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 교수(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라포르시안]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복되지 못한 질환 분야가 있다. 바로 ‘치매’이다. 현재 치매 치료에 사용되는 약은 완치보다는 질환이 진행되는 것을 지연시키거나 치매로 인한 여러가지 증상을 조절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의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7'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추정 치매환자는 2016년 기준 약 66만명이다. 평균 치매유병률은 9.8%다.

치매는 일반적인 노화현상이 아니다. 뇌 신경세포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일종의 질환이므로 다른 질환처럼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단시기가 빠를수록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병의 진행속도를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는 약 70여 가지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전문의의 면밀한 검진이 필요한 분야다. 특히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기억력 손상이 일반 노화에 의한 현상인지 알츠하이머형 치매에서 왔는지 여부를 전문 의료인만이 판정할 수 있다. 이강수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부터 치매 조기검진에 대한 중요성을 들어봤다.

- 현재 국내외 치매 치료제 개발 상황이 어느 정도인가.

“많은 제약사가 치매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고, 연구를 시작한 약물도 대부분 3상까지는 가지만 실용화 단계로 넘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이나 증상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치매의 주요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침착을 저해하는 치료제 위주로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타우단백질이나 염증 등 다른 원인을 타깃으로 한 신약 연구가 좀 더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에 새로운 기전의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신약임상연구에서도 좋은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는 만큼 5~10년 내로 치료제가 개발 될 것으로 예상한다.”

- 치매 조기검진에 대한 환자 및 가족, 대중의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10년 전만해도 치매 조기검진에 대한 인지도는 10%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30~40% 정도로 많이 향상됐다. 그러나 조기 검진률이 아직 낮은 게 사실이다. 먼저 치매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여전히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치매를 노망이나 노화로 간주해 치료나 예방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정작 치매가 진행되어도 치매인 줄 모르고, 치매증상을 노화로 생기는 변화라고 여겨 의료기관을 찾지 않거나 그냥 지나치는 일이 많다. 국내 한 보고에 의하면 외국에서는 치매의 첫 증상이 있고 난 후 환자가 병원을 찾아오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1.4년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평균 2.7년이다. 이는 종합병원에서 연구된 결과로 실제 일반적인 지역사회에서는 치매가 이미 한참 진행되어서야 의료기관을 찾는다. 이때는 이미 신체적 합병증이나 문제행동이 심해 가정에서 더 이상 돌보기 힘든 상태인 경우가 많다. 치매 초기단계에서 나타나는 증상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생기는 문제다.”

- 치매 조기검진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해외에서의 조기검진 정책은 어떤가.

“국내에는 치매 조기검진 가이드라인이 없다. 현재 관련 정책상 60세 이상이라면 모두 조기검진을 받게끔 권유하고 있다. 해외를 보면 올해 7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 컨퍼런스에서 치매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한 치매 임상 평가 가이드라인을 최초로 제정해 공개했다. 치매를 초기 단계에서 관리하지 않을 경우 향후 소요될 비용과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선제적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지기능, 행동 변화가 진행되는 환자의 경우 치매 전문가에게 전원을 고려해야 하며 진단 과정에서 의료진과 환자 및 보호자와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 치매를 노인성 질환이 아닌 노화증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치매를 단순히 노화 증상으로 여기면 진단이나 치료가 늦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치매치료의 목표는 최대한 빨리 발견해 증상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기 때문에, 노화로 생각되더라도 조기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약물치료는 일반적으로 빨리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 초기에 약물을 사용하면 건강한 치매환자의 모습을 가능한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치매 전 단계(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중증일 때 등 중증도별로 치료에 차이가 있나.

“치매 전 단계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에서는 약물치료는 보통 진행하지 않고 인지훈련이나 운동 등의 비약물치료 위주로 진행한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매 치료제를 사용하면 치매가 예방되지 않을까 하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이는 아직까지 근거가 없다. 경도인지장애가 치매 고위험군이기는 하지만, 위험요인에 대한 관리를 잘 하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약물치료는 권장하지 않는다. 경도인지장애가 치매와 다른 점은 기억력 저하가 있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감별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보호자, 환자와의 자세한 문진 및 신경학적 검사, 정신상태 검사를 통해 인지기능의 저하 및 이로 인한 일상생활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일단 치매로 진단되면 중증도에 따라 초기, 중기, 말기로 나뉜다. 치매 초기단계에서는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기능의 저하가 관찰되며, 이로 인해 기본적인 일상생활 기능에는 크게 문제는 없다. 그러나 도구를 사용하는 등의 복잡한 고도의 일상생활기능에 약간의 문제가 생기는 단계이다. 이 때는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훈련, 운동치료 등의 여러 가지 비약물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중기로 접어들면 인지증상보다는 정신행동증상(BPSD)을 조절하는 데 주력한다. 헛것이 보인다거나 의심이 많아지고, 잠을 자지 않는 등의 증상을 말한다. 이러한 이상증상은 가족이 환자를 돌보는 데 큰 어려움을 주기 때문에 정신과적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해야 한다.”

- 치매를 조기에 진단했을 때와 진단이 늦어졌을 때의 환자의 경제적 부담 측면을 본다면.

“치매환자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중증도별로 차이가 크다. 초기 치매환자에 비해 중기나 말기 환자에 들어가는 비용은 1년에 3~4배 가량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일찍 치료하면 이러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환자가 요양원에 들어가기까지의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다. 치매를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가족 조호 부담도 줄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이득이다. 그러므로 현재 30~40% 수준인 치매 조기검진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치매 약물치료는 증상악화를 지연시켜 치매환자의 독립성을 연장시킬 수 있으며, 가족들이 치매 환자를 돌보며 쓰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치매를 조기 발견해 조기치료를 시작할 경우, 치매 환자의 가족은 향후 8년 간 약 7,900시간의 여가시간을 더 누릴 수 있고, 6,300만원을 더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치매 초기단계부터 약물치료 시 5년 후 요양시설 입소률은 55% 감소한다.”

- 전문의에 의한 치매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치매라는 것 자체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기는 증후군이라 진단이 쉽지 않다. 신경심리검사나 MRI 등을 진행해서 치매를 진단하는 데 도움을 받지만, 단편적인 검사 결과만으로 치매를 진단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해서 임상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전문의의 진단이 상당히 중요하다. MRI 등 객관적인 검사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전문의가 직접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 자세한 진단과정을 거쳐 실제 일상생활기능과 인지기능장애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환자의 증세가 노화의 과정인지, 치매인지 판별하고, 치매라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이러한 증세가 일시적인 것인지 등을 판단해야 하는데,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러한 것들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렵다.”

- 전문가 입장에서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 보완해야 할 게 있다면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나. 

“치매국가책임제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은 ‘치매안심센터’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선별검사 및 신경심리검사 단계까지 진행이 된다. 여기서 치매 증후군이 있다고 판단된 환자는 감별진단 등을 위해 연계 병원으로 보내지는데, 그 이후의 치료 및 관리 프로세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치매환자를 발굴하는 데만 몰두하기 보다는 치매의 예방 교육이나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관리, 중증치매환자의 사례 관리 등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치매안심센터 사업을 수행할 촉탁의 및 전문인력 부족이 현재로서는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진다. 치매전문의사 및 전문인력의 양성 및 충분한 교육이 절실하다. 치매안심센터는 보건소 직영으로 촉탁의를 고용해 환자 진료 및 신경심리검사의 해석 등이 이뤄진다. 그러나 센터가 단순히 검진사업 말고 치매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문성을 좀 더 갖기 위해서는 지역특성에 따라 민간에 위탁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치매를 예방, 관리를 해서 실제로 치매 유병률이 떨어졌다는 보고가 있다. 미국에서도 치매 위험요인만 잘 관리하면 50~70%는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우리나라도 단순히 치매검진이나 환자 유치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치매 예방 및 관리가 올바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치매국가책임제의 중간점검 및 검토를 통해 치매환자와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등 더욱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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