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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의사파업을 대하는 삐뚤어지고 비정상적인 정부의 자세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4.03.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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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김상기 편집부국장]  지난 10일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대한의사협회 회관건물은 하루종일 왁자지껄했다. 의사 파업에 참여하는 전공의 1천여명이 의협회관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이날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들은 환자들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벽 시간에 병원에 나가 그날의 중요한 업무를 처리했고, 외과계열 전공의는 아침 수술 일정까지 마치고 파업투쟁에 참가했다. 전공의들은 의협회관에서 단체로 헌혈을 했다. 몇몇 전공의는 전날 당직근무를 서고 피곤했던지 맨바닥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오후 6시로 예고된 파업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당직 근무를 서기 위해 서둘러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전공의들의 표정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정부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파업에 나선 전공의들의 하루였다.

지난 10일 하루 동안 전국의 수많은 동네의원과 대학병원에 소속된 전공의들이 집단 파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를 '불법적인 집단 휴진'으로 규정했다. 정부는 의사들의 파업권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시종일관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의사 파업을 "비정상적인 집단이익 추구나 명분 없는 반대"로 규정했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 등 규제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쓸 데 없는 규제는 우리의 원수라고 생각을 하고, 우리 몸을 자꾸 죽여 가는 암덩어리라고 생각을" 해야 한다고 표현했다. 심지어 "우리가 쳐부술 원수"라는 거친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과연 누가 비정상적인지 분간을 못 하겠다. 표현 자체도 지나치지만 과연 쓸 데 없는 규제가 있을까 싶다.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의 쓸 데 없는 규제라고 지목한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금지라든지,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및 합병 금지 등의 규제는 다 필요에 의해 존재한 것들이다.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금지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원격의료가 시행돼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것은 막기 위해 존재했다.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금지는 병의원이 편법적인 상업성을 추구하는 것은 막기 위한 조치였다. 또 의료법인간 인수·합병 금지는 병원이 일반 기업과 다르고, 이를 허용할 경우 병원이 체인화하고 규모를 늘려 지나치게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존치해온 규제를 '쓸 데 없는 규제이고 암덩이라와 같은 존재, 쳐부술 원수'라고 한다면 그 이전까지 관련법이 추구해온 원칙과 입법목적을 훼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대적 변화나 국가 정책상 필요에 의해 규제가 달라질 필요가 있다면 충분히 그 근거를 제시하고, 관련 단체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해 순리대로 변화시키면 된다. 이것을 '쳐부술 원수'라고 표현하는 건 지나치다.

비정상적인 규제 개혁 방침과 마찬가지로 의사 파업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도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많이 삐뚤어져 있다.  지난 2월 의사협회의 총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된 이후 정부는 의료계를 향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며 행정처분 운운하며 끊임없이 엄포를 놓았다. 왜 파업을 하려는지,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식이었다. "이렇게까지 경고하는데도 파업을 할거냐"는 압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정부가 의사들을 적으로 몰아세우고 협박하는 모습은 실로 경악스럽다"는 보건의료단체들의 지적이 틀리지 않았다. 왜 전문가들의 경고와 우려를 듣지 않나. 이제 막 의사면허를 획득한 젊은 의사들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환자 걱정으로 안절부절못하면서 파업에 들어간 것이 오로지 삐뚤어진 집단 이기주의 때문인가. 분명 그런 아니다. 오히려 삐뚤어지고 비정상적인 것은 정부가 밀어붙이는 의료영리화 정책과 지금의 건강보험제도이다. 왜 그런지는 의료계와 의료전문가들, 그리고 언론에서 끊임없이 지적해왔으니 여기서는 길게 말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궁금한 건 무엇이 정부로 하여금 원격진료와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에 맹목적으로 달려들도록 만드는가 하는 점이다.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과연 투자활성화 대책이 의료서비스 산업을 키우고 새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까. 병원은 가장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적정 의료인력이 투입되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의료제도와 지원이 받쳐줄 때만이 보다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의료체계는 오로지 병원이 인건비를 줄이고, 최대한 짧은 시간에 환자를 많이 진료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채 어떻게 원격진료와 영리자회사, 부대사업, 의료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수단으로 의료의 질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정부는 이번 의사파업을 납득할 이유가 없는 불법 집단휴진으로 규정하고 파업에 참여한 의료기관과 의사에게 행정처분을 예고했다. 이미 지난 10일 각 지자체 보건소 담당공무원들이 지역의 의료기관 중 휴진을 한 곳을 확인하고 행정처분을 위한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들이 오늘 오전 의협회관을 방문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조사를 했다. 정부의 이 같은 강경대응은 사실상 의사 파업에 대한 탄압이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정부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는 의료영리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거기에 반대하는 의료전문가들의 집단행동을 강압적으로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 그로 인해 초래되는 의료현장의 혼란은 오로지 정부의 책임이다.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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