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보상재원 분담비율 규제 재검토 기한 연장 검토…의협 “100% 국가가 부담해야” 반대의견 제출

[라포르시안]  지난 2013년 4월부터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과정에서의 의료사고 피해를 보상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제도가 시행됐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2015년 말까지 10건 이상의 관련 보상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원장 박국수)은 최근 환자 및 의료인이 2015년 한 해 동안 의료분쟁 조정·중재제도를 이용한 현황을 분석한 '2015년도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를 발간했다.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12월 말까지 불가항력 의료사고로 청구된 건수는 총 16건이며, 이 가운데 11건에 대해서 총 3억1,500만원의 보상금 지급이 이뤄졌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에 4건의 불강항령 의료사고와 관련해 1억2,000만원이, 2015년에는 7건의 의료사고에 1억9,500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청구 유형별로는 산모 사망 8건, 신생아 사망 7건, 신생아 뇌성마비 1건 등이었다. 이 중에서 산모 사망 6건, 신생아 사망 5건의 보상이 이뤄졌다.

보상 결정이 난 11건 중 9건은 보상금액 상한인 3,000만원 전액을 지급했다. 나머지 2건은 각각 2,000만원과 2,500만원의 보상금 지급 결정이 났다.

표 출처: '2015년도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 중에서.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재원 국가 70%, 분만의사가 30% 분담이른바 '산과 무과실 보상제도'로 불리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는 분만 과정 중에서 의료인이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 피해의 보상재원 일부를 국가와 분만병원이 일정 비율을 나눠서 분담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현행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보상재원 분담 비율은 국가가 100분의 70, 보건의료기관개설자 중 분만 실적이 있는 자가 100분의 30으로 규정돼 있다.

처음에는 보상재원 분담비율을 국가와 분만의사가 5대 5로 하려다가 산부인과에서 강력 반발하자 7대 3으로 비율을 조정하기도 했다.

정부는 시행령을 정하면서 제31조(규제의 재검토)를 통해 '보건복지부장관은 제21조제1항에 따른 보상재원의 분담비율이 적절한지를 2016년 4월 8일까지 검토해 분담비율의 조정 또는 유지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했다.

이 제도를 도입할 때 산부인과 측에서는 의사의 과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앞서 분만 인프라 붕괴를 겪은 일본은 무과실 분만사고에 따른 보상재원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는 '산과 무과실 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비교가 됐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부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재원 분담비율에 대한 규제 재검토 기한을 오는 2019년 4월까지 3년간 연장하는 내용의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에 앞서 관련 단체를 대상으로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시행이 3년 미만으로 분담비율 설정의 객관적 근거를 확보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다.<관련 기사: 분만 한건당 ‘1161원’의 자긍심 강탈당하는 산부인과 의사들>

지난 2013년 3월 28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저출산 시대의 안전한 분만환경 조성 방안-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걸린 플래카드.

대한의사협회는 복지부에 반대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협은 의견서를 통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의 배상에 있어서 단지 분만을 담당했다는 이유만으로 분만 실적이 있는 의료기관에게 보상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관련 법 및 시행령은 과실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와 관련해 책임이 없어도 분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행위의 위험성과 함께 의대생들의 산부인과 기피현상과 산부인과 의료기관의 분만기피현상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또 "임산부가 고령화됨에 따라 고위험 임산부들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담금 부과의 지속은 영세한 의료기관부터 이러한 고위험 임산부의 진료기피 또는 분만포기를 가속화 해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리고, 나아가 2~3차 의료기관의 중복 진료로 인한 의료비의 상승도 유발한다"며 "분만 관련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재원은 복지정책 차원에서 100%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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