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이 딱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애시당초 정책선거를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선거 막판임에도 불구하고 후보자간 인신비방과 네거티브 선거가 득세다. 정책 공약 검증은 온데간데 없다. 시간이 갈수록 헛공약도 넘친다.

흥미로운 점은 역대 대선과 비교할 때 이번 대선에서 보건의료정책 공약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두 명의 유력 후보는 국민의 보건복지 향상을 위한 의료공약을 경쟁적으로 제시했다. 핵심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다. 한 후보는 4대 중증질환의 국가 전액 부담을, 또 다른 후보는 건강보험 진료비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들고 나왔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이미 선택을 끝낼 유권자도 있을 것이고, 여전히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유권자도 많을 것이다. 지난 며칠간 의료계에서는 후보별로 지지선언이 잇따랐다. "문재인 후보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경제를 구하고 국민들을 골로루 잘살게 하는 복지국가를 구현할 것을 믿는다"거나 "원칙과 신뢰의 박근혜 후보가 지속 가능한 의료계를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한다. 수치상으로 지지선언에 참여한 의사 수가 만 명을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보다 나은 의료환경을 조성하는데 유리할까 고민하는 의사들이 많다. 의협은 의사회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조만간 유력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 분석한 자료를 만들어 홍보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선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을 놓고 일반 국민들과 의료인 간에 차이점도 있다. 국민들은 어느 후보가 보다 많은 의료혜택을 제공하느냐에 관심이 쏠려 있다. 반면 의료인들은 보장성 강화보다는 의료서비스 공급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하는 쪽에 관심이 더 많다. 하지만 아쉽게도 의료전달체계나 의료 질 관리 같은 세세한 분야의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모 후보 측은 여론조사를 통해 보건의료 공약을 만들었다고 한다. 국민들이 더 많이 원하는 것을 반영하기 위해서란 이유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의료혜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의료시스템이란게 단순하지가 않다. 서로 제각각인 것 같지만 굉장히 정교하게 얽혀 있다. 의료기관부터 의료인력, 의료시설 등 수많은 의료자원이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의료 생태계다.

특정 지역, 혹은 특정 서비스 영역의 의료자원이 부족하거나 과하다고 그 곳만 늘리거나 억제하면 곧바로 균형이 무너진다. 의료체계의 불균형은 곧 의료시스템의 붕괴로 다가온다. 건강보험제도의 보장성을 확대하면 다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다. 보장성 확대에는 그만큼의 보험재정 지출 증가가 따른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유력 후보들의 보건의료 공약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의료체계를 유기적 상호관계의 생태계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단편적인 시스템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홈쇼핑에서 물건을 팔 듯 수요에 따라 공급량을 늘리면 다 해결될 줄 안다.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의사유인수요 이론’이란 것도 있다. 특이하게도 의료서비스 영역에서는 공급자가 수요를 창출하기도 한다. 의료전달체계와 의료 질 관리 등의 세세한 분야에 걸쳐 정교하게 맞물려야 보장성 확대가 추구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한다. 지금 대선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의 곳곳에는 악마가 숨어 있을 지도 모른다. 정책 공약은 분명해야 하고, 그 이행 방안이 명확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공약검증이 부실했다. 너무 아쉽다. 누가 집권하든 나중에 다시 판단하고 실현 가능성이 부족해 ‘없었던 일’로 해버리면 그만이다. 혹은 공약이니 일단 밀어붙여 보자고 할지도 모른다. 어느 것이든 두렵고 걱정스러운 일이다. 보건의료 공약의 핵심은 이거다. 정책으로 인해 국민에게 돌아오는 혜택, 국민이 지불해야 할 대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어느 후보가 그렇게 했나. 그걸 따져보고 선택하자. 이제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