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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건강논평] 농촌 노인빈곤 심각...개인 아닌 구조적 문제다<시민건강연구소> 농촌의 가난한 노인,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라포르시안] 빈곤은 근대국가의 등장과 함께 언제나 사회적 위험이었고, 이것의 ‘근절’은 근대 복지국가의 목표이자 과제다. 빈곤보다 더 시급하게 해결할 문제가 있어서인지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한 듯하지만, 마침 어제는 세계 빈곤 철폐의 날이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뚜렷한 빈곤 문제는 노인에서 볼 수 있는바, 바로 ‘노인 빈곤’이다. 노인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가난하다는 사실은 노인 빈곤이 단순한 개인 현상을 넘어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수치로 표현하는 빈곤은 일단 물질적 박탈, 그중에서도 소득의 부족 또는 결핍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국가 지표인 노인빈곤율을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중위소득 50% 미만인 노인인구의 비율로 나타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책 목표 또한 흔히 빈곤율 감소에 초점이 있으므로 당연히 소득이 중심이 된다.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 모두 대상자를 소득으로 선정하고 급여 또한 현금으로 지급하는, 말하자면 소득 중심형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사업의 의의가 노인복지 향상 기여라고 하지만 일자리를 통해 (낮은) 임금을 제공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농촌 노인 빈곤율은 통계조차 찾아보기 쉽지 않다. 다만, 농촌노인의 경제적 빈곤 또는 배제를 조사한 일부 연구들에 따르면 공통적으로 농촌 노인의 경제적 배제는 도시 노인과 비교하여 점수가 높거나, 또는 그 경험 비율이 높다는 결과를 ‘추측’해볼 수 있다. 예컨대, 도시 노인의 경제배제 평균값이 0.38일 때, 농촌 노인은 0.49다(관련 자료 바로보기). 전체 노인 가운데 45.5%가 경제적 배제를 경험한 반면(관련자료 바로가기), 농촌노인은 64.1%가 경험했다고 응답했다(관련자료 바로보기). 

하지만 빈곤은 소득 결핍 또는 부족을 넘어서는 광범위한 ‘박탈’로 이해해야 하며, 따라서 다차원적 개념이다. 노인 빈곤을 소득 결핍, 가난, 박탈, 사회적 배제, 다차원적 빈곤 등 무엇이라고 부르든, 핵심은 가난한 노인의 삶을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을 넘어 안전한 주거와 음식, 충분한 의료 이용, 건강, 그리고 사회적 관계 등 일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조건을 망라할 수밖에 없다.

거듭 말하지만, 소득만으로 농촌 노인의 빈곤을 다 드러낼 수 없다. 낡아서 안전하지 않은 슬레이트 지붕이거나 난방이 어려워 그저 이불만으로 한겨울을 나더라도, 자가주택을 가진 농촌 노인은 빈곤 범주에서 빠질 수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제공되는 일자리 역시 대부분이 도시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사업목록 바로보기), 농촌 빈곤 노인은 이러한 정부 대책에 사실상 접근하기 어렵다. 농촌 노인들의 의료접근성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의 이중, 삼중의 어려움은 여론과 언론의 관심, 따라서 정치의 의제가 되지 못한다.

모든 빈곤 문제가 그렇듯 노인 빈곤 역시 ‘국정’의 중심이 되기 어렵다. 수가 많고 정치적 발언권도 있는 도시 중산층의 생애주기에 따라 설계된 제도는 일평생 농촌에서 농사를 일구며 살아온 노인의 삶과는 맞지 않는다. 연구, 언론, 문화, 심지어는 시민사회와 사회운동도 다르지 않다. 빈곤 또는 노인 빈곤에 관한 관심조차 도시, 그리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농촌 노인의 빈곤은 지금까지 ‘발굴’이나 ‘관리’의 대상이 아니었던 탓에 흔한 실태조사조차 충분하지 않다. 그나마 농촌 노인 삶을 어렵게 파악하고 출판한 자료도 ‘권위’를 얻기 어렵다(가장 최근의 조사 결과 바로보기). 농촌 노인빈곤율은 통계도 찾기 쉽지 않다. 무슨 해결책을 내기에 앞서 관심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인 셈이다. 

농촌의 고령화와 빈곤화가 도시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문제는 무력감과 냉소, 회의주의가 지배한다는 점이다. 농촌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흔히 개인화하거나, 아니면 더는 어쩔 수 없고 대안도 상상할 수 없는 ‘자본주의 리얼리즘’만 존재한다(관련 자료 바로보기).

농촌의 노인 빈곤을 문제 삼은 우리의 출발점은 다시 정치이다. 농업이 어떤 의미가 있느니 그동안 농민이 어떤 희생을 했느니 하는 접근에 앞서, 농민을 포함한 모든 이가 보편적 권리와 정의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그런 의미의 정치. 

좀 더 구체적으로는 농촌 노인이 기본적인 생활 수준과 삶의 품위를 영위할 수 있도록 구조와 제도를 만들어 가는 일, 이를 위한 사회정책과 복지 정책이 전진해야 한다. 당연히, 어떤 정치공동체가 어떻게 농촌 노인의 삶을 보장할 것인지 다루는 정치화가 바탕이 될 수밖에 없다.

핵심 정치적 행위자로, 시민의 책임은 농촌 노인의 빈곤에 더 큰 관심을 두는 것이다.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배제되고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농촌 노인을 호명함으로써 이들의 빈곤을 문제로 삼고, 공론을 형성해 시대적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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