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상1상 면제 연구자 임상범위 모든 줄기세포치료제로 확대 추진

[라포르시안]  정부가 보건의료 연구·임상 활성화를 위해 상업 임상 1상을 면제할 수 있는 연구자 임상 인정범위를 모든 줄기세포치료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보건의료 분야 투자활성화 대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줄기세포치료제가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금지제도 시행에 따른 혼란이 발생하자 "국민이 실험대상이 됐다"고 국토교통부 장관을 질책한 것과 상반되는 정책이다.

앞서 정부는 오늘(12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건의료, 교육, 관광 등 유망서비스 활성화대책을 확정했다.

정부가 확정한 보건의료 분야의 활성화 대책 중에서 보건의료 연구․임상 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상업 임상 1상을 면제할 수 있는 연구자 임상 인정범위를 모든 줄기세포 치료제로 확대 ▲유전자 치료제 연구 허용 기준 완화 등이 포함돼 있다.

현재 상업 임상 1상을 면제할 수 있는 연구자 임상 인정범위는 자가줄기세포 치료제로 제한돼 있다.

이는 식약처가 2012년 2월 '생물학적제제등의 품목허가 심사규정' 개정을 통해 자가세포치료제 연구자임상을 통해 제품의 안전성이 확보되는 경우 이를 근거로 임상 1상을 면제토록 한 관련 고시를 근거로 하고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련 고시를 개정해 모든 줄기세포치료제로 상업 임상 1상을 면제할 수 있는 연구자 임상 인정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 1상은 소수의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하며 대상시험 질병의 위험도가 높은 항암제 등은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하기도 한다.

임상 1상에서는 해당 약물이 인체에서 약리작용과 부작용,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는 내약용량 등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모든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해서 이러한 안전성과 부작용에 대한 확인없이 곧바로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단체연합 최규진 기획부장(의사)은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줄기세포는 체내의 여러 곳에 이동해 장기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 검토를 위해 장기간 추적관찰을 필요로 한다"며 "따라서 임상시험에서 피험자가 중도 탈락하는 경우 이식된 세포가 장기간 생존할 가능성이 있어 환자에 대해 장기간 모니터링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피험자의 사망 후 부검에 대한 동의를 받을 필요가 있을 만큼 임상시험에 있어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과 동물실험에서 줄기세포치료제 이식 후 암세포로 전환된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 되고 있다.

최 부장은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이 많은 나라이며, 인구 대비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디"며 "이는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느슨하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서 임상 1상의 면제 대상을 자가줄기세포에서 모든 줄기세포 치료제로 확대한다는 것은 전 국민을 실험용 모르모트로 취급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우려했다.

“유전자 치료 연구 허용기준 완화는 의료윤리 위배”

유전자 치료제의 연구 허용 기준 완화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올 하반기에 생명윤리법 개정을 통해 유전자 치료제의 연구 허용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행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제 연구는 '유전질환, 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면서, 현재 이용가능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에 해당될 때만 허용된다.

정부는 이같은 기준을 개정해 둘 중 하나만 해당될 경우에도 유전자 치료제 연구를 허용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부장은 "유전자 치료제 연구는 줄기세포 치료보다 더 위험한 연구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유전자치료제 임상시험 참여자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유전자 연관성’이 보고된 거의 모든 질환에 대한 연구에 환자 참여를 가능하도록 안전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전자 치료는 1990년 처음 시작한 이래 임상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해 아직까지 단 하나의 치료제도 허가를 받은 것이 없다"며 "미국 FDA에서도 어떤 인간유전자 치료제품도 판매토록 허가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에 따르면 1999년 '오르니틴 트랜스카복실화효소'(ornithine transcarboxylase) 결핍증(OTCD) 치료를 위해 자원한 18세 환자가 치료 4일만에 다수 장기의 마비로 사망했고, 레트로바이러스에 대해 유전자 치료를 받은 2명의 '중증합병면역결핍증'(SCID) 환자의 경우 유전자 이입 3년 후 백혈병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최 부장은 "유전자 치료는 임상시험 적용은커녕 기초 연구 단계에서부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임상시험 적용을 위해 기준을 완화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의료윤리적 측면에서도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가 줄기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의 임상연구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관련 치료제 시장 전망을 과장해서 주장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정부는 관련 대책을 발표하면서 줄기세포 치료제의 세계시장 규모가 2012년 33조원에서 2020년 123조원으로, 유전자 치료제는 10조원에서 21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관련시장 규모를 추산한 근거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생성한 자료가 아니라 관련 민간 컨설팅 업체의 자료를 근거로 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최 부장은 "유전자 치료제는 지금까지 허가된 것 조차 없는데 어떻게 2012년 시장 규모가 10조원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이런 식의 거짓 경제규모 추계가 바로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치료제들이 주식시장의 테마주로 활용돼 주식으로만 돈을 버는 바이오벤쳐기업들을 우후죽순으로 만드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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