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진흥원, 무리한 투자 이어 공공기관 전환까지 추진…“사업실패 책임부터 져야”

▲ 코리아메디컬홀딩스 홈페이지 초기화면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월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과 의료기술 및 산업의 해외진출을 전담하는 민관합작기업으로 코리아메디컬홀딩스(이하 KMH)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KMH의 최대 주주는 26.1%의 지분을 갖고 있는 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다.

보건산업진흥원 외에 한국산업은행이 11.2%의 지분을, 그리고 6개 민간병원과 한국의료수출협회에서 나머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KMH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의료수출 촉진'을 주도하는 민관 합작으로 설립됐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회사의 부실한 사업실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은 보건산업진흥원 국정감사에서 KMH 설립 사업은 사실상 실패했음에도 퍼주기식 지원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남윤인순 의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 회사에 지난해 10억5,000만원을, 그리고 올해에도 9억4,000만원을 민간경상보조비로 지원했다.

출범 이후 KMH가 추진한 주요 사업은 ▲사우디 킹파드왕립병원과 한국 5개 센터 기술이전 지원 ▲한-사우디 헬스 IT 협력프로젝트 전략수립․수주지원 중 혈액관리 시스템구축사업 제안 ▲사우디 심장병원 위탁운영 지원 ▲사우디 민간병원 질관리 협력사업 ▲사우디 전문병원 의료기획 및 건축 사업 ▲보건의료 R&D 및 의료기술이전 사업 등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 모두 현재 사우디측 의 의사결정을 기다리는 상태다.

남윤인순 의원은 "KMH의 사업현황을 보면 주요 6개 추진 사업의 대부분이 '현재 사우디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태'이거나 '지연' 되고 있는 상태"라며 "KMH의 2013년 3월부터 2013년 12월 말까지 지난해 손익계산서를 보면 벌써 영업 손실이 6억4천만 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 역시 'KMH가 상대국 정부 의사결정 지연 등으로 인해 단기적 수익창출에 실패'했다고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가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복지부와 진흥원은 민간경상보조와 추가 증자를 통해 지원을 계속했다.

남윤인순 의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KMH에 대해 2013년 12월 30일과 2014년 3월 31일 두 차례에 걸쳐 ‘민간경상보조 사업수행기간 연장 신청’을 승인했다.

특히 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 5월 16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KMH에 대해 추가로 2억원의 증자를 결정했다.

당시 진흥원의 이사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KMH의 실적 부진과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한 참석자는 "(추가 증자가)국정감사 시 지적 될 소지가 있으며, 계속적으로 당기순이익이 줄어들고 있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생성될 자금이 줄어들고 있으며, 향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 고갈 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또다른 참석자는 "KMH가 역할은 많이 하고 있으나 컨설팅으로 수익을 많이 발생시키는 어려우므로, 그간 사업에 대해 금전적인 보상은 받지 못하더라도 여러 가지 노력에 대한 사항이 정리돼야 감사 등에 대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부진과 투자리스크가 크다는 우려 때문에 한국산업은행 등의 다른 주주들은 KMH에 대한 추가 출자를 거부했지만 진흥원만 홀로 증자를 한 것이다.

▲ 출처 : 남윤인순 의원 국정감사 보도자료.

"민간 지분을 공공기관에 양수 추진…한국의료 진출 전문기구로 육성" 여기에 한술 더 떠 복지부는 KMH의 공공기관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열린 KMH 주주총회에서 민간 지분을 공공기관으로 양수도하는 방향에 합의가 이뤄졌다.

이런 결정에 따라 민간 의료기관 등이 보유한 KMH 지분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투자설명회를 거친 후 지분 양수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복지부 해외의료진출지원과는 "공공성 확보를 통해 현재 KMH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간 협력사업의 공공성과 투명성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KMH의 경영정상화와 더불어 공공성 확보, 전문성 및 역량 강화를 통해 한국의료 진출의 전문기구로 육성하고 세계진출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기반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사업실적도 없는 민관합작기업을 아예 공공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으로, 성과도 불분명한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고 그 실패를 메우는데 또다시 국민혈세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국감에서 남윤인순 의원은 "의료수출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를 실현한다는 명목으로 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국민혈세를 무리하게 투자해 KMH를 계륵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며 "복지부와 진흥원은 KMH의 사업실패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회사를 설립할 당시 복지부에서 비리를 저질러 퇴출된 전직 직원이 실무를 총괄하는 부사장직에 임명되면서 관피아 논란도 제기됐다.

KMH 부사장인 L씨는 지난 2009년 1,929억원 규모의 복지부 전자바우처 입찰비리 사건에서 내부 입찰정보를 지인에게 제공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퇴직한 인물이다.

당시에도 이를 두고 논란이 됐지만 복지부는 "KMH 설립당시 사장에 대한 선임 없이 부사장 및 비상임이사에 한해 주주의 추천으로 발기인 총회에서 2명의 후보자에 대해 논의한 후 다수표를 얻은 L씨를 부사장으로 선임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L부사장은 지난해 복지부가 ‘100세 건강시대를 이끄는 미래의료기술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한 미래의료 원정대의 총괄위원으로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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