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환자단체, 진료기록부 조작 방지 의료법 개정안 국회통과 촉구..."병원 측이 아동학대 부모로 몰아"

故 전예강양 유족과 환자단체들은 9월 25일 오전 10시 30분 신촌세브란스병원 암병원 앞에서 의료사고 사망사건 진실 은폐 행위에 대한 사과 및 허위기재·수정된 진료기록의 원본·수정본 모두를 의무적으로 보관·열람·사본교부해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제공: 한국환자단체연합회
故 전예강양 유족과 환자단체들은 9월 25일 오전 10시 30분 신촌세브란스병원 암병원 앞에서 의료사고 사망사건 진실 은폐 행위에 대한 사과 및 허위기재·수정된 진료기록의 원본·수정본 모두를 의무적으로 보관·열람·사본교부해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제공: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라포르시안] 지난 2014년 1월 코피가 멈추지 않아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내원했다가 요추천자 시술을 받던 중 쇼크로 사망한 고 전예강양의 사망을 둘러싸고 유족 측과 병원간의 법정공방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예강이가 숨진 후 유족 측은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지만 병원의 거부로 조정신청이 각하되자 민사소송을 신청했고, 오는 27일 1심 재판의 마지막 변론기일을 앞둔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예강이 유족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5일 오전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료기록부 허위기재로 예강 어린이 의료사고 사망사건의 진실을 악의적으로 은폐한 세브란스병원은 부모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국회는 추가기재․수정된 진료기록의 원본·수정본 모두를 의무적으로 보존·열람·사본교부 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신속히 통과시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족과 환자단체연합은 "해당 병원의 의료인들은 예강이 진료기록부를 허위기재 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구약식)되어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고, 국회에서는 추가기재․수정된 진료기록의 원본·수정본 모두를 의무적으로 보관·열람·사본교부 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병원은 묵묵부답"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해당 병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JCI 국제인증’을 받았고, 국내 인증도 받아 ‘안전한 병원’으로 널리 알려진 대학병원"이라며 "그러나 예강이가 7시간 동안 치료받았던 JCI 국제인증을 받은 해당 병원 응급실에서는 예강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여러 단계의 환자안전사고 예방시스템 중 제대로 작동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이 문제 삼고 있는 병원의 부적절한 대응은 ▲응급상황의 예강이에게 ‘응급수혈처방’이 아닌 ‘일반수혈처방’ ▲농축적혈구(RBC) 수혈시간과 분당 맥박수 관련 진료기록 허위기재 ▲대학병원의 유기적인 협진체계 부실 ▲전공의 수련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등 네 가지 사안이다. <관련 기사: 세브란스병원 “환자단체·유가족 일부 주장, 사실과 달라”>

유족 측은 "예강이는 내원 당시부터 헤모글로빈 수치와 혈소판 수치가 정상인의 1/3 수준에 불과했고, 맥박수도 분당 137회로 빈맥 상태의 응급상황이었다"며 "응급수혈 등을 통해 생체 징후를 교정한 다음에 검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나 응급실에서는 해당 병원 혈액은행에서 35분이면 혈액이 도착하는 ‘응급수혈처방’을 하지 않았고, 응급실에서 ‘일반수혈처방’을 낸 지 3시간이 경과한 시점에서야 응급수혈처방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진료기록을 허위기재 한 건 검찰 조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유족 측과 환자단체연합은 "예강이 사망원인을 밝히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가 최초의 농축적혈구(RBC) 수혈시간과 응급실 내원 당시의 분당 맥박수 관련 진료기록인데, 예강이 부모는 중요한 진료기록부 내용을 허위기재한 해당 병원의 의료인들을 형사고소했다"며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6월 26일 의료법 위반으로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에 대해서 각각 벌금 200만원과 벌금 100만원 등의 구약식 처분을 내렸고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예강이 진료 과정에서 대학병원의 유기적인 협진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이들은 "환자가 대학병원을 찾는 이유는 우수한 의료진 간의 유기적인 협진체계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인데 해당 병원 응급실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예강이 치료에 있어서 협진 의뢰를 소아혈액종양과와 소아신경과 2개 진료과에 해 놓고도 그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임의로 요추천자 시술을 시행하여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또한 응급실 술기 당번 의사는 응급실 도착 후 예강이 상태에 대한 정확한 인계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기계적으로 요추천자 시술을 했다면 이는 진료과 간 유기적인 협진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병원의 전공의 수련 시스템 상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들은 "해당 병원에서 예강이는 응급실 도착 당시부터 상태가 위중해 요추천자 시술과 상관없이 사망했을 것이기 때문에 의료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병원 주장과 같이 응급실 도착 당시부터 예강이가 언제 사망할지 모를 정도로 응급 상태였다면 수련중인 전공의 1년차가 요추천자 시술을 2회 실패했을 때 당연히 요추천자 시술에 숙련된 전문의로 교체됐어야 하는데 또 다른 수련중인 전공의 1년차가 요추천자 시술을 시행하다 추가로 3회 실패한 후 예강이는 쇼크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유족과 환자단체연합 측은 예강이의 사망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의료사고 여부가 논란이 될 때 진실을 명확히 밝힐 수 있도록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전자의무기록을 포함한 진료기록부 등에 추가기재·수정을 가하는 경우 그 원본과 추가기재·수정본을 함께 보존하도록 의무화 하는 법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는 필요한 경우 전자의무기록의 추가기재·수정 등 변경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접속기록자료를 작성·보존하도록 하는 동시에 원본과 추가기재·수정본에 대한 환자의 열람 또는 사본교부 요청이 있는 경우 이에 응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2건(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권미혁 의원 대표 발의)이 제출돼 있다.

유족과 환자단체연합은 "인재근 의원과 권미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허위기재․수정된 진료기록의 원본·수정본 모두를 의무적으로 보관·열람·사본교부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진료기록부이 의료분쟁 해결과정에서 적절히 활용될 것"이라며 "또한 지금처럼 진료기록부 원본을 열람하거나 사본교부 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해 증거보전 신청을 하지 않아도 되고, 형사고소를 해서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하며 신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한편 유족과 환자단체연합은 세브란스병원 홍보팀 관계자가 기자들을 상대로 예강이 부모가 딸을 상대로 아동학대를 한 의혹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해당 병원 홍보팀 관계자가 예강이를 치료했던 의사들의 말을 인용해 취재기자들에게 '전예강 어린이를 치료했던 의사들이 전예강 어린이 사망 후에 병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예강 부모를 아동학대로 경찰에 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며 "이는 다수의 기자들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의료사고로 9살 딸을 하늘나라로 보낸 예강이 부모에게 해당 병원이 사죄하고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기자들에게 아동학대로 딸을 죽인 나쁜 부모로 이야기하는 것은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 홍보팀은 유족 측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 명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홍보팀 관계자는 "수년 전 일이라 정확한 사실 관계를 기억하기 힘들고, 또한 민사소송 재판이 진행 중인 민감한 상황이기 때문에 유족 측의 주장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기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한 병원은 환자단체와 유가족이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한 내용 중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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