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로서의 자부심과 소신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외과의사로서의 정체성을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한외과개원의협의회 이동윤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춘계 연수강좌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과의사들이 처한 현실을 개탄했다.

이 회장은 외과의사가 정체성을 잃은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가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과가 기피과가 되고 개원의의 절반 가량이 외과 간판을 포기한 이유는 원가에 크게 못미치는 저수가에 있다"며 "외과는 내과와 진료 패턴이 달라 행위와 소요시간이 많은 만큼 저수가의 그늘은 그만큼 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외과의사들이 진료과를 포기하고 비보험 영역을 기웃거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들인 시간에 비해 돈이 안되는 외과를 기피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연간 250명 가량의 외과의사가 배출되어야 하는데, 올해 겨우 130명이 나왔다. 은퇴한 선배들의 빈자리를 메우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외과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정부는 외과에 수가를 가산해주고 전공의에게는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하는 등 근시안적 해법만 내놓고 있다"며 "복지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인 수가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PA제도에 대해서도 "정부의 미봉책 중 하나"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임기 2년동안 외과의 정체성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첫 시도는 연수강좌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한 것이다.

이날 연수강좌에는 외래에서 쉽게 시행할 수 있는 치핵과 서혜부탈장, 정맥류 수술 등을 다뤘다. 갑상선과 유방 초음파 검사에 대한 강연도 포함됐다.

비급여 분야 중에서는 유일하게 '미니지방흡입술'을 다뤘다.

이 회장은 "과거 연수강좌는 정체성을 찾기 힘든 비급여 강좌 위주였다. 어려울때일수록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렇게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외과의사들은 우리나라 의료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단합과 소통을 통해 우리 스스로가 외과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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