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폐경 여성에게 젤 타입의 에스트로젠과 경구용 미분화 프로제스테론을 함께 투여하면 인지기능 감소 폭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산부인과 윤병구 교수·신경과 나덕렬(사진, 왼쪽부터) 교수 연구팀이 최근 이런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을 '북미폐경학회지'(Menopause)에 발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8년 1월부터 2012년 10월 사이 경도인지장애를 보인 폐경 여성 37명을 상대로 전향적 이중맹검(double blind)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70.4세로 인지기능 검사에서 기억성 다영역 경도인지장애를 진단 받았다. 

연구팀은 이들을 병용요법 치료그룹(19명)과 위약그룹(18명)으로 나눠 치매검사를 포함해 여러 인지기능 검사(K-MMSE, MoCA-K 등)를 6개월마다 진행하며 2년간 추적 관찰했다.

호르몬요법으로 에스트라디올 젤(0.1%)을 0.5mg에서 2mg까지 점차 용량을 늘려가며 매일 바르게 하는 한편, 3개월 뒤부터 매일 경구용 미분화 프로제스테론 100mg을 함께 복용토록 했다.

무작위 이중맹검 시험인 만큼 참여자 본인이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 알지 못할뿐더러, 연구자 역시 누가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 연구가 끝날 때까지 모르도록 했다.

최종 연구를 마친 35명 중 17명이 병세가 깊어져 치매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위약그룹이 52.9%(9/17)로 치료그룹 44.4%(8/18)보다 다소 높은 비율을 보였다. 

현재 한국형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K)는 경도인지장애에서 병의 진행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우수한 검사이다. 

위약그룹은 시간이 지나면서 MoCA-K가 의미있게 감소해 병이 악화됐다. 그러나 치료그룹은 변화가 없었으며, MoCA-K 변화양상이 양군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18개월 이후부터 통계적으로 유의한 격차를 나타냈다.

치료그룹의 경우 24개월에서 30점 만점을 기준으로 간이정신상태검사(K-MMSE)에서 3.26점, MoCA-K에서도 3.85점 앞섰다. 

두 그룹 모두 기저 검사 상 인지기능이 비슷하게 떨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 폭에서 큰 차이를 보인 셈이다.

윤병구 교수는 "폐경 여성의 삶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치매와 같은 인지장애"라며 "병의 진행을 막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의료진을 믿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연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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