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G백신 생산용 국산 종균 개발 실패로 생산시설 3년째 ‘개점휴업’…“외국 제조사 사정으로 올 하반기 백신 공급 차질”

[라포르시안]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인 결핵예방 BCG 피내용 백신의 국내수입 지연으로 일부 보건소 및 의료기관의 백신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배경에는 BCG백신의 국산화를 위해 질병관리본부 주도로 추진한 ‘국가 BCG 백신 생산시설 구축 및 생산사업’이 엉터리로 추진된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결핵예방 BCG 피내용 백신<사진>의 제조사인 덴마크 SSI사의 사정으로 백신 출하가 지연됨에 따라 국내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보건당국은 이 때문에 일부 보건소 및 의료기관의 BCG 백신 부족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백신수급 조절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기관 및 보호자의 협조를 당부했다.

복지부는 "BCG 백신은 9월 말에 덴마크 제조사에서 출하(선적)될 예정이며, 국가검정과정을 거쳐 보건소와 의료기관에 12월 중 공급될 예정"이라며 "BCG 피내용 백신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백신수급량 모니터링, 백신 재고량 효율적 분배, 폐기량 감소 등 적극적인 백신 수급조절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영유아 보호자들은 당분간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BCG 예방접종 전에 지역별 접종기관(보건소, 의료기관), 접종요일 및 접종시간을 확인해, 지정된 일정에 접종기관을 방문해 줄 것"을 당부했다.

허술한 ‘국가 BCG 백신 생산시설 구축·생산사업’…국산 종균 개발 실패올해부터 BCG 백신 국산화 계획도 2018년으로 늦춰져

상황만 놓고 보면 보건당국 차원에서 백신 공급 부족에 대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 같다.

하지만 BCG 백신 부족상황이 초래된 원인을 좀 더 짚어보면 보건당국의 정책 실패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결핵환자가 최근 수년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면서 OECD 회원 국가와 비교할 때 결핵 발생률과 유병률, 사망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결핵으로 신고된 신환자는 3만9,557명(인구 10만명당 80.7명)으로 OECD 가입국 중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는 결핵퇴치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해 오는 2020년까지 결핵환자 수를 인구 10만명당 50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 표 출처 : 국회예산정책처 '2013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 보고서

특히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BCG백신의 국산화를 위해 질병관리본부 주도 아래 대한결핵협회를 통한 ‘국가 BCG 백신 생산시설 구축 및 생산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에는 담배에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을 기반으로 총 22억5,100만원을 지원하는 계획이 수립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사업을 통해 전남 화순군 화순읍 내평리에 위치한 녹십자 백신공장 내에 지난 2010년 5월에는 결핵 예방을 위한 BCG백신 생산시설 설치에 착수, 이듬해인 2011년 4월 연간 최대 1000만 도즈의  생산시설을 완공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부터 녹십자 백신공장이 바쁘게 돌아가며 BCG백신을 생산하는 단계에 접어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 생산시설은 완공된지 3년째 '개점휴업' 상태다.

생산시설이 완공된지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국산 BCG백신이 생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생산용 종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지난 2009년 덴마크 SSI사와 BCG백신 생산기술과 생산용 종균 확보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SSI사가 새로운 계약조건을 내세우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다가 결국 생산기술과 생산용 종균 확보 계획이 무산됐다.

결국 2011년 6월 결핵협회 산하 결핵연구원이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제공받은 균주를 토대로 연구에 착수해 2012년 7월 'BCG-Korea'라는 종균을 개발했다.

이후 결핵연구원은 BCG-Korea 종균생산 및 테스트 사업을 마치고 당초 2013년부터 비임상·임상시험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복지부 산하 예방접종심의위원회에서 BCG-Korea 종균의 백신생산 적합성 및 안정성을 검토한 결과, 2013년 6월 백신생산용으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덜컥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 녹십자 화순 백신공장 전경.

그렇게 또 1년여가 흐르고 보건당국은 올해 4월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에 균주 제공을 요청하면서 국가 BCG 백신 생산시설 구축 및 생산사업 일정은 차질이 빚어졌다. 

결국, 수십억원을 들여 녹십자 백신공장 내 설치한 BCG백신 생산시설은 3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녹십자는 올해 초 화순 백신공장의 BCG백신 자체생산 예정 시기를 2013년에서 2018년으로 변경했다는 내용의 '장래사업·경영 계획 정정공시'를 냈다.

BCG백신의 국내생산은 적어도 3년 이상 기다려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문정림 의원(새누리당)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며 "사업 추진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위한 연구인력 확보와 조직구성 및 배치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극소수의 인력으로 국산 BCG 백신 개발이라는 중차대한 업무를 추진해 왔다는 것은 백신 품질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며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조속히 BCG 백신 개발 업무 특성에 부합한 결핵연구원 연구 인력 적정성 검토와 인력확보 및 배치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이 안일하게 대응해온 탓에 올해 또다시 결핵예방 BCG백신의 공급부족 상황을 초래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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