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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한의사, 치과의사…“전통적 의료행위 개념·경계 모호해져”‘의료법과 의료인 면허범위’ 주제 토론회 열려

[라포르시안] 치과의사가 안면 부위 미용을 위해 보톡스 시술과 프락셀 레이저 시술을 해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것을 계기로 의료인 면허범위에 대한 논란이 거센 가운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돼 관심을 끌었다.

고려대 법학연구원 보건의료법정책연구센터는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의료법과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주제로 제2회 HeLP 헬스케어 콜로키엄을 열었다.

이번 헬스케어 콜로키엄에서 가장 관심을 끈 주제는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한의사의 면허 범위에 대한 것이었다.

토론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행사 주최측인 고려대 법학연구원 보건의료법정책연구센터 소장직을 보건복지부 차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지낸 강윤구 전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이 맡고 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토론회에는 대한의사협회 의협 추무진 회장과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 등 의협과 한의협 관계자가 대거 참석했다. 

의료일원화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이런 풍경이 연출된 배경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날 토론회의 화두는 지난 6월 23일 서울행정법원이 자신이 운영하는 한의원에 엑스선 골밀도측정기를 설치해 놓고 내원한 환자들에게 성장판 검사를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한의사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건(서울행정법원 2015구합68789)이었다.

명순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의사와 한의사의 이원적 면허체계를 기조로 하면서 면허범위에 대한 추상적 기준을 설정하지 않은 현행법에서 연구대상 판결과 같은 분쟁은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기술의 발전과 의료소비자의 인식의 변화가 전통적인 의료행위의 개념과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명 교수는 "치과의사가 환자의 눈가와 미간에 보톡스 시술을 한 것이 치과의사의 면허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한 최근 대법원의 판결이 화제가 되었듯 의료기술의 발전과 시대 상황의 변화,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과 필요는 전통적인 의료행위, 치과의료행위, 한방의료행위 개념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명 교수는 "특히 의사와 한의사의 이원적 면허체계를 유지하면서 각 의료인의 면허 범위를 법 해석의 문제로 돌린 것은 입법부가 입법사항에 관한 문제를 회피한 것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면서 "이제는 의료인의 면허제도에 대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얼마 전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이 골밀도 측정기 시연하는 모습을 보고 한의학이 왜 아류를 자처하는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지금 한의계가 어려운 이유는 자신의 것을 지키고 특화해서 발전시킬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김태호 한의사협회 약무이사는 "한의사는 의료법상 의료인으로 의료재료와 치료를 선택할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현대의료기기 사용 또한 객관적 정보를 수집하고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고 반박했다.

김 약무이사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의료법에도 부합한다. 의료서비스 수혜자인 국민도 한의사에게 객관적 데이터를 활용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그런 요구가 최근 판례에 반영되고 있다"면서 "의료계는 한의학을 과학화하라고 요구하는데 의료기기를 못 쓰게 하면서 무슨 과학화냐. 국민건강을 위해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쟁에 대해 법조계와 법학자들은 한의계에 우호적인 견해를 보였다.

법원의 판단과 국민의 요구에 따라 의료인의 면허범위도 변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손계룡 법무법인 이인 대표변호사는 "2011년 한의약육성법이 개정되면서 한방의료행위의 범위가 '한의학을 기초로 하는 의료행위'에서 '한의학을 기초로 하는 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해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로 넓어졌다"면서 "이는 한의학을 과학화해야 한다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판단이 녹아들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노 한국의료법학회 회장(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은 좀 더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주 회장은 "결론적으로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으면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규범적으로 판단할 부분이 있지만, 능력을 갖추고 환자에게 발생할 위험 관리 능력이 있다면 맡겨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정토론에 이어 벌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의료계와 한의계 간 난타전이 전개됐다. 포문은 이용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이 열었다.

이 소장은 "한의학의 가장 큰 강점과 현대의료보다 나은 것은 무엇인가 묻고 싶다"면서 "한의학이 우리나라에서는 대접을 받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동양의학의 한 부분이나 대체요법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의학이 강점이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후학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용민 이사의 질문에 대해 손계룡 변호사는 "오늘 이 자리는 양의학의 우월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저지했다. 좌장을 맡은 강윤구 소장도 "손 변호사의 말씀이 제 말씀이다"라면서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의료계의 공세는 그치지 않았다.

이필수 전남도의사회장은 "한의대에서 150시간 교육을 받았고 한의사 면허시험에서 사용 능력을 검증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는데, 내가 흉부외과 전문의 30년차인데도 아직 엑스레이를 자신있게 판독하지 못한다"면서 "150시간 교육 받고 국시 봤다고 의료기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은 "한의학의 과학화는 한약의 성분을 확실히 밝힌다거나 침술의 효과를 밝히는 것이다.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의료계에서 가장 큰 비극은 60년대에 한의과대학을 세워 의료를 이원화한 것"이라며 "의협이 한의계와의 분쟁으로 인해 지급한 변호사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왜 그런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박진규 기자  hope11@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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