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배상공제조합 이정근 이사장·김재왕 대의원회 의장

[라포르시안] 최근 의료사고와 관련해 12억원 및 9억원 등 거액 배상 판결이 나오면서 의사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배상금을 감당하지 못해 의료기관 폐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은 불안정한 의료환경에서 의사들에 안정감을 주는 것이 조합의 책임이자 역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의사 조합원의 안정된 의료환경 조성을 목표로 지난 2013년 11월 법인으로 출범한 의료배상공제조합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의료배상공제조합은 지난 1981년에 출범한 ‘의협 공제회’가 모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조합 설립은 10주년을 맞이하지만, 실제 공제사업을 운영한지는 42년이 되는 셈이다. 

의료배상공제조합에 따르면 조합 설립 이후 매년 10% 내외의 가입자 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정근 이사장은 2021년 취임 인터뷰에서 “의료배상공제조합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기본 전제는 무엇보다 조합원의 확충”이라며 “현재 전체 의원급 종사자 기준으로 의료배상공제에 31.4%가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는데 가입률을 50%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의협출입기자단은 지난 18일 의협회관 내 의료배상공제조합 회의실에서 이정근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정근 이사장, 김재왕 의료배상공제조합 대의원회 의장을 만나 그간의 조합 운영 성과와 과제, 향후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 왼쪽부터 이정근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장, 김재왕 의료배상공제조합 대의원회 의장.
사진 왼쪽부터 이정근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장, 김재왕 의료배상공제조합 대의원회 의장.

- 최근 5년 간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건수 현황은. 현황 변화의 이유는 무엇인가.

= 이정근 이사장(이하 이) : 2018년 4월부터 2019년 3월까지 가입 건수는 1만 7,370건에서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는 1만 8,872명으로 8.6% 증가했다. 2020년 4월부터 2021년 3월 사이에는 1만 9,93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다.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는 2만 1,684명이 가입했으며, 2022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2만 3,683명이 가입해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약 8~9%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공제조합의 분기별 DM 발송, 각 시도의사회, 개원의사회 부스 참여 및 홈페이지 광고를 통해 비조합원들에게 지속적인 홍보활동 등에 힘입어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집행부가 각 시도의사회, 개원의사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광고계약 체결시 직접 찾아가 조합 가입 홍보설명회를 진행해 조합 가입에 대해 안내하고 가입을 독려하는 활동도 신규 가입자 증가의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조합에서 진행한 의료분쟁 예방 연수교육을 통해 비조합원에게 의료배상책임보험의 필요성을 안내하는 활동을 진행했으며, 타 손해보험사에서는 수익성으로 판매하지 않는, 조합원들에게는 유리한 ALL-RISK 담보 및 실손보상이 가능한 화재종합공제도 가입 증가에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 타 손해보험사 대비 저렴한 요율과 전문적인 사건처리로 신규 또는 타사 전환가입이 증가했다고 생각한다.

임기를 시작하면 의사 회원 50%가 가입토록 하겠다는 게 공약이었는데, 현재 의협회원으로 등록돼 있는 수가 약 6만명이다. 지금까지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자 수는 2만 3천여명인데, 가입자 중 병원급의 경우 조합원이 여러명 있어도 1건으로 카운트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가입자 수는 약 6,000명 정도를 더해야 한다. 결국 약 3만명 정도가 의료배상공제조합에 가입돼 있다고 봐야하고, 임기 초기에 약속한 것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이정근 이사장.
이정근 이사장.

-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 의무화에 대해 의사 회원들이 찬반이 갈린다. 특히, 다른 공제조합처럼 과도한 지급거절이 어려워 손해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 김재왕 의장(이하 김) : 의료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를 가정할 경우 조합 및 손해보험사의 사업비 절감 및 계약건수 증가에 따라 대수의 법칙으로 인한 손해율 안정 등을 고려하면 현행 요율보다 전체적으로는 낮은 수준이 예상된다. 의료배상공제조합은 의사회원만을 위한 보험상품인 만큼 가입을 거절할 수는 없다. 다만, 특정 과도한 손해가 지속적으로 발생시 전체 손해율과 해당 코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에 이에 대해서는 수시로 점검하며 대응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손해율 높은 그룹(병원단위 의료배상공제조합에 가입된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자기부담금 제한을 통해 손해율 관리를 시작한 것을 대표적 예로 꼽을 수 있다.

- 이정근 이사장 임기 중 새로 개발된 보험상품이 있나.

= 이 : 의료배상공제조합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개발, 판매, 운영할 수 있는 상품의 범위가 의료사고와 관련된 상품으로 한정돼 있다. 이런 규제 때문에 새로운 상품개발 대신 현 임기 중 조합원들의 위해 의료배상공제 상품의 효율적인 운영과 요율의 적정성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2022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9개월간 외부의 시각에서 조합 설립부터 현재까지 약 10년간의 조합 현황을 분석하는 위맥공제보험연구소와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해당 연구용역을 통해 ▲조합원에게 가장 유리한 공제 상품 코드와 요율을 마련을 위해 공제 요율 적정성 검토 ▲의료분쟁 특례법 제정에 따른 의료배상공제 의무 보험화에 선제적 대비하기 위해 조합의 사전 준비 및 대응방안 검토 ▲타 공제조합의 재무 운영의 벤치마킹을 통해 안정적인 조합 운영방안 검토 ▲내부 윤리경영 지침 및 내부통제 방안 검토를 통해 조합의 내부통제역량 강화 검토 등 연구 등을 진행했다. 해당 연구용역을 통해 향후 조합의 자립성, 내부통제 역량 강화,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각종 내·외부 위험에 종합적으로 대비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함으로써 조합원이 신뢰하는 조합이 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의원 및 300병상 미만의 일반병원에만 판매하고 있는 의료배상공제 상품을 종합병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했다.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재보험사와 협의해 종합병원 대상 의료배상공제상품에 개발, 도입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로부터 병원 응급실 내 근무의사의 의료분쟁 및 의료폭행 등에 대한 대비를 위한 단체의료배상공제상품에 대한 개발 및 가입 요청이 있었다. 해당 의사회의 요청사항을 정리해 병원 응급실 단체의료배상공제상품 개발, 도입 가능성에 대해 재보험사와 협의 중이다. 해당 상품은 향후 조합에 미칠 영향까지 면밀하게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간 연구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 의료배상공제조합 심사 결과에 따른 합의율은.

= 이 : 지난 2013년 11월 26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총 8,613건이 심사 처리됐으며, 심사 후 종결된 사건은 8,092건으로 전체 종결률은 94%이다. 이중 조합 심사 결정금액으로 환자 및 조합원이 합의한 사건은 5,400건으로, 최종 동의율은 62.7%이다. 동의율도 중요하지만 조합 심사는 의료분쟁의 당사자인 조합원과 환자가 원만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합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분쟁의 양 당자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고민해 동의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진정한 분쟁해결이 되기 때문이다.

- 고액배상 판결이 계속되면서 의료배상공제조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김 :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이 2013년 출범했을 당시, 타 손해보험사의 최고 보상한도는 최대 2억원이었지만, 조합은 출범 당시부터 최고 보상한도 3억원으로 개발·연구해 운영해 왔다. 현재는 보상한도 상향에 대한 조합원들의 요구를 반영, 선제적으로 보상한도 5억원을 개발해 지난 2020년 6월부터 도입했다. 아직도 타 손해보험사는 최고 보상한도를 일부 전문과(내과, 성형, 정형외과, 일반외과 등)만 3억원, 대부분의 전문과는 2억 원으로 운영 중이다. 

다만, 5억원을 초과하는 보상한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어 장기간 연구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난 2020년 보상한도 5억원 신설 후 3년간 운영 결과 가입비율이 약2% 정도로 미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98%의 조합원들은 1억원, 5,000만원, 3,000만원, 2억원 순서로 가입을 선호하고 있다. 또, 재보험사와 협의 결과 현재 기준으로 보상한도액을 상향해 과도한 고액 배상 지급이 발생한다면 조합 전체 손해율에 악결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해당 손해를 전체 조합원의 공제료 인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반대급부가 발생할 수 있어 현재 기준으로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이런 이유로 조합에서는 현재 5억원을 초과하는 보상한도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의 가입선호의 변화와, 최근 뇌성마비로 태어난 신생아의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원의 배상 판결 및 심장기형 소아환자 수술 집도의에게 9억원 배상 판결 등의 고액 보상건의 발생 추이 등 관련 데이터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향후 5억원을 초과하는 고액의 보상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타 손해보험사보다 선제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준비 중이다. 고액판결에 따른 고액상품의 필요성을 주시하고 있으나 보험계리의 원칙을 지킬 경우 소수의 가입자에게 보험금의 부담이 걸 수 있다는 지적과 고액상품이 배상액의 인플레이션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 등 전문가의 이야기를 참고하며.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김재왕 의장.
김재왕 의장.

- 의료배상공제조합의 주요 업무는 의료분쟁 사건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다. 그러나 의료분쟁을 줄이기 위한 예방책을 마련해 조합원에게 안내·홍보하는 역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김 : 의료분쟁 발생 시 해결도 중요하지만 안정된 진료환경을 위해서는 사전에 의료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의료배상공제조합은 지난 2018년부터 의료분쟁 예방 연수교육 및 의료분쟁 사례집을 발간해 의료분쟁 사례를 통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미가입자에 대해서는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의료분쟁 예방 연수교육은 조합원들의 효용이 좋아 연수 교육 확대를 요청하는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지난 2022년부터 년 2회 개최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향후 수많은 의료분쟁사건의 분쟁 해결에만 그치지 않고 그 사건을 활용·분석해 의료사고의 원인과 그 예방책을 체계적으로 조사·수집하는 사업 중요하다고 생각되며, 이에 대한 사업 진행하기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토대를 마련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조합원들과 미가입 의사회원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 이 :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는다. 의료배상공제조합은 지난 42년 동안 우리가 쉼없이 달려왔고, 지금도 계속 달리고 있다. 의사 회원들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 개발하고 발전해서 배상에 대해 대한민국 최고의 보험회사의 역할 할 수 있는 공제조합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내년이면 이사장 임기 3년을 모두 채우게 된다. 그간 뿌듯한 점도 많지만 아쉬운 부분이 더 많이 남아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남은 임기동안 주춤하거나 마음을 놓지 않고 끝까지 정진할 것이다. 

= 김 : 지난 제3대 대의원회 부의장직을 시작해 올해로 6년째 조합 운영위원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조합 창립 10주년의 절반 이상 시간동안 조합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변화의 중심에 서 있었던 만큼, 조합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급변하고 불안한 의료 환경에서 조합원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기관이 바로 의료배상공제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제4대 대의원회 의장으로서 6개월여 남은 임기동안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다하겠다. 의료배상공제조합이 번듯하게 성장해 의료분쟁해결의 종주단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지지와 관심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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