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별로 최고 20% 인상…“비급여 영역 축소로 지급 보험금 줄어 오히려 내려야 할 판”

[라포르시안]  올 1월부터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가 보험사별로 최고 20% 가까이 인상된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로 비급여 영역이 줄면서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하는 민간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를 인상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별로 상해나 질병에 따른 병원비의 90%까지 보상해주는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보험료를 1월부터 일제히 인상한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보험급여의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이다.

현재 출시된 실손의료보험은 상해에 따른 입원·통원치료, 질병에 따른 입원·통원치료 등 4가지를 보장하고 있으며,  이 4가지 모두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에 가입했을 경우 보험료 최대 인상폭이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보험료가 인상되는 배경은 2009년 10월 '실손의료보험 보장내용 표준화' 이후 판매된 상품의 5년간 보험료 인상 유예기간이 지난 10월로 만료됐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서 보험개발원은 실손의료보험 상품 판매 이후 최소 5년간의 통계치를 반영한 위험률을 지난 12월 각 보험사에 제시했다.

보험개발원이 제시한 위험률은 8.8%로, 각 손해보험사는 이러한 위험률을 참고해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상률을 결정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등은 가입자의 연령과 보장 범위 등에 따라 최대 20% 가까이 인상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실손의료보험료 인상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에 따라 급여 범위를 점차 강화하면서 비급여 진료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의 실제 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 실손의료보험이 가입자에게 지급해야할 보험금 부담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보건복지부, 금융감독원 등에서 제출받은 국감자료를 토대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따른 실손의료보험의 반사이익 금액을 추계한 결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건강보험에 투입되는 12조7,960억원 중 민간보험회사가 얻는 반사이익은 총 2조5,379억원에 달했다.

특히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민간보험사에 납부하는 보험료 총액이 연간 4조5,693억원(2013년 4월~2014년 3월)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보험사는 건보 보장성이 확대됨에 따라 연평균 최대 11.1%의 실손의료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민간보험사가 상당히 큰 반사이익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서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가 2011년부터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간 관계 조정을 위해 ‘개인의료보험정책협의체’를 구성했지만 민간보험 반사이익에 관한 실질적인 논의는 지난해 6월부터 비로서 진행됐다.

개인의료보험정책협의체의 논의 수준도 모니터링과 연구용역을 실시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감에서 김용익 의원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따른 민간보험사의 반사이익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에게 모두 돌려줘야 한다"며 "복지부는 민간보험 반사이익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금융위원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국민이 실손보험료를 더 내는 일이 없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복지부와 금융위는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금융위는 최근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안정화 방안'을 통해 보험금 지급관리 체계가 허술한 보험사의 경우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자기부담금 비율을 10%에서 20%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료계  "건보 보장성 확대 따른 실손보험료 인하 방안 마련돼야" 의료계에서도 이런 조치가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고 보험사의 배만 불리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금융위가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안정화 방안'이 민간보험사의 수익 증대를 위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의협은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정책이 보장성 강화라는 목표 아래 급여 범위를 점차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비급여 진료가 줄고 있는 만큼 환자의 실제 부담금을 지원하는 실손보험료 인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그런데 오히려 보험료 안정화 방안이라는 명목으로 보험사의 수익을 증대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건강보험상의 비급여 진료가 점차 급여항목으로 전환돼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감소하고 있으므로 실비를 보상하는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당연히 인하돼야 한다"며 "민간보험사의 배만 불리기 위한 실손보험 안정화 방안에 대해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로서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민간보험 대책 TFT를 구성하고, 시민·환자단체와 공조해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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