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턱없이 부족해 대기자 3만명 넘어...기증 희망등록 절차 간소화 해야

[라포르시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도 만났다.

급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18살 이경엽 군도 문 대통령이 만난 환자 중 한명이다. 앞서 이 군의 어머니가 문 대통령 앞으로 손편지를 써서 병으로 학업을 중단한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치료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경엽 군은 조혈모세포 기증을 받아야하는데 일치하는 공여자를 찾더라도 실제로 기증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증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혈모세포나 장기 기증은 현재 무상기증 원칙에 따라 기증에 수반되는 진료비와 유급휴가 보상금 정도만 지원되는데 환자들 입장에서는 제도가 기증자의 선의에만 기대한다는 게 불합리한 일일 수 있다"며 "앞으로 기증이 활성화하도록 기증자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급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이경엽 군처럼 국내에는 2016년 말 기준으로 3만명 이상의 환자들이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장기기증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573명의 뇌사자가 장기기증을 해 2,306건의 신장ㆍ간장 등의 이식이 이뤄졌다. 

장기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도 연간 수백명에 달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장기이식 대기자 중 사망자는 총 5,789명으로 파악됐다. 하루 평균 3명꼴로 장기 기증자를 기다리다 사망하는 셈이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뇌사장기 기증자는 2012년 409명, 2013년 416명, 2014년 446명, 2015년 501명, 2016년 573명 등이다.

기증이 활성화된 스페인, 미국 등 해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장기기증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명당 뇌사기증율은 9.96명으로 스페인(36명), 미국(28.5명), 이탈리아(22.5명) 등과 비교하면 크게 낮다.

장기기증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도 여전한다. 실제로 장기기증 희망자가 정작 기증 순간에 포기하는 일도 적지 않고, 뇌사자 가족이 환자의 장기기증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장기기증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장기이식대기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뇌사자가 발생해도 가족들의 기증거부로 인해 안타깝게 기증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 질병관리본부
이미지 출처: 질병관리본부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매년 10만명 안팎으로, 2016년 말 기준으로 약 131만명에 달한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우편을 통해서 장기기증(각막) 희망등록을 신청했다.
 
장기기증을 활성화 하려면 기증 희망등록 절차를 간소화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15년 실시한 '장기∙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기기증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중에서 실제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는 4.1%에 그쳤다.

등록하지 않은 이유로는 ‘등록방법을 정확히 몰라서'(30.8%), '등록 절차가 복잡해 비시도'(9.6%), '등록을 시도했으나 절차가 복잡해 포기'(3.3%) 등으로 장기기증 희망등록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성이 높은 편이다.

장기 기증을 활성화하려면 미국 등 선진국처럼 운전면허 응시원서에 ‘장기 기증 희망’ 여부를 묻는 항목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자로 운전면허시험이나 정기적성검사를 실시할 때 장기기증 희망 의사를 묻도록 해 장기기증 희망 등록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은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시험이나 정기적성검사, 운전면허증의 발급·갱신 발급과 같은 계기를 활용해 국민들에게 장기 등 기증희망에 관한 의사를 확인하고 기증희망신청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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