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연대보증인 삭제 제도개선 권고...'진료비 연대보증 금지' 의료법 개정 추진

[라포르시안] #. 종합병원에 입원을 한 적이 있는데 입원 시 병원이 연대보증인 작성을 요구하면서 응하지 않을 경우 입원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어쩔 수 없이 자주 가는 커피집 사장님에게 간곡히 부탁해 간신히 연대보증인을 설정하고 입원할 수 있었지만 병원 측의 불합리한 처사에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 국립대학병원에서 검사 받기 위해 하루 입원을 위한 절차 진행 중 연대보증인이 없으면 입원이 불가하다고 한다. 어렵게 보증인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금융권도 연대보증인을 폐지하는 마당에 병원이 이래도 되는지 싶었다.

지금도 상당수 병원에서 진료비 미납률 증가 등을 우려해 환자가 입원시 연대보증인 작성을 관행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입원환자에 대한 연대보증인 요구가 가난한 환자에 대한 차별과 진료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은 끊이질 않고 제기돼 왔다. 지난 2016년에는 한 대학병원이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인 의료급여환자에 대해서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가 공공병원 55개 및 지역 민간 종합병원 63개 등 총 118개 병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72%인 85개 병원에서 입원약정서에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공병원 가운데 연대보증인 작성란이 있는 34개 병원 중 33곳이 입원환자로부터 연대보증인을 제출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권익위는 입원약정서에서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없애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공공병원의 경우 올해 3월까지 입원약정서에서 연대보증인란을 삭제하고, 민간병원은 내년 6월까지 이를 자율적으로 삭제하거나 ‘선택사항’임을 명시하도록 했다.

권익위의 제도개선 권고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 1월 의료기관에 공문을 보내 입·퇴원 동의서를 작성하면서 연대보증인을 세우라고 요구하는 관행이 시정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복지부는 공문을 통해 "연대보증인을 세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환자에게 입원과 진료 불가를 통보할 경우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한다"며 "이런 행위가 적발되면 의료법 제15조 진료거부 금지 조항 위반 혐의를 적용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에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제도개선 의지에 따라 작년 말부터 입원약정서에서 연대보징인 조항을 삭제하는 대형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이 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충북대병원은 이미 작년 초부터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없앤 입원약정서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연대보증이 없더라도 병원 입원이 가능하고 연대보증 자체에 대한 환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 아예 연대보증인 작성란 자체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국립대병원인 경상대병원병원장은 권익위의 권고에 따라 오는 3월일부터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없앤 새로운 입원약정서를 도입한다.

경상대병원은 권익위 권고안을 수용해 입원약정서에 연대보증인란을 삭제하고, 공정위가 제시한 입원약정서 표준약관을 기재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은 올해 1월부터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없앤 새로운 입원약정서를 도입했고, 인하대병원도 3월부터 연대보증제를 폐지한 새로운 입원약정서를 도입키로 했다.

병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연대보증인 작성을 없애더라도 병원비 미납률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가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삭제한 서울대병원 등 13개 의료기관의 병원비 미납률을 분석한 결과 작성란 삭제 전후에 미납률에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한 곳이 많았다. 미납률이 증가한 곳도 1% 미만에 불과해 연대보증인과 미납률 간에는 상관관계가 미미했다.

시민단체는 아예 입원환자에게 연대보증요구를 금지토록 관련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은 작년 12월에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와 진료계약을 맺을 때 연대보증을 강요하면 안 되며, 이를 이유로 진료나 조산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신설한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연대보증인 요구가 진료거부행위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연대보증인’란의 존재 자체가 사회적 취약계층의 치료 접근권을 침해하는 행위일 수 있다“며 "법으로 병원의 연대보증요구를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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