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시 연대보증인 금지한 ‘병원 표준약관’ 무용지물

[라포르시안]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인 의료급여환자에 대해서 한 대학병원이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입원료 체납에 대비한 연대보증인을 요구한 것으로, 가난한 환자에 대한 차별 행위와 다를 바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병원 표준약관'을 개정해 입원시 연대보증인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실제로 병원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셈이다.

5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10년 전 불의의 사고로 인해 3급 장애인 판정을 받은 L씨가 지난 5월 23일 인근 대학병원을 방문해 류마티스내과에서 진료와 검사를 받고, 일주일 뒤인 5월 30일 두 번째 외래진료에서 담당 의사가 입원 치료를 권유해 원무과에서 입원 절차를 밟으려 했다. 하지만 L씨는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입원 수속을 하지 못했다. 

지난 6월 22일 환자단체연합회가 개최한 ‘환자샤우팅카페’에 참석해 자신이 겪은 입원 거부 사례를 소개하며 눈물을 보이는 L씨. 사진 제공: 환자단체연합회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인 L씨는 가족이 없는 독거 세대주로 월세 22만 원인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담당 의사로부터 입원 권유를 받고 간호사가 작성해 준 ‘진료 후 절차 안내문’의 지시에 따라 원무과에 가서 입원 수속을 밟으려던 L씨에게 해당 병원의 원무과의 의료급여 담당 직원은 “보호자가 없으면 입원이 안 되니 아무나 한 명 보호자를 지정해 입원약정서 작성 후 입원하라”고 말했다.

L씨가 독거 세대주로 보호자가 없다는 사정을 이야기하고, 다른 병원에서 진료비를 연체한 적도 없다는 말했지만 원무과 직원은 보호자를 지정해 입원약정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대학병원 직원은 입원 시 보호자가 필요한 이유를 “보호자가 있어야 입원 보증인을 세울 수 있고, 검사·수술 등을 할 때 동의를 받을 수 있고, 간병인이 필요할 때 간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거 세대주인 L씨는 끝내 입원을 거부당했다. 

L씨는 지난달 22일 환자단체연합회가 개최한 ‘환자샤우팅카페’에도 참석해 자신이 겪은 사례를 소개하며 의료급여환자에 대한 병원의 차별적 행위에 분노를 토했다.

이와 관련 환자단체연합회는 5일 성명을 내고 "해당 대학병원에서는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환자단체연합회에서 피해자의 진술 및 해당 대학병원 원무과 직원과의 통화를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L씨는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당한 것이 분명하다"며 "정부와 국회는 일부 병원의 보호자 없는 기초생활보장수급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 거부를 근절하라"고 촉구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입원을 거부당한 L씨는 큰 좌절감과 분노 때문에 고시원 옥상에서 자살까지 마음먹었지만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해당 대학병원의 차별 행위를 세상에 알리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에 정부기관, 국회 등을 뛰어 다녔다"며 "국가와 복지단체에서 운영 중인 이러한 각종 의료복지 제도가 있으므로 가난한 환자들도 치료비 때문에 입원 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보호자가 없는 가난한 의료급여 환자를 상대로 일부 병원에서 입원 거부를 하는 이유가 각종 의료복지제도를 신청하는 행정절차 상의 번거로움을 피하려는 이유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보건복지부는 관할 보건소를 통해 전국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대상으로 ‘보호자’ 또는 ‘입원 보증인’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하는 것에 대한 실태조사 후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해당 대학병원에 대해서도 엄중한 행정처분을 해 일벌백계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법 개정도 요구했다.

입원 거부의 주체를 단순히 ‘의료인’만으로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15조를 개정해 원무과 직원 등의 ‘의료기관 종사자’도 포함시키고, 국민건강보험법시행령 제22조 2항 및 의료급여법 제11조의 4를 개정해 환자에게 비용 부담 청구가 금지되는 유형으로 입원보증금 이외에 입원보증인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번 사건은 L씨 한 개인이 당한 인권침해 행위를 넘어 보호자가 없는 가난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언제든지 당할 수 있는 인권침해 행위"라며 "보호자가 없는 가난한 환자의 입원을 거부한 해당 대학병원은 이영복 씨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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