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원(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라포르시안]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자 마자 제1야당 대표 피습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먼저 새해 벽두에 예상치 못한 피습을 당해 부상당한 제1야당 대표의 쾌유를 빌며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먼저 이 글은 당 대표가 피습을 당하고, 경황이 없을 특정 정당이나 환자 본인 또는 그 가족을 비난하거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한 것이 절대 아님을 강조드리며, 정치나 진영 논리에 관계없이 철저하게 응급의학적 관점에서 관련 사안에 대해 몇 말씀 드려보고자 한다.

먼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현장에서 ‘휴지와 손수건 등으로 지혈을 받으며 구급차를 기다렸다’고 하는데, 잘못된 보도이며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현장 응급처치로 손수건이나 옷, 천 등으로 지혈을 할 수 있겠지만 휴지, 티슈, 화장지는 물기, 혈액에 녹기 때문에 상처에 지혈 목적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흘러내린 피를 닦을 수는 있겠지만, 상처 부위에 직접 휴지나 화장지, 티슈를 대는 것은 옳지 않은 응급처치가 된다는 사실을 말씀드린다.

‘신고부터 이송 시작까지 23분이 걸렸다’면서, 마치 소방 119구급대가 매우 늑장 출동한 것처럼 보도한 기사도 보았는데, 119구급대는 119안전센터에서 대기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하며, 119상황실에서 가장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119구급대에게 출동 지령을 하고 신속 출동하는 체계는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다.

시간-거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119안전센터의 119구급대가 이미 다른 신고에 대응하여 출동한 상태로 가용하지 않다면, 인근에서 가장 빠른 출동을 할 수 있는 119구급대에 출동 지령을 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현장 여건에서, 출동한 119구급대는 가장 빠른 출동을 하였던 것으로 논란의 거리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심정지와 같은 중증응급환자에서는 119구급대가 다중 출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전 10시 50분께 구급차로 이송돼 인근 한 축구장에서 소방헬기로 옮겨져 오전 11시 13분께 부산대학교병원에 도착한 것도 오히려 빠른 응급의료체계가 잘 작동한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목 부위 자상으로 자칫 목숨이 위급할 수 있는 목 부위 혈관 손상이 의심되는 중증 외상 환자로 119구급대원이 현장 평가를 시행해 응급 처치를 하며, 119상황실(119구급상황관리센터) 구급지도의사의 헬기 이송 승인, 그리고 가장 가까운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학교병원으로 빠르게 헬기 이송을 한 것은 바른 판단이었고, 우리 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한 것이었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위치의 권역외상센터로 119구급대가 이송해 권역외상센터 전문의들의 응급 진료 후, 당 대변인은 "자칫 대량 출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서울대병원 후송 후 신속하게 수술할 예정"이라고 언론 브리핑을 했다. 최고위원 한 사람은 "목은 민감한 부분이라 후유증을 고려해, (수술을) 잘 하는 곳에서 해야 할 것"이라며 "가족들이 원했다"고 설명하며, 거의 국토를 종단하다시피 해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했다.

중증 외상이 의심되는 환자, 신속하게 응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지침에 따라 가장 가까운 권역외상센터로 119구급대가 이송했더니, ‘가족이 원한다’고, ‘잘 하는 곳으로 이송한다’면서 먼거리에 위치한 대학병원,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헬기 이송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식으로 한다면 어느 국민이 지역의 병원, 그것도 지역거점국립대학교병원을 믿고 국가의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신뢰할 수 있겠나. 너도나도 서울대병원으로,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헬기 이송을 요구하지 않겠나.

국가적으로 혈세를 쏟아부어 가까스로 쌓아 올린 우리나라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며 허물어 버리는, 그렇게도 지역 의대와 공공 의대 신설, 지역 의사제를 주장하는 정치권의 이중적인 행태에 가슴을 치게 된다.

지방에서 살면 무조건 지방에서만 진료받으라는 말이 아니다. 시간을 다투지 않는 의료 분야, 대표적으로 미용이나 만성 질환, 심지어 암 진료에서 우리 국민의 병원 선택권은 현재 무한대이며, 지방에서 암 분야 진료를 위해 서울 원정 진료는 이제 뉴스도 아니다. 그런데 생명이 경각에 달린, 시간을 다투는 응급 질환, 중증 외상 환자에서 해당 지역내에서 골든타임 내에 응급 진료, 응급 수술이 시행되지 않으면 환자는 사망하거나 영구적 장애를 가지게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 아닌가. 중증외상 환자가 실제 원거리 이송을 하다가 사망에 이른 경우, 지난해 그렇게도 ‘응급실 뺑뺑이’라며 대서특필된 것을 기억하시리라.

어떤 분들은 국가 의전 서열 8위의 제1야당 대표로서 헬기 이송과 서울대병원 이송이 마땅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건강 검진이라면, 또는 만성 질환 진료를 위한 것이었다면 그 논리도 일견 타당한 면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런데 시간을 다투는 중증외상환자에서 국가 의전 서열을 고려해,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하기 위해 충분한 진료 능력이 있는 가장 가까운 권역외상센터에 현장에서 헬기로 빠르게 이미 이송된 환자를 굳이 국토의 끝과 끝 정도인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송하다가 만약 사망이나 영구 장애가 발생한다면 그래도 그런 의전을 따질 것인가. 이것은 국가의전서열 대우의 문제가 아니라, 중증응급질환, 중증외상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이다.

응급질환의 경우로 생각해 보자. 정말 시간을 다투는 급성심근경색증 소견이 명백한 전형적인 극심한 흉통이 발생한 환자를 지방의 한 병원에서 관상동맥조영촬영검사와 시술 준비가 다 돼 있고, 시술 경험도 충분히 많은 의료진도 바로 진료할 준비가 돼 있는데도, 국가의전 서열을 따지며 그에 걸맞은 대우를 위해 그리고 심장은 중요하고, 잘 하는 곳에서 해야 한다며 가족이 원해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을 한다고 하면 과연 그것이 맞은 것인가. 현재 소방헬기나 닥터헬기 운영 규정에는 국가의전서열을 고려하는 항목은 없다는 사실도 또한 말씀드린다. 향후에 국가의전서열에 걸맞는 대우를 위해 소방헬기나 닥터헬기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차제에 관련 기관에서 해당 규정을 개정하면 되겠다. 

일각에서는 ‘목 부위에 살해 의도를 가진 피의자로부터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이었다’며 ‘본인과 가까운 사람, 본인의 가족이라고 생각을 해도 그런 말을 할 수가 있겠느냐’며 윽박을 지르기도 한다. 누구든 자기 목숨 자기 가족의 건강은 우주보다 소중하며, 목숨을 잃은 뻔한 응급 상황에서 그 목숨을 골든타임 내에 지켜기 위해서 응급의료체계가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

피습 현장에서 최종 치료가 가능한 지역의 권역외상센터까지 소방 119구급대는 헬기까지 사용해 신속히 이송했고, 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도 바로 진료를 시작했으니 여기까지는 해당 지역의 응급의료체계가 올바로 작동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후 벌어진 일들이 과연 그 환자를 진정 위한 것이었는지는 스스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증 외상 환자를 포함한 응급환자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원한다고 이송 병원이나 전원 병원을 정해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응급의료기관 이송 결정은 119구급대원의 판단을 따라야 하며, 물론 119구급대원은 활력 징후 측정, 한국형 중증도 분류도구를 사용해 바르게 현장 환자 평가를 시행하고, 119구급상황관리센터 구급지도의사의 직접의료지도를 받으며, 119상황실에서 사전 연락을 시행해야 한다.

응급의료기관에서 만약 수술, 시술, 입원이 어려운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 등 의료진 판단에 따라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으로 사전 연락하고 수용 여부를 확인하는 전원 절차를 통해 응급 수술, 시술, 입원이 가능한 병원으로 안전한 이송을 해야 한다. 정말 소중한 국민 한분 한분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응급의료체계를 존중하고 신뢰해 주기를 바라며, 국민들께서도 응급의료체계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고 이용해 주시기를 많은 이해와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그리고 정치권부터 앞장 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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