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소나 경찰서는 집단적 고발로 인하여 골치를 썩고 있다고 한다. 단체 간의 진정이나 고발, 경쟁 의료기관에 의한 업무방해적 고발 등으로 인해 의료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다. 의료계의 서글픈 단상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주된 이유는 불분명한 업무영역으로 인해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한 세력 다툼, 그리고 치열한 경쟁적 시장 구도가 원인이겠다. 물론 법을 위반한 것을 적발해 시정하려는 노력을 폄하하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선의라고 해도 그 시정을 위한 행동이 또 다른 불법을 야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결과가 좋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고방식은 이미 지나간 구태의연한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지 않고 불법적인 증거수집을 통한 고발전이 지속되고 있어 답답하다.

몰래카메라를 숨기고 병원에 환자로 위장해 들어가는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법률전문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알 수 있다. 그러면 법적으로는 무슨 문제가 있을까? 크게 실체법적인 문제와 소송법적인 문제가 있다.

몰카를 들고 환자로 위장하여 병원에 들어가는 행위는 형법상 주거침입죄에 해당될 소지가 크다. 환자도 아니면서 또는 환자라 하더라도 촬영한다는 것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면 문제의 시작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사람을 병원장이 병원에 들어오라고 할 리가 만무하다. 주거침입죄는 주거자의 평온하고 안정적인 삶을 보호 법익으로 한다. 주거자(병원장)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오는 것을 ‘침입’이라고 한다. 절도를 하려고 병원에 들어오거나 누구를 폭행하기 위하여 들어오는 경우 주거자인 병원장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온 것이므로 주거침입죄에 해당된다. 성폭행이나 강간을 하려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탄 경우 성폭행이나 강간을 실패하여도 주거침입죄로 처벌되는 것이 유사한 예이다.

또한 사실은 환자도 아니면서 환자라고 거짓말을 해 의료법이나 약사법상 잘못된 상황으로 의사나 의료인을 유도해 이를 녹화하거나 녹취하는 것은 형법상 금지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도 해당될 소지가 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위계에 해당되고, 이러한 거짓말로 인하여 다른 정상적인 환자를 볼 시간을 빼앗아서 업무가 방해되었으니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방송국이나 언론사의 취재기자가 몰래카메라를 들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몰래 취지를 하면서 유도 신문을 하고 그 내용을 녹화해 방송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이러한 방송(주로 시사 고발 프로그램, 논픽션방송)은 자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언론중재위원회는 유도되거나 함정으로 수집된 보도내용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왜곡된 취재에 따른 방송이나 보도의 내용은 정정보도나 반론보도의 단골 대상이 된다. 특정한 의도에 의하여 내용이 연출된 것이지 사실 그대로의 보도가 아니라는 이유이다. 논픽션이 아니라 픽션인데 사실보도라고 하는 문제점이 있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방송에 대하여는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러한 경우 판사인 중재위원장이나 중재 위원이 방송국 등에게 쉽게 이해하라고 쓰는 용어가 위법수집증거라는 말이다. 위법수집증거는 형사절차에서 증거가 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규정을 빗대서 하는 말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가 그 내용이다.

위 규정은 과거 자백을 받아내기 위하여 고문을 하거나 영장없이 가택 침입을 하거나, 도청을 하는 등 불법적인 수사가 존재하였던 시절을 단절하겠다는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불법 수사를 막기 위하여 국회는 불법으로 얻어낸 증거를 아예 법원에서 증거로서 보지도 말라고 형사소송법에 명문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경찰이나 검사 등 수사 기관이 절차에 따라 적법한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더 나아가 고발인이나 진정인이 타인의 불법을 고발해 수사를 진행시키거나 수사에 쓰일 증거를 제출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고발인이 고문을 해 자백을 얻어낸 증거를 고발장에 첨부하는 경우 그 증거를 수사기관이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위 규정의 존재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몰카를 동원해 수집한 증거는 ①주거침입죄 ②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 형사처벌법규 위반 및 민사상의 초상권 등의 침해 등의 불법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증거로서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오히려 피고소인으로부터 위 죄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법률상식을 알게 되면 실제 발생한 피해에 대한 고발이 아니라 정치적, 이권적 목적으로 하는 고소고발이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글을 적어 본다.

김선욱은?

1994년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2003년 대한의사협회 법제 상근이사 2008년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학교 시장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2009년 대한병원협회 고문변호사2011년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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