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건강연구소> 참여적이고 평등하게 일상을 회복하려면

[라포르시안] 지난 금요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코로나19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공개토론회 다시보기). 토론회에서는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유행에 대한 장기 예측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체계 운영 전략, 단계적 일상회복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8명의 토론자가 참여했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공개토론회에 “의료 및 방역 전문가뿐만 아니라 업계·인권·소통 등 관련분야를 전반적으로 대표하는 토론자를 섭외했다”고 밝혔다. 토론회를 개최한 정부의 분류에 따르면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논의 테이블에 주어진 8개의 의자 중 2개는 정부, 2개는 의료, 그리고 나머지 4개는 각각 보건, 업계, 소통, 인권의 몫으로 돌아갔다. 

같은 날, 코로나19 인권대응 네트워크(이후 코인넷)의 활동가들은 토론회가 열리는 엘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우리 연구소도 참여했다). 이들은 존엄과 평등의 일상회복을 주장하며 인권중심 위드코로나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의 피켓에는 “누구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위드코로나의 목표가 필요하다”, “소비진작, 차별 중심의 일상회복에 반대한다”, “중증장애인 재택치료 계획 마련하라”, “방역과 집회의 권리보장 모두 가능하다”, “홈리스 차별하는 단계적 일상회복 어림없다”, “국제적 백신불평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 

이들의 비판은 인권과 평등의 언어를 규범과 형식으로 수용할지언정 현실에서의 원칙과 관점으로 적용하지 않는 의사결정자들을 향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전투를 치르듯 긴급과 위험을 내세우며 방역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권을, 안전을 위해 더 많은 자원이 필요했던 사람들의 존엄을 무시 혹은 방치해왔다. 

잘 드러나지 않은 몇 가지 사례 또는 ‘논란’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충분할 것이다.

#1. 백신패스

접종완료율이 70%를 돌파했지만 여전히 신분과 처지, 건강상 여건이나 제도적 문제 등 여러 이유로 백신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 중 다수는 이주민, 홈리스, 건강 약자, 일을 쉴 수 없는 조건의 사람 등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크게 받던 이들이다. 그러나 정부는 누가 어떤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거나 못하는지에 대해서 온전히 파악하거나 이에 맞춤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 백신패스를 도입함으로써 백신 미접종자들에게 불이익을 부과하는 정책은 정당한가?

#2. 재택치료

단계적 일상회복은 더 많은 감염전파를 감수한다는 이야기이며, 이를 위해 재택치료가 전면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공동생활이 기본인 청소년·여성 쉼터 등 개인이 독립적인 공간을 점유할 수 없는 거주환경에 사는 사람들이나 홈리스는 재택치료를 선택할 수 없다. 일상적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재택치료는 어떻게 가능한가? 잘사는 사람들은 재택치료를 하고, 못사는 사람들은 시설에 구금·격리되는 방역 정책은 정당한가?

#3. 역학조사 

단계적 일상회복은 감염자 수 증가를 의미하고, 기존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는 역학조사 업무의 폭증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부가 약속했던 보건소 인력 충원은 아직 현장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며, 모든 확진자의 감염경로를 조사하는 기존 방식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근거기반전략도 제시되지 않았다. 역학조사를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에 관한 결정을 지자체에 떠넘긴 결과 이들은 책임까지 지게 될까 전전긍긍한다고 한다. 역학조사 역량과 자원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지역 간 감염통제의 불평등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이들 사례는 방역대책이 어떻게 기저의 불평등을 되풀이하고 이미 취약한 이들을 더 차별하는지를 보여준다. 공통점은 국가 전체의 안전, 그러니까 평균과 중간으로 계산되는 안전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누락시키려는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누군가의 인권과 존엄이 체계적으로 침해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불평등이 일시적이거나 임의적이지 않고 구조적 결과임을 뜻한다. 이때 “구조”는 방역 정책의 대상이 되는 몸들의 신체적, 사회적, 물질적, 지역적 특성에 연유한다고 설명되곤 하지만, 동시에 방역정책을 결정하는 의사결정자들의 위치와 관점, 상상력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위급하고 자원이 부족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실현 가능성에 관한 판단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결정이다.

우리는 위드코로나 논의가 시작되던 9월, 구체적인 정책이나 조치에 앞서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의 민주화를 요구한 바 있다(☞시민건강논평 바로가기). 피해당사자의 요구와 아이디어를 수렴하여 인권 중심의 팬데믹 대응과 회복을 논의하는 ‘평등한 코로나19 대응과 회복 국민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더 평등한 회복(Build Back Fairer)과 성평등한 코로나19 회복 계획(Feminist Recovery Plan)에 대한 해외 사례를 소개한 것도 여러 번이다. 

참여적이고 평등하게 일상을 회복하려면, 일부 전문가와 논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중계하는 정도의 대책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뻔히 알고 있는 불평등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더 취약한 사람들의 삶과 존엄을 보호하는 방역 정책이 필요하다. 방역 대책의 목표는 코로나19 감염자나 사망자 수 최소화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존엄과 살만한 삶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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