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희(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

지난 10일 의사 1,219명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동안 보수적 정치 성향을 보여온 의사들이 공개적으로 야당의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여진다.의사들의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주도한 이는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노만희 회장(전 의사협회부회장)이다. 노 회장은 현재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국민건강복지특별위원회(위원장 전현희) 의료본부장을 맡고 있다. 

어제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 직후 노 회장을 만나 지지선언의 의미와 배경을 들어봤다.


- 어떻게 지지선언이 이뤄졌나. "의사들이 협회 등의 단체를 통해 공개적으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민주당 쪽에서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의사들이 몇몇 있다. 그런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다"

- 지지선언을 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처음에는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 국민건강복지특별위원회 전현희 위원장이 관여하고 있었고, 이와 별도로 나 나름대로 아는 지인들과 같이 참여해 보자고 뜻을 모으고 있었다. 직능 쪽의 민주당 특보로 돼 있는데 이러한 사람들이 같은 목표 아래 서로 따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제대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중 이미 활동하고 있던 전 위원장과 자연스럽게 뜻을 모으게 됐다"

- 의사 1,219명의 지지자 명단을 확보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나."2주 정도 소요됐다. 공개적으로 모여서 (문 후보를)지지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아니고 각자 분야와 지역에서 나름대로 노력해서 명단을 확보했다"

- 지지선언에 유태욱 가정의학과의사회장과 박양동 경남도의사회장이 함께 했다. 의사단체에서 활동하는 다른 인사도 포함돼 있나."(1,219명에 대한)명단은 모두 확보돼 있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름을 걸고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은 나서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칫 구설수에 휘말리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집행부에 문 후보 지지 의사를 충분히 전달하고 나왔다. 회원들의 의견을 물은 것이 아닌 개인자격으로 한 것이다" - 의사들의 공개적인 민주당 지지선언은 처음인 것 같다."그럴 것이다"- 의료계 내부적으론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의 보건의료 정책 공약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문 후보 공약에 공감해 지지를 선언한 것인가."꼭 공약에 찬성한다는 의미라고 말할 순 없다"

- 그러면 지지선언은 어떤 의미인가."그동안 의사들이 공개적으로 민주당 지지선언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보건의료 정책이 (의사들과)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런 과정을 거치며 생각해보니, 과연 이를 모른 척 하는 것이 의료계에 도움이 되는 길인지 고민을 하게 됐다. (민주당으로)들어가서 나름대로 역할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면 그러한 노력을 하자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여하지 않고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문 후보를 지지한 것은 정치적 신념 때문인가."모든 정치적 신념, 이념까지 다 같이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의협 등의 회무를 수행한 경험 등을 놓고 판단할 때 의리있게, 뚝심있게 같이 일을 오래까지 할 수 있는 쪽이 이쪽(문 후보)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도 그렇고"

- 문 후보의 무엇을 믿고 지지했나."나는 민주당이 이번에는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중도보수층과도 무엇인가 함께 할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하고,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지지를 선택했다"

- 동료 의사들도 이번 문 후보 지지선언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 지지선언를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기대가 전혀 없다고 볼 순 없다. 의사가 들어갔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에서 맞는 보건의료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풀어달라는 요구보다는 우선은 국민 전체를 위한 합리적인 정책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민주당이 제시했던 보건의료 정책 중에서 정말로 의사들에게 불합리하고 불리한 정책이 있다면 그에 대한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 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 이번 지지선언을 다른 동료 의사들이 어떻게 받아일 것 같나."(대선에서)누구를 지지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공개적으로 단체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각자의 판단이다. 다만 1,219명의 의사들이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나섰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점을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그렇지만 '내가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니 같이 지지해달라'고 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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