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대면진료는 아니지만 원격진료도 아니다” 궤변…송재훈 병원장 향한 비난 목소리 쏟아져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전화(스마트폰)를 이용한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해놓고 '전화 진료는 원격진료가 아니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 18일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을 이용하는 외래환자(재진에 한해)가 전화로 담당 의사와 통화해 진찰을 받고, 의약품 처방전을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에 팩스로 발송한 후 해당 약국에서 의약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 지침은 삼성서울병원에 한해서만 적용되며, 부분 폐쇄 조치가 풀리는 24일까지만 유효하다.

복지부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과장은 18일 본지와 통화에서 "삼성서울병원 외래를 이용하는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침을 만들었다. 실제로도 민원이 많이 들어왔다"면서 대면진료가 아니므로 원격진료라고 보는 것 같다. 대면진료가 아닌 것은 맞지만 원격의료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원격의료는 화상 모니터 등 정보통신기기를 활용해 재진 환자와 만성질환자를 보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이 지침은 전화 진료만 허용했다. 원격의료와는 거리가 멀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른 의료기관에서 삼성서울병원 환자 진료를 꺼리는 분위기도 이 지침이 나온 배경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처음에 삼성서울병원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하고 처방을 내기로 얘기가 됐는데 작동이 안되고 있다. 환자들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니 경계하는 분위기가 것 같다"며 "실제로 전화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협회는 복지부의 지침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이다. 

의협은 성명을 통해 "메르스 확산 저지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와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원격의료 허용을 들고 나온 상황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면서 "메르스 확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삼성서울병원이 원격의료 도입을 요청한 것이나, 이를 허용한 복지부 모두 통렬한 자기반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쏘아붙였다.

의협은 "만성질환자 등 경증 재진환자는 지역 인근 병의원을 통해 대면진료를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게다가 경증의 재진환자는 현재 의료법에서도 가능한 의사-의사간 원격의료로도 충분히 환자의 처방전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청희 의협 상근부회장은 "복지부 이형훈 과장에게 항의전화를 했더니 '원격의료 모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입안했다. 팩스로 처방전 받는 것이 무슨 원격의료냐'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의료계 내부에 형성된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동정 여론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2차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여론의 비난을 받자 '메르스 사태는 정부의 허술한 초기대응과 부실한 의료체계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삼성서울병원에 책임을 돌리려 한다'는 동정 여론이 형성됐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의 요청으로 복지부가 원격진료를 허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론이 완전히 돌아섰다. 실제로 의협 홈페이지 게시판과 '닥플' 등 의사 커뮤니티에는 삼성서울병원과 송재훈 원장을 비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의료계 한 관계자는 "어떤 배경이 작용했는지 모르지만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큰 배신감을 느낀다"면서 "얼마 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메르스 관련해 원격의료 효용성을 강조한 발언을 했는데 이번 사안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결국 장사꾼인 삼성그룹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편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이 지난 17일 국립보건연구원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메르스 사태에 대해 사과한 다음날 원격진료 허용이 발표되면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송재훈 병원장이 박 대통령 앞에서 허리를 깊이 숙이고 인사하며, 계속 고개를 숙인 채 난감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의료계의 강한 거부감을 샀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대처 실패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은 하지 않고, 이 기회를 이용해 원격의료를 통과시켜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파렴치범이 되려고 한다"며 "대통령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삼성서울병원장의 모습은 이러한 뒷배경을 봐주십사 하는 청탁의 인사에 다름 아니었던 것인가"하고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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