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 대상 62%서 과학적 문제·47%서 윤리적 문제 제기돼...67% 연구동의서 문제 지적

[라포르시안] 1964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의사회(WMA) 제18차 총회에서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연구의 윤리원칙으로 '헬싱키 선언'이 채택된지 50년이 더 지났다.

헬싱키 선언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와 관련해 의료인에게 지침이 되는 권고 사항을 담고 있다. 이 선언문이 탄생한 배경에는 나치의 비윤리적인 생체실험이 자리잡고 있다.

2차 대전 직후 나치의 인체실험에 관여한 독일 의사들과 과학자들을 심판하기 위한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부는 최후 판결문을 통해 '허용 가능한 의학실험'이라는 제목으로 10개의 강령을 발표했다.

이 10개 조항이 '뉘른베르크 강령'으로 불렸고, 이를 기초로 1954년 열린 세계의사회(WMA)의 제8차 총회에서 '인체실험에 관한 결의: 연구와 실험 종사자를 위한 원칙'이 채책됐다. 이후 세계의사회는 1964년 열린 제18차 총회에서 인체실험에 관한 결의를 수정하고 발전시킨 '헬싱키 선언'을 발표했다.

헬싱키 선언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바로 ‘피험자의 자발성’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자는 반드시 피험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방법, 이득과 위험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피험자의 자유의사에 따른 동의를 얻은 뒤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관련 기사: 매독, 거짓말, 그리고 플라시보 효과…‘헬싱키선언’의 고민>

그런데 국내 한 대학병원의 임상시험연구계획서 중 절반 정도가 과학적, 혹은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심의 단계에서 재심을 받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최근 발간된 한국의료윤리학회지 최근호에는 '한국의 한 대학병원의 연구윤리심의위원회 심의에서 나타난 임상연구계획의 과학적, 윤리적 문제'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

이 논문을 작성한 김옥주 서울대병원 임상연구윤리센터 교수팀은 국내 한 대학병원 IRB에서 2004∼2006년(752건), 2013년(492건)에 실시한 총 1,244건의 연구계획서 심의내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IRB에서 심의한 1,244건의 연구계획서 중 22.7%만이 초기 심의에서 승인되었고, 64.2%는 수정 후 신속심의, 12.6%는 보완 후 재심의로 처리됐다.

특히 전체 심의 대상 연구 중 62.2%에서 과학적 문제가, 47.0%에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됐다.

과학적 문제로는 '불확실한 연구대상자 수'가 41.4%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불확실한 연구디자인'(31.9%), '불명확한 통계분석방법'(31.5%) 등의 순이었다.

윤리적 문제로는 '임상시험 대상자의 모집/포함 기준 문제'(31.5%), 사생활·개인정보 문제(17.3%), 추가비용·보상 문제(9.6%) 등으로 파악됐다.

또한 연구동의서 문제를 가진 연구는 전체 심의 대상 연구의 67.0%에 달했고, 증례기록서(CRF)의 문제를 가진 연구는 41.3%로 나타났다.

2004~2006년에 비해 2013년에 불확실한 연구디자인, 사생활 및 개인 정보, 동의서 문제가 있는 연구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험자 주도 임상시험에서는 과학적 문제가 가장 많았던 데 비해, 의뢰자 주도 임상시험에서는 동의서 문제가 가장 많았다.

모든 문제점이 연구 승인 여부와 유의한 관련성이 있었으며, 특히 윤리적 문제가 있는 연구의 경우  IRB 승인비율이 가장 낮았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과학적 문제가 있는 연구의 최종 승인 비율은 7.9%였지만 윤리적 문제가 있는 연구의 최종 승인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국내 임상 연구자의 50% 이상은 IRB로부터 내부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연구진을 대상을 한 관련 교육프로그램과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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