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건수 2010년 106건에서 2013년 2371건으로 늘어

민간보험사, 성홍열 진단시 치료비 등 수십만원 보장 상품 잇달아 출시

의료계 “몇 년새 이렇게 급증하는건 불가능...민간보험도 한 원인일 듯”

[라포르시안, 인더뉴스 공동기획 기사]   최근 몇 년간 성홍열 환자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하면서 그 원인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 최근 수년간 성홍열 환자가 증가한 원인 중 하나로 민간보험사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에서 성홍열 진단시  진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의 출시와 무관히 않다는 주장에 제기됐다. 

주로 0~9세의 영유아에서 발생하는 3군 법정감염병인 성홍열은 '베타용혈성 연쇄구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발열성 질환으로 발열, 두통, 구토, 복통 등의 증상으로 시작되며 딸기 모양의 혀 모양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국내 성홍열 환자는 최근 3년간 매년 가파른 증가율을 기록했다.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06명에 불과했던 성홍열 환자 발생건수는 2011년 406건, 2012년에는 968건으로 급증한데 이어 지난 2013년(10월 기준)에는 무려 2,371건으로 폭증했다.

성홍열 환자의 이같은 증가세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당시 국감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은 “성홍열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사이에 484%나 증가했고 특히 영유아 감염이 전체의 97%에 달한다”며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성홍열 단체감염에 대한 환자 수, 단체감염 장소, 발생원인 같은 기본적인 사안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국립보건연구원 내부연구로 성홍열 원인균과 유행주 분석 및 고병원성 관련 연구를 2014년 신규과제로 제안해 연구수행 예정이라고 밝혔다.소청과 개원가 “보험사 지급 진료비 때문에 확진 요구하는 부모와 언쟁도”의료계에서는 몇 년 사이에 성홍열 환자가 이렇게까지 급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경남에 위치한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과장은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실제 임상현장에서 접하는 성홍열 환자는 한달에 2~3명에 불과하다”며 “성홍열 확진 환자가 몇 년 사이에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년 전부터 민간보험사들이 피보험자가 법정감염병 확진을 받을 경우 보상금을 지급하는 상품 출시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상당수 보험사에서 피보험자가 1~3군 법정감염병을 비롯해 황열이나 뎅기열,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 등 기타 감염병 확진을 받을 경우 진단비를 보상하는 보험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현대해상이 판매하고 있는 ‘굿앤굿어린이CI보험’은 성홍열을 포함한 특정감염병에 대해 진단비 15만원을 보장하고 있다.

이 보험은 지난 2004년 7월 출시 후 약 8년 동안 판매건수 197만건, 899억원 상당의 실적을 올렸다.

신한생명의 '신한아이사랑보험BIG'·'신한아이사랑보험BIG2'·'신한출생아건강보장보험' 등 3가지 상품은 성홍열 진단비 20만원을 지급하며 메리츠화재의 ‘내Mom같은어린이보험’은 성홍열 진단시 30만원 한도의 치료비를 보장하고 있다.

이밖에 농협생명의 'NH행복나무어린이보험'과 'NH사랑가득어린이보험'은 진단비 10만원과 1일 2만원의 진료비를 지급하며 롯데손해보험의 '두드림자녀보험'도 성홍열의 진단비를 보장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이런 상품을 출시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였지만 성홍열 진단시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이 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을 탄 건 2~3년 전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육아카페 등에서 성홍열로 진료비 보상받는 노하우 공유 질병관리본부에서도 민간보험상품 연관성에 주목현재 판매되고 있는 보험상품에 가입해 피보험자인 자녀가 성홍열로 인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진단서에 ‘A38’이라는 질병코드가 명시돼야 한다.

문제는 성홍열로 확진하기가 애매한 경우까지 보험금을 받기 위해 부모가 의사에게 확진을 요구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 포털에 성홍열을 검색하면 관련 검색어로 ‘성홍열 보험금’이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육아카페 등에도 성홍열로 보험금을 받기 위한 노하우 등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모 육아카페에는 “(성홍열로)법정진단금을 받으려면 우선 병원에 가서 의사가 전염병이라고 하면 아이가 아파도 약도 먹이지 말고 대학병원으로 가서 피를 뽑아서 검사를 해야 한다. 성홍열은 한번만 항생제를 먹어도 (진단코드가)거의 안나온다”며 “그리고 대학교수에게 의증은 보상이 안 되니 보건소에 확진으로 신고해달라고 마구 떼를 써야 한다”고까지 설명하고 있다.

창원파티마병원 마상혁 과장은 “성홍열 증가의 이유는 민간보험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실제로 민간보험에 가입해 보상을 받기 위해 성홍열 진단을 요구하는 환자와 논란도 있고 언쟁을 벌일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 과장은 “결국 사보험 때문에 비정상적인 성홍열 환자 증가라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성홍열 통계에 오류가 생길 수 있고 감염병 예방접종 정책 수립에도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금을 위해 의사에게 성홍열 확진을 요구하는 경우는 개원가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정해익 회장은 “성홍열 환자가 늘어난데는 의사들의 적극적이고 철저한 보고도 한 몫했다”며 “그러나 민간보험상품도 성홍열 증가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최근 페드넷(소청과개원의사회 홈페이지) 커뮤니티에 성홍열 보험문제에 관한 회원들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며 “아이가 세균성 감기인 것 같다고 말하면 성홍열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에 가입해 있어 보험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확진 코드를 요구하는 보호자와 언쟁을 벌였다는 내용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고 전했다.

질병관리본부도 성홍열 환자 급증과 민간보험상품간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 관계자는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보험금을 받기 위해 성홍열 진단을 요구하는)그런 상황을 들어서 알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민간보사험에서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데 보험사 측에서는 협조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질병관리본부는 성홍열 환자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감시기준의 변경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 성홍열 감시기준은 무조건 배양검사를 해야만 신고를 받았는데 모든 의료기관에 강제적으로 비용을 들여 검사를 하라고 명령할 수는 없다”며 “성홍열 진단신고기준이 바뀌는 과정에서 의사환자 신고가 늘었는데 이 비중이 크다 보니 성홍열 환자 증가의 일차적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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