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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길 봐라! 이렇게 많은 ‘송파 세모녀’가 있다북부병원 '301네트워크' 운영 통해 방치된 보건복지 사각지대 드러나…"건강보험 대상 의료취약층 수두룩"

정부, 부정수급 적발에만 팔걷고 빈곤층 의료보장 책임은 방치

[라포르시안]  지난 2월 말,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주택 반지하 방에 세들어 살던 60대의 어머니와 30대 초중반의 두 딸 등 세모녀가 번개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 모녀는 12년 전 아버지가 방광암으로 사망하며 진료비 등으로 많은 빚을 남겨 생활고에 시달렸다.

두 자매 중 큰 딸은 고혈압과 당뇨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병원비 부담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딸은 신용불량 상태라 변변한 직업도 갖지 못했다고 한다.

그나마 두 딸의 어머니가 식당일을 하며 버는 150만원의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오다 자살하기 한달 전 쯤 어머니가 넘어져 다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되자 수입이 끊겼다. 

세모녀의 안타까운 자살사건 이후 확인된 사실은 이들이 철저하게 복지와 의료사각지대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는 점이다.

큰 딸은 고혈압과 당뇨로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병원비 부담으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매달 보험료 4만9000원가량을 꼬박고빡 납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세모녀는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의료급여 등의 수급신청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복지제도를 제대로 몰랐거나 신청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복지 수급권의 획득 절차에 버거움을 느꼈을 수도 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어머니가 식당일을 하면 벌어들이는 수입(150만원)이 3인 가구 최저생계비(132만원)를 조금 상회했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이나 의료급여 등의 수급자 신청을 했더라도 자격기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일 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복지제도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혹은 지자체나 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손길을 뻗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 지난 17일 서울시 북부병원에서 301네트워크 1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301네트워크' 이용한 의료취약층의 47% 건강보험 대상자그런데 '송파 세모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의료취약층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공공병원이 지난 1년간 의료취약층을 위해 운영한 복지 네트워크를 통해 건강보험 가입자임에도 불구하고 병원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의료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으며, 이로 인해 직장도 잃고 더욱 심한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북부병원(원장 권용진)은 지난 17일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취약층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301네트워크'가 출범 1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제도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301네트워크는 보건·의료·복지를 하나로 묶은 통합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기 위한 구축된 보건의료복지연계센터 개념으로, 지난해 4월 출범했다.

2012년 12월 북부병원장으로 임명된 권용진 원장은 공공의료에 대한 이론적인 고민에서 실제로 공공병원 운영을 맡은 이후 지역 내 의료복지 자원을 연계하는 게이터 키퍼로써 일종의 ‘커뮤니티 호스피탈’ 역할을 담당하는 방안을 모색한데서 비롯됐다.

권 병원장은 301네트워크를 출범하면서 지역내 구청, 주민센터, 보건소, 복지관 등 유관기관과 협력을 통해 각 기관에서 관리하고 있는 취약계층 중 의료적 문제가 발생한 대상자를 적극 발굴해 진료의뢰를 하면 북구병원에서 대상자의 치료계획 수립은 물론 치료 후 정상적 사회복귀를 위한 지원까지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301네트워크의 가장 큰 특징은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을 찾아내고 직접 찾아다닌다는 점이다. 

▲ 서울시 북부병원은 중랑구청 등 지역내 보건·의료·사회복지 유관기관 36곳과 ‘301네트워크’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북부병원은 301네트워크를 출범하면서 구청, 주민센터, 사회복지관과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의료취약층을 적극 발굴하는 것은 물론 병원내 공공의료팀(권용진 병원장이 직접 팀장을 맡았다)이 팔을 걷어붙이고 대상자들의 가정을 찾아가는 열성을 보였다.

이를 통해 지난 1년간 301네트워크를 통해 의료복지 통합서비스를 제공받은 수혜자가 총 204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에 대한 통합서비스를 의뢰한 기관은 보건소 48명(23.5%), 구청 47명(23.1%), 복지관 38명(18.6%), 기타 38명(18.6%), 주민센터 33명(16.2%) 등이었다.

301네트워크 이용자들은 ▲의료적 문제 발생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야기된 의료사각지대 대상자 ▲경제적 취약계층(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소득수준 최저생계비 200%이하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독거노인, 한부모가정, 장애인 등) ▲사회적 소외계층(외국인 노동자, 난민, 북한이탈주민, 다문화 가정)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301네트워크 이용자 중에서 건강보험 대상자가 96명으로 전체의 47.1%로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 83명(40.7%), 차상위계층 15명(7.4%), 외국인 및 일반환자 7명(3.4%), 의료급여 2종 수급권자 3명(1.4%) 등의 순이었다.

301네트워를 통해 보건복지 통합서비스를 제공받은 이들은 바로 '송파구 세모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의료취약층으로 봐도 무방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세모녀가 매달 건강보험료는 꼬박꼬박 내면서 실제로 몸이 아팠을 때는 병원비 부담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질병이 방치되고 악화되면서 고용상실로 이어져 '메디컬푸어(Medical Poor)'로 전락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301네트워크로 통해 의료복지 통합서비스를 제공받은 50대 초반 K씨의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

K씨는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건설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아내와 딸을 부양하며 살았다. 그러나 다리를 다치면서 더는 공사현장에 나가지 못하자 하루아침에 생계가 막막해졌고, 급기야 아내마저 지방으로 일을 하러 떠난 후 연락이 끊겼다. 

K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 술로 괴로움을 잊었고 결국 알코올 중독 상태에 빠졌다. 10대 후반의 딸도 학교를 그만뒀다. K씨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딸의 학교 교사가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알아봤지만 연락이 끊긴 아내의 소득과 재산을 확인하는 절차에 가로막혀 그마저도 힘들었다.

결국 중랑구청에서 적극 나서 K씨를 301네트워크로 의료서비스를 의뢰했고,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재활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권용진 병원장은 "지난 2월 발생했던 ‘세모녀 사건’처럼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계층이 하락하는 시점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매우 많은 것을 반증한다"며 "이들이 의료적 문제가 발생해도 병원 문턱이 높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진료비 부담 때문만은 아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간병비, 고용상실 등 여러 가지 사회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제 때 병원에 가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결국 제때 치료받지 못해 질환이 악화되고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지면 몸 상태가 더 악화 되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이런 악순환의 반복은 취약계층의 삶의 의지를 꺾어 버리는 도화선이 된다. 지역사회와 함께 의료취약계층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의 포괄적 연계 제공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고 우려했다.

병원은 301네트워크 이용자에게 의료서비스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복지서비스, 예를 들면 도시락배달부터 주거이주 지원, 사회보장제도 연결 등의 맞춤형 복지서비스도 함께 제공했다.

301 네트워크가 기존의 보건복지 시스템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모델로 평가받는 이유다.

권용진 원장은 "의료취약계층이 질병으로 인해 계층이 하락 하는 시점에 적극적인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 병원이 본래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 의료 취약계층을 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병원이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곳이라는 개념을 넘어 삶을 치유하는 본래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노출된 '복지부정신고센터' 홍보 배너.
"차상위 빈곤층 의료보장 책임마저 국민에 떠넘기는 정부"

한편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하단다면서 지난해 10월 '복지 부정수급' 근절을 목표로 '정부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를 출범시켰다.

이 센터는 국민권익위원회,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의 부처 합동으로 운영되며, 사회복지시설의 운영보조금 횡령이나 무료급식 보조금 부당지급 등의 복지 분야 부당수급을 근절하겠다고 나섰다.

지금도 운영되는 이 센터는 복지부정 사례를 적극 발굴하기 위해 신고자에게 보상·포상까지 실시하고 있다.

그러다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이 알려지면서 복지사각지대가 사회 문제로 제기되자 지난 5월 복지부에서 뒤늦게 허겁지겁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 종합대책'이란 걸 발표했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도움이 필요한 취약층을 적극 발굴하는 동시에 각 부처 및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잠재위기가구 정보를 연계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위기가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종합대책 발표 이후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를 얼마나 발굴해 냈는지는 모르겠다.

반면 정부가 빈곤층의 나락에 언제든 빠질 수 있는 차상위계층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은 여실히 드러났다.

복지부가 지난 2008년 4월 차상위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건강보험으로 전환하면서 공언했던 본인부담금 차액을 국고지원 하겠다는 약속을 소홀히 한 것이 확인됐다.

▲ 자료 출처 : 대한의원협회

대한의원협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건네받은 자료에 따르면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자의 수는 2008년 1만9,406명에서 2013년에는 33만916명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동안 차상위계층 건강보험 본인부담 경감자의 본인부담금 차액은 9,222억원에 달했고, 정부는 이중 6,839억원을 실제로 지원해 무려 2,383억원의 국고지원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2008년 0원이었던 국고 미납액(정산부족액)은 2012년에 771억원으로 급증했고, 2013년에는 전년도보다 줄었지만 395억원을 미납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차상위계층이 건강보험으로 전환되지 않았다면 지출할 필요가 없었던 건강보험 재정 부담액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총 3조5,481억원에 달했다.

이 자료를 공개한 의원협회는 정부가 차상위계층을 의료급여에서 건강보험으로 전환한 것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책임과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재정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이들을 건강보험에 편입시켜 버린 것은 정부가 줄기차게 외쳐온 의료의 공공성 강화 원칙을 정부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라며 "공공부조 차원에서 국가가 보장해줘야 할 차상위계층의 의료부문까지 건강보험에 떠넘김으로써 정부 부담은 대폭 줄어든 반면 건강보험 재정상태는 더욱 악화되었고 건강보험 일반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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