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영역 따라 법 적용 범위 애매하다는 지적도...복지부 "의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결정"

[라포르시안] 내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의 본격 시행을 앞둔 가운데 "어떤 의료인이, 어떤 상태의 환자를 상대로 연명의료 중단을 판단해야 하는지 기준이 모호해 큰 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명의료결정법 상의 모호한 규정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9일 병원 대강당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의 시행 의미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의료계와 법조계, 정부 관계자가 발표자로 참여했다.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대한의학회장)은 "내년 2월부터 환자 보호자가 원하면 연명의료를 중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그런 법은 없다"면서 "회복 가능한 환자에게 연명의료(중환자 의료)를 하지 않으면 위법행위로 처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서 무의미한 침해행위에 해당하는 연명의료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친다'는 김 할머니 사건 당시 대법원 판례를 근간으로 했기 때문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본인이나 가족이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착용·혈액투석·항암제 투여 등 4가지 의학적 시술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시범사업 한 달 동안 본인과 가족의 뜻으로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해 생을 마감한 환자는 7명이었다. 

또 2,197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성 원장은 "의사들은 '회복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 판단이 어렵다'며 두려워한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 마치 큰일 날 것처럼 여긴다. 그만큼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판단은 전적으로 의사가 해야 하며, 그 권한과 의무를 누구한테도 미뤄서는 안 된다. 판단이 틀렸다고 처벌하는 법도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환자에 대해서 열심히 생각하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라면 혹시 그 결과가 틀렸다고 해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의사 이외에 판단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의사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의사는 환자에게 긍정적인 얘기는 잘하지만 좋지 않은 말은 못한다"며 "이제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것을 통해 환자가 스스로 삶을 정리할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법조계에서는 임종 과정에 있는 말기 암 환자의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의료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윤동욱 변호사는 "어떤 상태의 말기 암환자가 임종 과정에 해당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법률에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담당 의사가 자의적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했을 때 형법상 살인죄나 업무상과실치상죄보다 형이 가벼운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형법에 보면 살인죄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고,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했을 때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며 "그러나 연명의료결정법의 벌칙 조항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돼 있어 처벌 수위가 낮다"고 주장했다.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친권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가족이 없는 경우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에 따른 혼란과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원에 임상윤리 자문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해 정착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국생명윤리학회 구영모 회장(울산대의대 교수)은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같이 병원내 임상윤리 자문서비스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엠디앤더슨(MDACC)의 임상윤리 자문서비스프로그램 등을 벤치마킹하고 인력 양성을 위한 연수프로그램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료영역에 따른 법 적용 범위가 애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조영재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환자실에서는 몰라도 응급실에서는 실려 온 환자 모두를 살려야 한다"며 "연명의료중단 대상이 아닌 환자의 치료를 중단하면 처벌하는 조항이 있는데, 처벌이 무서워서라도 모든 환자에게 CPR(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환자 유형과 진료 공간에 따라 연명의료 적용 기준을 마련하고, 벌칙 규정은 1년간 시행을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박미라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아직 연명의료결정법의 내용을 잘 몰라서 혼란과 우려가 큰 것 같다. 어제(28일) 연명의료 시범사업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쟁점이 되는 내용을 Q&A로 설명했는데 안타깝게도 자세히 읽어본 분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면서 "이 법은 기본적으로 의사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나하나 법률로 정하다 보면 너무 과도한 규제와 간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처벌 조항은 1년간 적용을 유예하고 법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의료인과 국민을 상대로 관련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제도에 대한 현장 적응 시점을 고려해 대상자가 아닌 사람에게 연명의료 중단 등을 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의 효력이 2019년 1월부터 발효되도록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다"며 "또 의료인이 법을 잘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전국단위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국민을 상대로로 홍보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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