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거점 공공병원 의료인력 지원사업' 확대에 고민 깊어

지방의료원 "대학병원 의사 파견 효과 상당해…진료수익 크게 늘어"

[라포르시안 손의식 기자]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등 지역거점 공공병원에 국립대병원 등의 의사를 파견해 의료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그러나 대학병원 교수를 지방의료원에 파견해야 하는 국립대병원 중 상당수는 가용한 인력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파견 의사의 인건비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직접 파견 의사를 모집하고 배치하는 등 의사 수급 전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3월부터 전국 33개 지방의료원과 5개 적십자병원 등 지역거점 공공병원에 대학병원 및 국립중앙의료원 의사 50명을 파견 배치하고 인건비를 지원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은 의사인력 수급이 어렵고, 공중보건의사 의존율이 높지만 그 수가 지속적으로 줄면서 안정적 의료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의료취약지에 위치한 지방의료원에 한해 매년 5명 내외의 대학병원 의사를 파견하고 인건비를 지원하는 '지역거점 공공병원 파견 의료인력 지원사업'을 지난 2011년부터 시행해 왔다.

올해부터는 지방의료원 등의 의료경쟁력 및 공공의료기능 강화를 위해 국비 50억원을 투입해 지원 의사를 50명으로 대폭 늘리고 지원대상 기관도 확대했다.

복지부는 각 대학병원과 협력해 의사인력을 파견받기로 한 지방의료원의 신청을 받아 우선적으로 인력 수급이 어려운 13개 의료원에 25명의 의사인력을 1차 지원키로 했다.

강원도는 원주의료원 1명, 강릉의료원 1명, 영월의료원 4명, 속초의료원 3명, 삼척의료원 3명이며, 전북은 남원의료원과 군산의료원에 각각 1명, 전남은 강진의료원 3명, 목포의료원과 순천의료원에 각각 1명, 제주는 서귀포의료원3명, 경북은 김천의료원에 1명, 울진군의료원에 2명 등이다.

복지부는 이달 중 2차 신청을 받아 나머지 25명에 대해서도 전국 지방의료원 및 적십자병원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방의료원은 대학병원 의사를 인건비 부담없이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원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다.

실제로 일부 지방의료원은 지난해 대학병원 의사가 파견근무를 나온 후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강진의료원 관계자는 “지난해 대학병원 의사 파견에 따른 효과가 상당히 컸다”며 “올해는 내과, 신경정신과, 응급의학과에 대해 파견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병원 의사의 파견근무는 지방의료원의 진료수익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삼척의료원 관계자는 “올해는 정형외과, 소화기내과, 마취과에 대한 의사 지원을 요청했다”며 “지난해 대학병원 정형외과 의사가 파견나와 근무했는데 환자의 만족도는 물론 진료수익적 측면에서도 굉장히 큰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이 위치한 해당 지역 대학병원들이 의료인력 지원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복지부 공공의료과 관계자는 “파견 대상 진료과는 필수 급성기 9개과. 진료지원과 3개. 가정의학과 등 총 13개과”라며 “전국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도 참여가 가능하지만 인력수급 측면에서 지방의료원이 소재한 지역 대학병원의 참여가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 국립대병원들은 의료인력 지원사업에 대한 고민이 깊다. 

전남대병원은 강진의료원에 내과, 신경정신과,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목포의료원에는 외과, 순천의료원에는 정형외과와 정신과 전문의를 파견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파견 의사를 선정하지 못했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의사 파견에 따라 본원의 진료에 영향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해당 진료과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학병원도 의사인력에 여유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의료원이 요청한다고 쉽게 보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은 남원의료원과 오는 4월 개원 예정인 진안의료원에 내과 전문의 파견 요청을 받았지만 아직 확답을 못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도 필요한 최소 인력으로만 운영되고 있다”며 “일단은 파견을 희망하는 전문의 위주로 검토를 하고 있지만 확실하게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 국립대병원은 지방의료원 파견 의사인력에 여유가 없어 아예 파견할 의사를 신규로 채용하는 곳도 있다. 

강원대병원은 원주·속초·영월의료원 등 도내 5개 의료원에 무려 12명의 전문의를 파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우리도 지금 최소 인력으로 진료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파견이 가능할만큼 인력에 여유가 없다”며 “어쩔수 없이 파견의사 공개채용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 자료출처 : 보건복지부

"공공병원 의료인력 수급에 정부 책임 강화해야"다른 한편에서는  '지역거점 공공병원 파견 의료인력 지원사업'이 단순히 의사 인건비 지급 사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당초 이 사업의 취지는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연계·협력을 강화해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육성하는 데 있다. 건양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과교실 나백주 교수는 “지역거점 공공병원 파견 의료인력 지원사업은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간의 협력 연계체계를 강화하고, 지방의료원의 부족한 전문의료인력을 충원한다는 두가지 취지가 있다”며 “그러나 이 사업은 전자의 취지는 달성이 거의 안 되고 있고, 후자의 경우 인건비 지원사업에 그치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 교수는 “지방의료원과 국립대병원 간 협력과 연계가 이뤄지려면 국립대병원 인력충원 문제나 인력을 파견하기 위한 의료취약지 분석 및 운영비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국립대병원은 교과부 소관이고 지방의료원은 복지부 소관으로, 주무부처가 이원화되다 보니 제대도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인건비 지원 차원을 넘어 정부가 공공의료인력의 모집과 배치 등 수급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상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교실 정백근 교수는 “공공병원에 국한해서 볼 때 지금까지 정부는 의료인력 수급의 모든 책임을 병원에만 맡겨놨다”며 “공공병원이 국가의 중요한 공적자원이라고 할 때 중앙정부가 의사인력 모집과 배치 등 수급과 관련된 책임을 진다면 상황은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견의사를 통해 지방의료원의 의사수급 문제를 해결할 경우 소속감 결여 등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나영명 정책실장은 “복지부의 사업은 지방의료원의 우수한 의사인력 확보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우수 의사인력을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다”며 "근무와 관련된 지속성의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방의료원은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인력 확보에도 시달리는 상황을 감안할 때 종합적 의료인력 수급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로 많은 지방의료원이 간호사 부족으로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대한남자간호사회가 전국 33개 지방의료원 원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방의료원 중 상당수가 간호사 부족으로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의 간호사 인력 부족과 관련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응답은 39%였으며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응답도 38%나 됐다.

간호사 인력부족으로 ‘의료서비스의 질 유지가 곤란하다’는 응답은 84.6%나 됐으며 ‘병상 수 감소’는 61.5%,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축소했다’는 응답도 53.8%로 조사됐다. 나영명 실장은 “중장기적으로 공공의료를 전담할수있는 우수 의사를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특히 지역거점 공공병원은 의료사각지대 해소가 주요 역할인데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진료과를 폐쇄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의료인력을 종합적으로 육성하고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건비 지원만으로는 대학병원 교수의 파견을 유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인천의료원장)은 “지방의료원에 제대로 된 교수인력을 파견할 만한 대학병원은 많지 않다”며 “대학병원 교수의 판견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유인책이 필요한데 인건비만 지원한다고 해서 제대로 추진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지방의료원에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교수에 대해서는 연수기회, 연금 등의 혜택을 줘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현재 복지부의 사업은 단편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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