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제도개선 방안에 의료계 발끈…“조건 없는 폐지 아니면 안돼”

[라포르시안] "의사 1인당 진료시간 공개라니 말도 안된다. 이럴 바에야 그대로 놔두는 게 낫다."

보건복지부가 차등수가제 폐지를 검토하면서 그 대안으로 의료기관별 의사 1인당 1일 평균 진료인원 수를 차등수가제 적용기준에 따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의료계에선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강한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7일 의사협회 등 공급자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차등수가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복지부가 내놓은 방안은 수가를 차감하지 않는 대신 의료기관별로 의사 1인당 평균 진료시간을 공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공급자와 가입자 단체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차등수가제 폐지를 위한 최종안을 마련, 연내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그러나 차등수가제 폐지를 추진하면서 의사 진료시간 공개를 추진하는 방안을 놓고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의협 관계자는 "복지부가 차등수가제 폐지를 검토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제도개선을 약속했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이렇게 사족을 붙일 바엔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가 의료공급자 단체에 차등수가제 폐지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도 전달하지 않았다. 공급자와 가입자단체 여론을 떠보기 위해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며 "차등수가제에 대한 의협의 입장은 조건 없는 폐지다. 진료시간 공개와 같은 단서조항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개원가에서는 이른바 잘나가는 상위 10%를 제외하면 차등수가제가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개원내과의사회 한 임원은 "차등수가제는 이비인후과와 소아청소년과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외에 극소수 의원만 차등수가제 적용을 받고 있다"면서 "사실상 제도로서 수명을 다한 차등수가제를 없애면서 진료시간 공개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있으나 마나 한 차등수가제는 그대로 두어도 된다. 정작 중요한 것은 노인진료비 외래본인부담 정액제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복지부가  차등수가제를 폐지하면서 의사 진료시간 공개 대상으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까지 포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상급종합병원은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말이 있듯 외래환자가 과밀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경증질환 외래진료 억제 차원에서  이 카드를 뽑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브란스병원 고위 관계자는 "만약 의사 1인당 진료시간 공개 제도가 시행될 경우 최대 피해자는 상급종합병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은 차등수가제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박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차등수가제란 2001년 당시 늘어난 건보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 5년간 한시적으로 시작되었던 제도이다. 그런 제도가 세월이 지나면서 고착화되고 지금은 동네병원을 압박하는 징벌적 규제로 남아 있다"며 "차등수가제가 당연히 반드시 폐지돼야 야 할 적폐"라고 지적하며 제도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문형표 복지부장관은 "차등수가제의 대안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폐지를 포함해 진료과간 형평성 문제 등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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