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 수용거부 확인"
가용병상 있었음에도 수용 거부한 병원도
시정명령·보조금 지급 중단 등 조치

[라포르시안] 지난 3월 4층 건물에서 떨어진 10대 학생이 받아주는 응급실이 없어 2시간 넘게 '구급차 뺑뺑이'를 돌다 숨진 사고 관련해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 4곳에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의 행정처분일 내려진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지난 3월 19일 대구광역시에서 발생한 응급환자 사망 사건의 조사 및 전문가 회의 결과를 토대로 관련된 8개 의료기관 중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개 응급의료기관에 대해서 응급의료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실시한다고 4일 밝혔다. 

복지부는 사망 사건 조사를 위해 소방청·대구시와 합동 현장조사 및 서면조사를 실시했다. 또  응급의학, 외상학, 보건의료정책, 법률 등 전문가 11명으로 구성해 2차례 회의를 열었다. 

조사 결과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에는 ▲응급의료법 제31조의4에 따른 중증도 분류 의무 위반 ▲동법 제48조의2에 따른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에 대해 시정명령 및 이행시까지 보조금 지급 중단,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에는 ▲응급의료법 제48조의2에 따른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에 대해 시정명령 및 이행시까지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실시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환자가 최초 내원한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대구파티마병원은 119 구급대원과 함께 환자가 응급실 입구 인근으로 진입했을 당시 근무 중이던 의사는 환자 중증도 분류도 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를 통한 진료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이유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할 것을 권유했다. 

대구파티마병원은 이후에 해당 구급대원이 재차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정신건강의학과 이외 응급진료 수용을 의뢰했으나 정신과적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제공이 어렵다는 사유로 미수용했다. 

환자가 두 번째로 찾은 경북대병원은 환자가 탄 구급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구급대원 혼자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로 진입해 수용을 의뢰하자, 당시 근무 중이던 의사가 중증외상이 의심되므로 권역외상센터에 먼저 확인하라고 권유했다.  

이후 2회에 걸쳐 대구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용을 의뢰했으나 다른 외상환자 진료 및 병상 부족을 이유로 미수용했다. 하지만 당시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는 가용병상이 있었으며 진료 중이던 다른 환자들 중 상당수가 경증환자였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관련 기사: 중증 응급환자는 구급차서 '뺑뺑이'...응급실은 경증환자로 '빽빽'>

지역응급의료센터인 계명대동산병원(지역응급의료센터) 구급대원과 대구 119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응급실에 2회에 걸쳐 전화를 걸어 수용을 의뢰했으나 외상환자 수술이 시작돼 어렵다는 이유로 미수용했다.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대구가톨릭대병원도 응급실에 구급대원이 전화를 걸어 수용을 의뢰했으나 신경외과 의료진 부재를 이유로 환자를 미수용했다. 

이들 병원 외에 119구급대로부터 이송이 의뢰된 4개 의료기관 중 삼일병원(지역응급의료기관), 바로본병원(응급의료시설)은 환자를 수용해 진찰 등이 이뤄졌으나, 해당 의료기관 능력으로는 중증외상환자에게 필요한 진료를 제공할 수 없다고 판단해 다른 의료기관으로 재이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동조사단 및 전문가들은 이들 병원에 대해서 법령 위반 사항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영남대병원은 전화를 통해 2회의 수용 의뢰를 받고, 연속적으로 내원한 다수의 중증환자 진료 중이어서 해당 환자 수용 시 장시간 대기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이유로 미수용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인 나사렛종합병원은 전화를 통해 수용 의뢰를 받고 다른 중증환자 진료 중임을 이유로 미수용했다. 이들 기관은 조사를 통해 확인된 정황상 법령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복지부는 이번 사건 대응 과정에서 대구 지역의 다양한 응급의료 주체 간 연계·협력이 매끄럽게 작동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대구광역시에 지방자치법 제184조 제1항에 따라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관련 기사: 응급실 의료자원만으로 중증응급환자를 살릴 순 없다>  

구체적인 권고 사항은 ▲지역 응급의료 자원조사 실시 후 결과를 반영한 이송지침 마련 ▲이송체계 정비를 위한 지자체·119 구급대·응급의료기관 간 협의체 구성 및 이송 지연 사례에 대한 정기적 회의 운영 ▲응급의료정책 추진 지원을 위한 응급의료 전담인력 확충, 협의체(지자체·소방·의료기관) 확대 운영 등이다. 

복지부는 이번 사고가 ‘응급환자 이송부터 진료까지의 제공체계 분절’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지난 3월 21일 발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2023∼2027)'의 주요 과제를 조속히 이행해 나갈 방침다.

이를 위해 119 구급대의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을 병원 의료진이 사용하는 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기준(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 KTAS)과 통일(Pre-KTAS)하고, 중증도를 기준으로 적정한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각 시도 주도로 지역별로 응급질환별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명, 위치 등 응급의료자원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조사 결과를 반영해 지역 맞춤형 이송지침, 이송지도를 마련하고, 119 구급대 및 지역 주민 대상 홍보를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이송 중인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기관 수용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 응급환자 수용이 어렵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기준, 수용 곤란 상황을 고지하는 주체, 절차 등을 포함한 표준 프로토콜을 규정하고, 응급의료기관 평가 등을 통해 관련 지도·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심정지 등 초응급환자 발생시 인근 모든 의료기관에서 수용 곤란을 고지한 경우 등 예외적 상황에선 기준과 무관하게 환자를 수용하도록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소방청, 지자체, 관련 전문가 등과 협의 기구를 구성해 이번 사건에 대한 기관별 개선계획을 평가 및 환류하고,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및 추가대책의 충실한 이행 여부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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