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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년 맞이한 ‘헬싱키 선언’을 둘러싼 몇 가지 논란[미리안 브리핑]
▲ 1932년 미국 정부는 앨라배마 주 더스키지 마을의 가난한 흑인들에게 생활보조를 해 주는 대가로 매독 임상시험에 응할 것을 제안했다. 대부분이 문맹이었던 흑인 399명은 임상시험을 마친 뒤 완전하게 치료해 주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고 이 제의에 응했으나 128명은 매독과 합병증으로 숨졌다. 1997년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관련 기사 :  매독, 거짓말, 그리고 플라시보 효과…‘헬싱키선언’의 고민

[라포르시안]  전 세계적으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연구의 윤리원칙으로 적용되는 규정집이 50번째 생일을 맞이한 가운데 `임상시험에 지원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 아직도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정치인과 윤리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의 '헬싱키선언'(Declaration of Helsinki)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런 가운데 제약회사와 의학 연구자들은 아직도 작년에 개정된 2개의 조항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조항 중 하나는 개발도상국에서 수행되는 임상시험에서 고조되고 있는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제약사들과 관련된 것으로 "실험약물이 시장에 출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제약사는 그로 인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임상시험 참가자들에게 해당 약물을 계속 제공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헬싱키선언은 많은 국가들이 임상시험 관련 법률을 제정하는데 참고하는 일종의 규정집이다. 연구기관들은 종종 소속 연구원들에게 헬싱키선언을 따르도록 종용하며 세계 의학저널 편집자협회(World Association of Medical Editors, 92개 국 1,000개의 의학저널 대표자로 구성됨)는 공식 윤리심사를 거치지 않은 논문에 대해 "헬싱키선언을 출판 조건으로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국 셰필드 신장연구소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다드리 만 슈레스타 박사(장기이식 전문의)는 "헬싱키선언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헬싱키선언의 모든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헬싱키선언이 맨 처음 채택된 것은 1964년이지만 그 적합성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왜냐하면 몇 년마다 의학계의 트렌드를 반영해 개정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된 내용 중에는 논란을 일으킨 것도 있다.

예컨대 2008년 미국은 헬싱키선언의 준수를 중단한 적이 있는데, 주로 2004년에 첨가된 `위약(placebo) 사용 제한`에 관한 규정들 때문이었다. 보스턴 소재 법무법인 '로프&그레이' 소속 변호사인 마크 반스는 작년에 개정된 34항(paragraph 34), 즉 "제약사들은 임상시험이 종료된 후에도 실험약물을 공급하라"는 조항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34항은 임상시험의 스폰서, 정부, 연구자들에게 '임상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실험약물의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들을 계속 치료하는 계획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반스는 34항이 제약사들에게 소량의 약물을 계속 생산하게 함으로써 큰 비용부담을 초래할 수 있으며, 다른 유망 약물(보다 많은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생산하는 데 사용될 자금을 잠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최악의 경우 중소 제약사들은 파산할 수도 있다. 헬싱키선언 34항은 터무니없는 조항으로, 헬싱키선언의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임상시험 후의 약물접근권을 윤리적 의무로 생각하고 있다. 캐나다 맥길 대학교의 제럴드 배티스트 박사(종양학)는 언젠가 췌장함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는데, 그 환자는 공교롭게도 (임상시험에서 실패한) 특정 실험약에 잘 반응했다. 문제의 실험약은 개발이 중단됐지만,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BMS: Bristol-Myers Squibb)은 병원과 환자의 압력으로 약 7년간 울며 겨자먹기로 그 약물을 생산했다.

배티스트 박사는 "그것이 제약사에게 큰 비용부담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지만, 헬싱키선언에 규정된 임무인만큼 지킬 건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BMS는 `얼마나 많은 생산비가 들었냐`는 Nature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스페인 자치대학의 라파엘 달레 박사(임상시험 연구자)는 최근 삭제된 헬싱키선언의 조항에 불만을 품고 있다. 그는 임상시험 스폰서들에게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실험약의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그들이 거주하는 지역사회에 다른 적절한 치료나 혜택(학교나 병원과 같은 공공재를 의미함)을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조항을 다시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조항은 2008년의 헬싱키선언 개정안에 포함됐던 내용인데, 이는 `임상시험 참가자 개인뿐만 아니라, 그들이 소속된 지역사회에도 임상시험 참가에 대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레 박사에 다르면 `지역사회에 대한 보상` 조항은 나름의 근거가 있다고 한다. 즉, 선진국의 거대 제약사들이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사람들(약을 사먹을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경향이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보상을 개발도상국의 지역사회에 제공할 의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달레 박사는 "이 같은 보상조항이 생길 경우, 제약사들은 개발도상국에 보다 많은 병원, 학교, 청정에너지 시설을 짓게 될 것이다. 그러나 2013년 세계 의사회는 이 조항을 헬싱키선언으로부터 삭제하고 말았다"고 성토했다.

해당 조항의 삭제에 관여했던 캐나다의사회의 제프 블랙머 박사(윤리분과 위원장)는 "지역사회에 대한 보상 조항이 삭제된 것은 아프리카 의사들이 `특정 지역사회의 지도자들이 자신의 지역사회를 부정한 방법으로 임상시험에 포함시켜 혜택을 독식한다`고 항의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짐바브웨 의학연구위원회의 폴 느데벨레 위원장은 "일전에 어떤 학생들이 날 찾아와 `마을의 어른들이 학생들을 억지로 임상시험에 참가시키려고 한다`고 폭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느데벨레 위원장은 "지역사회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이 문제를 야기한다면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교육시켜 문제를 해결해야지 규정 자체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 가난한 아프리카 주민들은 임상시험의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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