게 기증하는 것이다.

기증된 인체조직은 처리 및 보관 등의 과정을 거쳐 질병과 장애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이식돼 1명의 기증으로 최대 100여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인체조직기증은 상당히 저조한 편이다.

인체조직기증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국내 인체조직기증 희망서약자는 30만2,368명 정도다. 장기기증 희망서약자(123만2,131명)와 비교하면 1/4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2014년 국내 유통된 인체조직 이식재 38만4,256개 중 약 75%는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수출국의 사정으로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면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2014년의 경우 급성 화상환자에게 이식할 피부(사체 피부)가 심각한 수급난을 겪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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