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국회서 법제정 논의 토론회 개최..."필수의료 붕괴 막으려면 필요"
필수의료 정의·범위 규정 등 쉽지 않아
"특례법 제정보다는 적절한 의료배상책임보험 체계 마련해야"

[라포르시안]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고위험 수술과 응급환자 치료, 분만 과정 등에서 의료사고가 나더라도 의사의 중대 과실이 아닌 경우 형사처벌을 면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내에서 의료과오에 따른 의료인 형사처벌 비율이 높아 필수의료 기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필수의료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며 "재정 투입없이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을 통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감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 관련해 필수의료를 '국민의 생명에 직결된 분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로 규정했다.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 적용범위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중증·희귀·난치질환자에 대한 진료,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수술 ▲위험도 높은 수술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수술 ▲분만 과정에서 산모 및 신생아에 대한 의료행위 ▲기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필수의료행위 등을 포함했다. 

그러나 환자 승낙없는 필수의료행위, 의학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한 필수의료행위, 진료기록 위조·변조 또는 중대한 사실을 은닉한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교사 및 방조 포함) 등에는 특례 적용에서 제외하는 예외 규정을 뒀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수십 배 높은 의료과오의 형사처벌화 경향이 높은데, 적어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의 처벌부담감 완화가 필요하다"며 "필수의료만큼은 의료인이 진료에 나설 동기를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의료사고의 형사처벌화 경향 사례'라는 발제를 통해 영국과 미국, 독일 등 외국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형벌화 현황과 국내 현황을 비교했다.

김 부연구위원 발제에 따르면 영국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 중과실치사로 인한 경찰 접수 151개 사례 중 의사가 37명이며, 기소까지 이어진 경우는 연평균 0.8명이다. 미국은 의료행위 관련 중과실치사으로 인한 경우는 약물 과다 처방 및 사용위반으로, 수술 또는 술기상으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김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고를 예로 들면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검사의 재량에 따라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거나 재판에 넘기지 않을 수 있다보니 의료사고 발생시 의료인의 과실과 환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서 인과관계가 추정이 되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기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고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의료진 7명이 기소됐지만 이후 1심과 2심 모두 의료진에게 범죄 사실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무죄를 선고했고, 최근 대법원도 의료진의 무죄를 확정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을 위해서는 필수의료와 진료행위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조진석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필수의료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정의가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특례법 적용을) 필수의료에만 규정하기보다는 의료 전 영역으로 적용을 확대하고 무면허, 미용 목적 의료행위 등 예외적인 부분은 적용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가 중대한 과실이 없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결국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혜법 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구현 간사랑동호회 회장은 “의사들은 최선의 의료행위였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하지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소송이 필요하다. 기소 자체를 막자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특례법 제정보다는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교통사고 등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사고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위해 적절한 의료배상책임보험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례법 제정에 대해서 보건복지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미라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특례법 제정을 위해서는) 다른 직역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환자의 권리 구제수단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또한 (의료사고 발생 시) 배상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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