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수술 힘들어지는 의료환경...전공의 지원기피 심각

[라포르시안] 동네의원들이 진료과목을 가리지 않고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숨 쉬는 진료과 중에는 이른바 '잘 나간다'는 정형외과도 있고, 기피과목인 비뇨기과도 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지난 28일 오후 추계학술대회 및 정기총회가 열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정형외과가 처한 현실을 털어놨다. 

이태연 회장은 "정형외과가 풀어야 할 현안이 한두 개가 아니다. 불법 대리수술과 2년 후 현실이 되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간호단독법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의사협회와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내부적으로는 정형외과의 미래가 달린 수술 수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정형외과의 수술 수가는 타 외과계 대비 눈에 띄게 낮다. 학회 보험위원회가 통계를 내 보니, 환자당 수술행위 수익률이 외과 대비 40~80% 수준에 그쳤다"고 전했다.

그는 "놀랍지만 현실이다. 수술방 배정을 받지 못할 정도로 찬밥신세로 밀려났다"며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개업도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정형외과 전공의 지원율 감소 문제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문재인 케어로 비급여 없이 경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고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문제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형외과 의원들도 병실을 줄이는 추세라고 했다. 

정기웅 재무부회장은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며 "최근 25개이던 병실을 17개로 줄였다. 건강보험은 수가가 너무 낮고 자동차보험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심사 업무가 넘어가면서 삭감당하는 일이 빈번해졌다"며 "당직의 구하기도 어려운 판이라 수술팀을 꾸리기는 더 힘들어졌고, 수술해주거나 치료해주고 싶은 환자가 와도 대형병원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김필수 법제이사는 자동차보험 회사, 나이롱환자 등과 싸우기 싫어 10년 전에 병실을 없앴다고 했다. 

이태연 회장은 "동네 정형외과에서 수술방과 입원실이 사라지면 가벼운 골절이 발생해도 대학병원에 가서 수술받아야 한다. 그에 따른 비용도 커진다"며 "동네 마트에서 사도 되는 물건인데, 백화점에서 비싸게 사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작은 병원들이 있어야 동네가 건강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대리수술 등 최근 논란이 불거진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자정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 회장은 "최근 정형외과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의사협회 회장 등과 만나 대리수술 문제의 해결책을 상의했다"며 "학회 이사장과 의사회장이 내부 자정선언을 해 국민들에게 정형외과가 이런 노력을 하고 싶다는 것을 알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 출범한 학회 집행부와 12월 중 간담회를 열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회원 간 결속력을 다지고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들을 자정할 것"이라며 "지금 정형외과의 현실은 외화내빈, 고름이 터지기 직전의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추계학술대회가 열린 더케이호텔에서 만난 비뇨의학과의사회 임원들은 비뇨기과가 하루빨리 '필수의료과 살리기'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는 현재 운영 중인 보건의료발전협의체 내에 '필수의료과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협의체에는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비뇨의학과 등이 참여하고 있다. 

조규선 비뇨의학과의사회 차기 회장은 "비뇨의학과는 전공의 지원이 급감하면서 '의사 빼가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에서는 공동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면서 "복지부도 이런 문제 인식을 갖고 비뇨의학과를 협의체에 참여시켰다. 갈 길은 멀지만 큰 그림을 그리며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이유는 개업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필수의료과 살리기는 결국 개원의들이 살아야 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진 현 회장은 "비뇨의학과는 새로운 행위를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따라서 행위나 처치에 대한 가산을 통해 활로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성 생식기 진찰만 보더라도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고 재료대, 소독료가 들어간다. 하지만 현행 진찰료에는 이런 부분들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난임 치료를 위해 필수적인 정액 검사 수가가 5,000원대다. 정액을 받아오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까지만 수가가 책정됐다. 별도의 공간에서 정책을 채취하는 과정에 대한 수가는 없다. 그러다 보니 난임 부부들이 병원을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필수의료 살리기 협의체에서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비뇨의학과가 요청하는 건 기존 행위나 처치에 대해 가산을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진 회장은 "과거 흉부외과나 외과와 같이 비뇨의학과의 처치나 수술에 대해 수가를 가산해줘야 한다"며 "비뇨의학과는 사라지면 안 되는 필요한 진료과목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체에 확산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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