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 받을 혈소판 직접 구해와야 하는 상황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헌혈 인구가 크게 줄면서 혈액 수급난도 심해지고 있다. 특히 백혈병과 골수이형성증후군 등 혈액질환 환자들이 제때 혈소판 수혈을 받지 못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16일 혈액이 부족해 지정헌혈로 수혈 받을 혈소판을 직접 구하고 있는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혈소판 헌혈을 요청하는 성명을 냈다.

백혈병 환자는 항암치료 중이거나 조혈모세포이식 후 혈소판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장출혈·뇌출혈·폐출혈 등 장기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때 긴급히 혈소판 수혈을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백혈병환우회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헌혈자가 급감하면서 혈소판 수혈을 받아야 하는 백혈병 환자들이 제때 수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혈이나 혈장에 비해 혈소판 헌혈자가 특히 적어 공급이 지연되고 있고, AB형 혈소판의 경우 1주일이 지나야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병원에서 백혈병 환자 가족에게 혈소판 헌혈자를 직접 구해오도록 요구하는 '지정헌혈제'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게 백혈병환우회의 설명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각 병원에서는 백혈병 환자가 혈소판 제공자를 확보한 후 필요할 때마다 채혈하는 '지정 헌혈제' 방식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백혈병환우회와 환자 가족들이 2006년 8월 23일부터 9월 6일까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담센터에서 "백혈병 환자가 직접 피를 구하지 않게 해 달라"고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인 끝에 혈소판 수급체계가 개선됐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이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필요한 혈소판을 하루 전에 신청하면 공급받을 수 있는 '사전예약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헌혈 인구가 급감하면서 성분채혈혈소판도 크게 줄어 의료기관이 혈액관리본부에 신청하더라도 공급받기가 힘들어진 상황이다. <백혈병환우회TV '긴급!! 혈소판이 부족해요'>

백혈병환우회는 "적십자사 혈액원이나 한마음혈액원에서 신청한 혈소판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각 병원에서는 환자 가족에게 혈소판 헌혈자를 직접 구해서 지정헌혈 방법으로 병원에 공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혈소판 헌혈자를 환자가족이 직접 구하는 관행은 이미 14년 전 ‘혈소판 사전예약제’ 실시를 통해 없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부활된 현재의 상황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복지부와 적십자사 혈액원·한마음 혈액원이 적극 나서 백혈병 환자 가족이 혈소판 헌혈자를 직접 구하지 않도록 신속히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우회는 "현재 혈소판 수급 관련해 적십자사 혈액원과 각 병원 혈액원 간에 수급 예측 및 채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적십자사 혈액원과 한마음혈액원에서는 각 병원 혈액원에서 신청한 혈소판 수량만큼 채혈할 수 있도록 헌혈자에게 혈소판 수급상황을 설명하거나 혈소판 헌혈을 하도록 권유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혈소판 등 안정적인 혈액수급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헌혈참여가 필요하다.  

환우회는 "무엇보다 헌혈자들의 혈소판 헌혈 참여가 절실하다"며 "혈액이 부족해 지정헌혈로 수혈 받을 혈소판을 직접 구하고 있는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혈소판 헌혈에 참여해 주실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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