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밀도·의료기관 접근성 훨씬 높아…최초 확진 환자 사실상 ‘슈퍼 전파자’ 역할

[라포르시안] 어제 하루 동안 5명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전체 감염자 수는 12명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9일 자녁 메르스 검사를 실시한 결과, 최초 메르스 확진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환자 2명이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2명의 환자는 모두 B병원에서 지난 15~17일 사흘간 첫 번째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었다.

앞서 중국으로 출장 간 40대 남성(세 번째 환자의 아들)이 현지에서 시행한 메르스 검사 결과, 최종적으로 양성으로 확진됐다는 통보를 받아 열 번째 환자가 됐다.

메르스 감염자 수는 12명으로, 29일 오후 기준으로 메르스 환자와 접촉해 격리 관찰 중인 사람은 127명으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첫 메르스 환자로 확진된 60대 남성 A씨는 지금까지 최소 8명 이상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A씨가 '슈퍼 전파자(super spreader)'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슈퍼 전파자란 전염성 감염 질환이 발생했을 때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킨 사람을 가리킨다.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환자 1명이 몇 명의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지 의미하는 수치)는 보통 0.6~0.8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도 이를 근거로 메르스가 감염력이 낮다고 판단해 최초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에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씨가 지난 20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4개 병원을 경유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과 밀접 접촉을 가지면서 슈퍼전파자 역할을 했을 것이란 점을 간과했다. 

지금까지 추가로 감염된 환자 대부분이 A씨와 같은 병원에서 입원했던 환자라는 점을 감안하며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다.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가 중동 지역 국가의 환자발생 현황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한림대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일반적으로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가 0.6~0.8 정도이지만 이는 대부분 중동 지역의 감염환자 발생 현황을 근거로 한 것"이라며 "메르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사우리아라비아처럼 중동 지역은 국토가 넓고 인구 밀도가 낮은 반면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인구 밀도도 높기 때문에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가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이나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은 의료기관 접근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도 메르스 감염이 확산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최초 환자는 물론 다른 감염자 중에서도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자 곧바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 내 밀접 접촉으로 인한 감염이 더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감염병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메르스 대유행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구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는 지난 29일 "현재까지(29일) 9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는데 모든 첫 환자와의 밀접한 접촉으로 인한 2차 감염이다"며 "앞으로 밀접 접촉자 중 일부에서 확진 환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2차 감염 환자로부터 3차 감염이 발생하거나 새로운 유입환자가 발생하지 않아서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학회는 "앞으로 1~2주 동안 밀접 접촉자 중 새로운 확진환자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그리고 새로운 유입환자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주의 깊은 감시와 대응이 필요하다"며 "차제에 국가 차원의 감염병 대응 시스템과 가이드라인 마련돼야 한다. 처음 접하는 전염병이라도 체계적으로 대응방안이 마련돼 있으면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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