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 사진출처 : https://www.facebook.com/donttrade.ourlivesaway/photos

[라포르시안]  글로벌 보건운동가들과 연구자들이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필요로 하는 약품의 가격을 상승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 글로벌 재단(GFATM)'이 추진하고 있는 차등가격제(tiered pricing)에 제동을 걸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5월 13일, 220개의 NGO로 구성된 연합체는 GFATM의 차등가격제 장려 정책을 비난했다. 차등가격제란 "동일한 의약품이라도 나라에 따라 다양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접근방법이 처음 사용된 것은 2000년대 초기로, 그 목적은 일부 가난한 나라들에게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치료제 가격을 깎아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차등가격제보다는 값싼 제네릭 의약품 생산을 허용하는 정책이 궁극적으로 더 효과적이다"라고 주장해 왔다.

논란의 중심에는 인도, 중국, 남아공, 브라질과 같은 중간소득 국가들(middle-income countries)이 있다. 이 나라들은 경제가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환자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이 나라 정부들이 국민의 보건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함에 따라 약품과 백신의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소득 증가로 인해 이 나라들이 저소득 국가를 졸업하게 되면서, 그 동안 저소득 국가로서 누려 왔던 혜택, 즉 `저렴한 약가와 다양한 지원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GFATM은 국제 보건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자선단체로, 다국적 단체들을 조직화하여 중간소득국가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GFATM은 일찍이 공평한 접근 이니셔티브(EAI: Equitable Access Initiative)를 추진하면서 보건의료비 절감의 가능한 해결책으로 차등가격제를 제시한 바 있다.

GFATM의 기록을 검토해 보면 EAI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관에는 GAVI Alliance(세계 백신면역연합), 세계은행, 국제 연합 개발 계획(UNDP), 유니세프, 유엔 아동기금, UNITAID(개발도상국의 약가를 협상하는 WHO 산하단체)가 있다. 이에 대해 GFATM 측은 `가난한 나라들이 지불할 수 있는 약가를 책정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며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직 하나, `최저가격으로 최고의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GFATM의 계획은 제약회사들에게 `가난한 나라의 극소수 부유층들만 지불할 수 있는 약값`을 책정하도록 허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길리어드사이언시스가 판매하는 '소포스부비어'(혁신적 C형간염 치료제)의 경우 일부 중소소득 국가((이집트, 모잠비크, 케냐, 미얀마)에 900달러(1회 치료비)를 책정했다. 이 가격은 외견상 미국에 책정된 84,000달러에 비해 완전 헐값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는 사보험 회사들이 약값 중 일부를 흡수할 수 있지만, 가난한 나라들은 그렇지 않다.

▲ 이미지 출처 : 국경없는 의사회의 홍역 백신 캠페인 이미지.

중소소득국가의 국민들에게 900달러는 여전히 매우 버거운 금액이다. 즉, 모잠비크의 일인당 GDP는 900달러에 훨씬 못미치며, 이집트는 약 300달러, 케냐는 약 900달러다.

헬스글로벌액세스 프로젝트(뉴욕의 비영리단체)의 수석 정책분석가인 브룩 베이커는 "중간소득국가들은 소득불평등이 심하다. 따라서 제약사들은 가난한 90%를 배제하고 극소수 부유층에게만 약을 팔아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은 GFATM이 기존의 접근정책(EAI)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주 제네바에서 열린 WHO 연례회의에서는 4건의 프로젝트가 논의되었는데, 이것들은 `지불가능한 약`의 개발을 위해 고안된 방법의 효율성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작성된 GFATM의 제안서를 살펴보면 분명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지난 5월 15일 GFATM의 이사회에 제출된 제안서 초안에는 "차등가격제에 대한 언급은 실수였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치솟는 약가에 대한 해법을 나열한 목록에는 "국가들의 경제력을 분류한다"는 항목이 내용에 포함되어 있어, 국가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약값이 설정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따라서 중간소득 국가들은 여전히 `할인`이라는 미명 하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엄두를 낼 수 없는 약값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보건연구가인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수리 문(Suerie Moon) 박사는 "지난 10년 동안의 경험에 비춰 보면, 차등가격제는 약값 상승을 초래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 연구에 의하면 단일국가로는 세계 최대인 미 대통령직속 에이즈구호 비상계획은 2005~2008년 차등가격 대신 제네릭 약물 구입을 선택함으로써 3억 2,300만 달러를 절약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문 박사가 걱정하는 것은 EAI의 파급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 제약사들은 개별국가 및 바이어들과 차등가격을 협상하고 있는데 만약 이 같은 가격책정 과정이 체계적이고 글로벌하게 진행될 경우 보다 많은 국가들이 비싼 약값을 지불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정말로 우려되는 것은, `지난 10년 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규칙과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명목으로 여러 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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