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작년 4월 대법원은 산모의 업무로 입은 태아의 선천적 장애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제주의료원 소속 간호사들이 임신 중 근무 환경과 과중한 업무로 생긴 태아의 선천적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선지 10년 만이다.  <관련 기사: “임신 중 업무 따른 태아 질병도 산재”…10년 걸린 제주의료원 간호사들 소송>

그리고 1년이 넘어선 지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태아산재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한다. 현재 국회에는 비슷한 내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 5건이 발의돼 있다. 이번 법개정 논의는 대법원 판결 후속 작업으로 태아 건강손상을 업무상 재해로 명시하고 지급할 보험급여를 규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태아산재 관련 법안 논의를 앞둔 21일 오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은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을 촉구했다. 

반올림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산재보험법 개정에 ▲과거 2세 건강영향 피해자 개정법 소급적용 ▲휴업급여, 유족급여, 부모돌봄 휴업급여 적용 ▲아버지의 유해요인 노출로 인한 2세 건강영향 포함 ▲과로, 스트레스 등 다양한 유해요인 고려 등이 반영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개정법은 과거 피해자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강은미 의원 안을 제외한 다른 법안은 개정법 시행과 같은 ‘특정 시점 이후 출생한 자녀’들에게만 법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제주의료원 간호사이나 전자산업 노동자와 같은 과거 피해자들은 산재를 신청할 수는 있지만 마땅한 보험급여는 지급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게 돼 향후 추가적인 법적 다툼을 피할 수 없는 법개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법안이 자녀의 건강손상 보험급여에 휴업급여, 유족급여, 부모돌봄 휴업급여를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법 개정안은 자녀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휴업급여와 유족급여를 적용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건강손상을 입은 자녀 또한 자라서 노동자가 되고 가족을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제주의료원 간호사와 전자산업 노동자들이 돌봄에서 어려움을 겪은 점을 고려할 때 부모돌봄 휴업급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버지의 유해요인 노출에 따른 자녀의 건강손상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일부 개정안은 ‘임신 중 노동자의 유해요인 노출’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아버지의 유해요인 노출로 인해 자녀의 건강손상이 발생할 가능함을 지적하고 있다"며 "현행 고용노동부 고시의 생식독성 정의에서도 수태 전 ‘부모의 노출로부터 발생한’ 태아의 노출이라고 규정해 아버지의 유해요인 노출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개정법에 과로, 스트레스 등 다양한 유해요인도 산재 판단시 중요한 연관용인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ㅏ. 

이들은 "일부 개정안에서는 유해요인으로 화학물질 등 특정 요인만 고려한다고 하여 스트레스 등 다른 요인들을 배제하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제주의료원 간호사의 산재판단에서 이미 업무강도나 교대근무 등이 연관요인으로 지적된 바 있다. 현실에서는 다양한 유해요인이 영향을 미치는데 법에서 특정 요인만 고려하는 것으로 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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