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수익성으로 민간차원 접근 어려운 ‘시장실패’ 영역으로 방치…“관련법 제정 등 정책개입 절실”

[라포르시안]  희귀난치성질환은 발병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거나 오랜 시간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와 그 가족들의 의료비 부담이 상당히 크다

게다가 희귀질환의 경우 그 희귀성과 낮은 수익성으로 민간차원의 진단·치료법이나 치료제 연구개발이 힘든 대표적인 '시장 실패(market failure)'의 영역이다.

이런 사정으로 희귀질환자들은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한 채 여러 병원을 떠돌며 고통받는 경우가 많고, 진단 이후에도 고가의 치료제 때문에 감당하기 힘든 의료비 부담으로 이중삼중고를 겪는 일이 흔하다.

선진국에서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도록 관련 법규정을 제정, 희귀질환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사업의 예산지원을 명시하고 희귀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지정 및 공급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희귀질환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희귀질환의 조기진단, 재활 및 예방을 위한 연구와 체계적인 의료비 지원 등이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국회에서 이런 문제를 논의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희귀질환재단(이사장 김현주)는 오는 9월 1일 오전 9시30분부터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에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제목으로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 주최로 열리는 이번 토론회는 자신의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지 못했거나 혹은 오진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고통받으면서 정부의 ‘희귀난치성질환 의료비 지원사업’에서조차 소외된 의료난민과 같은 상태의 희귀질환자 및 가족들을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희귀질환재단 김현주 이사장의 '한국 희귀질환의 현주소'에 대해 발제와 함께 ▲정부의 희귀질환 지원 정책(질병관리본부 심혈관희귀질환과 박현영 과장) ▲희귀질환 관리법 제정과 전망(이명수 의원실 주해돈 수석 보좌관) ▲유전상담 서비스와 유전자 검사(관련 환자 및 가족) 등이 국회의 '희귀질환 관리법 제정과 전망, 정부의 희귀질환 지원정책에 대한 발표와 유전상담서비스와 유전자검사에 대한 환자와 가족의 발표가 준비돼 있다. 

토론회에는 다수의 희귀질환 환자가족이 참여해 국내 희귀질환 관련 정책의 미비점과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희귀질환 관련법 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19대 국회에는 여러 건의 희귀질환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다른 현안에 밀리거나 타 질환과의 형평성을 따지는 여론 탓에 단 건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이명수 의원도 2012년 6월 '희귀난치성질환 관리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으로하여금 희귀난치성질환 연구개발 사업, 희귀난치성질환검진사업, 희귀난치성질환자 관리사업 및 희귀난치성질환 등록통계사업 등을 시행하도록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희귀난치성질환의 치료에 드는 비용을 예산 또는 희귀난치성질환관리기금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희귀난치성질환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와 희귀난치성질환자의 진료 등을 위해 국립희귀난치성질환센터를 설립ㆍ운영하는 법률적 근거도 담고 있다.

이명수 의원은 "우리나라는 희귀난치성질환에 관한 정의조차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며, 지원대상자의 선정기준이 지속적·안정적이지 못하며 희귀난치성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부족해 희귀난치성질환의 예방·치료 및 관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희귀난치성질환은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영역으로, 관련 입법을 통해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입법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희귀질환자를 위한 지원법규가 미비한 가운데 관련 지원예산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희귀질환재단에 따르면 현재 정부의 희귀난치성질환 의료비 지원사업의 지원대상 질환은 6년째 134개에 머물고 있으며, 지원예산은 2009년부터 해마다 삭감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지원 사업’ 예산은 2013년 315억원에서 2014년 297억원으로 줄었고, 2015년에는 267억원으로 편성했다.

예산이 계속 줄면서 희귀난치성질환자 468만 명 중 91%가 산정특례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으며, 질병코드조차 없어 통계자료마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희귀난치성질환 산정특례 재정의 많은 부분이 실제 희귀질환의 범주(유병률 2만 명 미만)에 해당되지 않는 만성질환군에 투여되고 있어 희귀난치성질환 산정특례 대상질환 선정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희귀질환재단의 설명이다. 

희귀질환재단 김현주 이사장은 "이렇다 할 치료법도, 전문적인 치료기관도 부족하고 심지어는 정확한 진단조차 어려워 난민처럼 떠돌아야 하는 희귀질환 환자들의 삶에 공익재단과 정치권의 협력으로 희망의 씨앗이 싹 틔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희귀질환 환우들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실천적인 계획을 수립해 나가는 데 시민사회와 정치권, 언론계와 희귀질환 당사자들이 힘을 모아달라"고 관심을 호소했다. 

한편 토론회에서는 제대로 진단조차 받지 못한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미개봉 독립영화 '진단 받지 못한, 의료난민'(Undiagnosed, 'Medical refugee')의 일부를 상영하는 시간도 갖는다.

'진단 받지 못한 의료난민'은 미국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로, 미진단 희귀질환으로 여러 병원을 떠돌며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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