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계는 여성CEO 전성시대…“투명한 경영 환경·전문성 중심의 인재 활용”

[라포르시안] 국내 제약사에는 여성CEO가 언제쯤 등장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제약사에 여성CEO가 느는 반면 100년 역사를 넘긴 국내 제약계에는 아직까지 여성CEO가 전무한 실정이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회원사 기준으로 현재 총 7명의 여성CEO가 경영 일선에서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 김옥연, 김은영, 박희경, 배경은 사장.
▲ 사진 왼쪽부터 유수연, 주상은, 리즈채트윈 사장

다국적 제약사의 여성CEO로는 김은영 사장(한국BMS), 유수연 사장(멀츠), 주상은 사장(레오파마), 배경은 사장(사노피아벤티스), 김옥연 사장(한국얀센), 박희경 사장(젠자임코리아), 리즈 채트윈 사장(한국아스트라제네카) 등이다.  여성 CEO의 연령대도 전부 40대로 상당히 젊은 편이다.

한국레오파마 주상은 사장이 1965년생으로 가장 연령대가 높고, 최근 임명된 한국BMS의 김은영 사장은 1974년생으로 올해 40세에 불과하다. 리즈 채트윈 사장은 유일하게 외국인 여성 CEO다.

제약계는 전문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다국적 제약사의 환경과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제약정책이 맞물리면서 여성CEO 배출을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국적 제약사의 한 임원은 “최근 들어 쌍벌제와 리베이트 투아웃제 등의 정책이 속속 도입되면서 제약 영업환경도 과거와 달리 투명한 경영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면서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다수의 여성CEO가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 제약사에서 여성CEO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매출대비 상위 20개사의 CEO 현황을 살펴본 결과, 여성CEO는커녕 여성 임원조차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여성 홍보 임원으로는 한독의 이주현 상무가 유일하다.

국내 제약사에서 여성CEO가 배출되지 못하는 이유로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제네릭 위주의 성장을 해온 탓에 인재 선발이나 승진에서 영업실적을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국내 A제약사 임원은 “국내 제약사의 CEO는 대부분 영업사원 출신이다. 그만큼 영업실적으로 승부를 걸어서 CEO까지 올라간 사람들”이라며 “아무래도 제네릭 위주의 경영을 펼칠 수밖에 없는 국내 제약계 환경에서는 여성CEO가 나오기 힘들다. 영업사원의 대부분이 남성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제약사의 '오너 중심' 경영 체계도 여성CEO 배출의 장애물로 여겨진다. 

B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 1세대인 창업주들은 후계구도에서 딸보다는 아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제약산업 특성상 대부분이 오너체계임을 감안하면 여성CEO가 탄생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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